'기계적 좌우놀이 NO' 1위팀 투수교체엔 데이터+@가 있다

잠실=한동훈 기자 / 입력 : 2021.10.13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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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KT 감독. /사진=KT위즈
KT 위즈 이강철(55) 감독은 투수 운용의 달인이다. 보직을 고정한 투수는 마무리 김재윤 뿐이다.

이 감독은 기계적인 좌우놀이 대신 상황을 통찰한다. 어떤 순간에 어떤 투수가 자기 공을 주저 없이 던지는지 속속들이 알기 때문이다.


이강철 감독은 지난 11일 '미리 보는 한국시리즈' LG 트윈스와 경기에 치밀한 계투 작전을 펼쳤다. 2위 LG에 2.5경기까지 잡혔던 KT는 여기서 패할 경우 승차 1.5경기로 줄어 1위를 장담할 수 없었다. 반 박자 빠른 투수교체는 이 감독의 필승 의지를 잘 드러냈다.

KT는 6회 2사부터 불펜을 가동했다. 주권, 조현우, 이대은, 박시영, 김재윤이 3⅓이닝 무실점을 합작했다. 주권, 박시영이 이닝 도중 등판했다. 주권, 조현우, 이대은은 모두 홀드를 챙겼다. 김재윤도 세이브를 올렸다.

4-2로 쫓긴 6회말 2사 1, 2루에 데스파이네를 내리고 주권을 올린 점, 주권에게 아웃카운트를 1개만 맡기고 7회에 바로 조현우를 올린 점, 8회 2사 1루에 박시영을 올려 흐름을 끊은 점 등 매 순간이 관전 포인트였다.


특히 6회가 승부처였다. 2사 1, 2루에 이영빈 타석이었다. 이영빈은 올해 물오른 타격감을 뽐낸 깜짝 고졸 신인이다.

KT에 좌타자를 잡을 필승 카드는 좌완 조현우와 우완 주권이 있다. 이영빈은 좌투수 상대 타율 0.182, 우투수 상대 타율 0.284다. 주권은 2년 연속 홀드왕을 노리는 명실상부 리그 정상급 셋업맨이다. 좌타자 피안타율은 주권 0.265, 조현우 0.241다. 아웃카운트를 하나 맡길 원포인트라면, 데이터만 따지면 조현우가 우선순위였다.

하지만 이강철 감독은 주권을 이영빈에게 붙였다. 그리고 7회 조현우를 올려 LG 좌타 라인 홍창기, 김현수, 서건창을 삼자범퇴로 넘겼다.

이강철 감독의 셈법은 무엇이었을까?

이 감독은 "우리 팀 선수를 내가 잘 안다"며 웃었다. 이 감독은 "이영빈 선수를 상대로 좌투수도 좋지만 주권의 체인지업으로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봤다. 그 다음 이닝에 나오는 LG 좌타자들은 올해 주권을 많이 상대했다. 그래서 조현우를 7회에 나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7회까지 계산이 깔렸던 것이었다. 주권이 익숙해진 LG 타자들에게 7회 추격의 빌미를 줄 수 있었다. 또한 경험이 풍부한 주권이 루키 이영빈을 효과적으로 요리할 수 있다고 확신한 것이다. 기록실에서는 아무리 검색하고 뒤져봐야 찾을 수 없는 모범 답안이 이강철 감독의 머리 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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