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12일 韓런칭..韓콘텐츠산업 대변화 시대 개막 [종합] ①

[전형화의 비하인드연예스토리]

전형화 기자 / 입력 : 2021.11.12 09:37
  • 글자크기조절
image
'콘텐츠 공룡' 디즈니의 OTT서비스 디즈니플러스(디즈니+)가 12일 0시부터 한국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디즈니플러스는 이날부터 올해 극장에서 상영한 마블영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디즈니 영화 '정글 크루즈' 등을 공개한다. 마블 오리지널 시리즈인 '완다비전' '로키' 등도 국내에서 정식 서비스된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스타' 등 디즈니 핵심 브랜드들의 영화 및 TV 프로그램 콘텐츠를 제공한다.


한국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스타' 브랜드는 성인, 청소년, 가족을 아우르는 폭넓은 시청자 층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장르의 일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한다. ABC와 20세기 텔레비전, 20세기 스튜디오, 서치라이트 픽처스 등이 제작한 영화와 TV 프로그램들을 비롯해 독점으로 제공되는 오리지널 시리즈와 국내에서 제작되는 한국 콘텐츠도 역시 '스타' 브랜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디즈니플러스는 월 9900원 또는 연간 9만 9000원으로 한국 구독자가 이용할 수 있다. 넷플리스보다 저렴한 가격이다.

콘텐츠와 가격 경쟁력으로 초반 승부를 걸고 있는 것. 때문에 디즈니플러스 한국 런칭으로 한국 OTT서비스 시장이 어떻게 판도가 바뀔지 관심이 뜨겁다. 무엇보다 국내 이통사들이 디즈니와 손잡고 고객 유치에 나선 게 한국 OTT서비스 시장 판도 변화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LGU+는 디즈니 플러스와 제휴해 자사 IPTV 서비스인 U+tv에 디즈니 플러스를 독점 제공하기로 했다. LGU+는 모바일 요금제와 결합한 '디즈니 플러스 프리미엄팩'도 출시해 월 9만5000원 이상 5G 요금제 가입자나 10만원대 이상 LTE 요금자 가입자는 매달 디즈니 플러스구독권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KT는 5G 데이터 완전 무제한에 디즈니 플러스까지 볼 수 있는 '디즈니 플러스 초이스' 요금제를 이날 출시한다.

앞서 지난 4일 한국에서 런칭한 애플TV플러스는 SK브로드밴드와 손잡고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워너브라더스의 OTT서비스 HBO맥스도 최근 직원을 뽑기 시작하며 한국 런칭을 준비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한국 OTT서비스 시장의 약 47% 가량을 점유하고 있는 가운데 디즈니플러스가 상륙하자 한국 OTT서비스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웨이브, 티빙, 왓챠 등 한국OTT서비스 업체들로 구성된 한국OTT협의회는 디즈니플러스 한국런칭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 'OTT진흥법, 시장 다 내주고 나서 통과시킬 건가?'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정부가 한국 OTT 육성 지원을 위한 규제 완화 및 진흥 정책을 발표했으나 관련 법안이 아직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

한국OTT협의회는 "한국 OTT 플랫폼의 유의미한 성장이 없다면 미디어 산업의 균형 발전도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OTT 서비스 경쟁은 사업자들의 몫이지만, 한국 OTT가 제대로 성장해 해외로 진출하고 국내 콘텐츠 산업에 지속 기여하도록 하려면 당장의 기본적인 지원 정책이 절실한 형편"이라고 주장했다.

한국OTT업체들이 정부와 국회 지원을 촉구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물밑에선 산업 구조 개편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웨이브와 티빙, 카카오, KT의 시즌 등 한국 OTT서비스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콘텐츠 확보에 뛰어들었다. OTT서비스 목적형 펀드도 만들어지면서 OTT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도 활기를 띄고 있다. 쿠팡플레이 등 이커머스 공략에 집중하는 플랫폼들과 티빙-네이버 연합 등 합종연횡도 한창이다. 각 회사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고 있다.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런칭할 때와는 시장 환경이 천지차이다.

디즈니플러스 런칭으로 격화될 한국 OTT서비스 춘추전국 시대는 한국 콘텐츠 제작 지형 변화와 맞물려 있기에 더욱 주목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앞당겨진 변화다. 이커머스 합종연횡 뿐 아니다. 이미 스튜디오드래곤을 갖고 있는 CJ ENM은 제2의 스튜디오 설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모호필름을 비롯해 윤제균 감독의 JK필름, 김용화 감독의 블라드스튜디오, 용필름, 무비락 등 유명 제작사들과 나영석PD 사단이 설립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사 에그이즈커밍 등이 CJ ENM의 제2 스튜디오에 합류할 전망이다. 최동훈 감독의 케이퍼필름도 논의 중이다. CJ ENM이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경우 제2 스튜디오에 합류시킬지도 업계의 초미 관심사다.

이미 여러 매니지먼트사와 제작사를 보유 중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영화사집을 인수한 것을 비롯해 내년 상장 준비를 차곡차곡 하고 있다. 드라마하우스, BA엔터테인먼트, 퍼펙트스톰 등을 보유 중인 JTBC스튜디오는 D.P.' '지옥' 등을 제작한 클라이맥스와 '이태원 클라쓰'를 제작한 콘텐츠지음 등을 올해 새롭게 인수했다.

OTT서비스 춘추전국 시대를 맞아 플랫폼이 많아진 만큼, 승부는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 달려있다. 그렇기에 콘텐츠 제작사를 확보해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것이다. 디즈니플러스에 '무빙' 등을 공급하는 스튜디오앤뉴가 NEW의 자회사인 점도 주목할만하다. 스튜디오앤뉴도 내년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CJ ENM, NEW, 덱스터스튜디오, 아센디오 등 제작을 겸하는 상장 회사들이 대규모 세트를 속속 세우거나 확보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넷플릭스도 한국에서 대규모 세트장을 만들고 있다. 이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스튜디오 재편으로 이어질 중장기적 포석이다. 세트장 설립과 콘텐츠 제작 또는 확보는 교집합이기 때문이다. 대규모 세트를 설립하는 회사들이 VFX와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 LED 버추얼 스튜디오 설립 등을 차례로 발표하고 있는 것도 산업 변화와 맞물려 있다. 플랫폼의 다변화와 콘텐츠 제작 산업의 변화가 동시기에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앞당긴 산업 변화에 디즈니플러스 한국런칭이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연못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생태계가 건강해지거나, 아니면 메기가 연못에 있는 물고기를 다 잡아먹는다. 과연 넷플릭스에 이은 디즈니플러스가 한국OTT시장에 어떤 메기 역할을 할지, 한국 콘텐츠산업에 대변화 시대가 개막했다.

전형화 기자 aoi@mtstarnews.com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