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두산·키움 팬들... '지르고 싶은' 환호, 잘 참아냈다 [WC잠실]

잠실=김동영 기자 / 입력 : 2021.11.0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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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클래퍼로 응원을 하고 있는 두산 관중들 모습. /사진=뉴스1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팬들의 '성숙한' 의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육성 응원 자제를 요청했고, 팬들이 최대한 이에 응했다. 아주 없지는 않았으나 KBO와 방역 당국의 지침을 전반적으로 잘 지켰다.

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의 2021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두산이 16-8의 대승을 거뒀다. 두산의 타선이 폭발하면서 완승을 거뒀다.


그리고 이날 팬들의 육성 응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일시적으로 팬들이 선수의 이름을 연호하거나 응원가를 부르기는 했다. 그래도 그때마다 응원단이 "육성 응원을 하지 말아달라"고 적극적으로 나서자 조기에 정리됐다. 전광판에도 '육성 응원 금지' 문구가 수시로 떴다.

시작은 1일이었다. 정부의 단계적 일상회복 방침에 따라 1일부터 야구장에 관중을 100% 받을 수 있게 됐다. '백신 패스'가 적용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 48시간 내 PCR 음성확인자, 18세 이하, 불가피한 사유의 접종 불가자(의사 소견서 필요)도 입장이 가능해졌다. 야구장에서 '치맥(치킨+맥주)'도 가능해졌다.

당장 야구장이 가득 찬 것은 아니다. 1일 1차전은 1만 2422명이 들어왔다. 올 시즌 잠실구장 첫 '1만 단위' 관중이다. 2일 2차전에는 3000명 정도 적은 9425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팬들은 관람석에서 취식을 하면서 기분 좋게 야구를 지켜봤다.


1차전을 마친 후 약간의 논란이 있었다. 육성 응원 때문이다. 자리에서 먹는 것은 가능하나 응원 구호를 외치거나 함성을 지르는 것은 안 된다. 비말(침)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KBO와 두산-키움 구단도 알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응원단장과 치어리더의 유도에 따라 박수와 율동으로만 응원을 했다. 그러나 극적인 장면까지는 막을 수가 없었다. 환호가 터졌고, 선수를 연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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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잠실에서 열린 두산과 키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 응원봉을 이용해 응원을 하고 있는 키움 관중들 모습. /사진=뉴스1
키움 이정후는 "하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해주시더라. 어쩔 수 없었다. 분위기가 그렇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더 에너지가 솟아난 것 같다. 2년 만에 응원가를 듣었고, 내 이름을 불러주셨다.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고 짚었다.

두산 김재환 역시 "물론 (육성 응원이) 걱정은 되지만, 그래도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키움 선수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응원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집중력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당국이 반응을 내놨다. 뉴스1에 따르면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2일 정례 백브리핑에서 "야구장에서 함성, 구호는 금지돼 있다. 첫날이라 문제점이 드러난 것 같은데 협회 등과 철저히 지키는 방안을 강구하고, 조치하도록 논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1일 와일드카드전이 열린 잠실구장을 겨냥한 말이었다. 이에 KBO가 2일 경기를 앞두고 대책을 내놨다. "홈런, 적시타 등이 나올 때 응원가를 틀지 않고, 선수 이름을 외치는 것도 응원단이 금지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박수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해서 관객들에게 육성 응원의 자제를 요청하고, 지속될 시 경기가 중단될 수 있음을 수시로 장내 방송과 전광판을 통해 알린다"고 덧붙였다.

잘 지켜졌다. 환호가 아주 없지는 않았다. 적시타가 나왔을 때 순간적으로 터지기는 했다. 그래도 2~3초 정도였다. 그만큼 최대한 자제했다. 응원단장의 목소리만 크게 울렸고, 팬들의 클래퍼 소리와 응원봉 두드리는 소리, 박수 소리만 들렸다.

선수들도, 팬들도 2년을 기다렸다. 1만명씩 모인 공간에서 완벽하게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팬들이 응원단의 지시를 잘 따르면서 알아서 자제하는 모습이 나왔다. 성숙한 응원 문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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