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축구가 타락했다" 관중 난동에 흔들리는 '빅5' 리그앙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1.12.2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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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7일 파리-리옹의 FA컵 경기에서 관중의 소요를 프랑스 경찰이 제지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앙은 위기를 맞고 있다. 중계권료 체불 문제로 프랑스 프로축구 클럽의 재정상황이 악화된 데다 잦은 관중 난동으로 리그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럽 프로축구 '빅5' 리그 가운데 가장 매출 규모가 작은 프랑스 프로축구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되고 있다.

2020~2021시즌부터 2023~2024시즌까지 리그앙의 중계권료 총액은 1조 1139억 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중계권을 가지고 있던 미디어프로가 2020년 10월부터 코로나 상황의 여파로 중계권료를 내지 못했다.


결국 리그앙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경영이 악화된 미디어프로로부터 해당 기간의 중계권료 일부를 받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당연히 프랑스 축구 클럽에 돌아가야 할 중계권료 배분도 제대로 이뤄질 수 없었다.

리그앙은 2021~2022시즌을 준비하면서 새로운 미디어 파트너인 아마존 등과 계약을 체결했지만 기존 중계권료보다 낮은 가격이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프랑스 축구계는 중계권 액수에만 눈이 멀어 경영 상태가 부실했던 미디어프로와 계약을 맺었던 리그앙을 맹비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21~2022시즌 리그앙의 진짜 위기는 관중 난동에서 시작됐다. 올 시즌 프랑스 프로축구 경기에서는 10여 차례의 관중난동 사건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 것도 2번이나 됐다.


공교롭게도 경기가 취소된 두 경기는 모두 리옹과 관련이 있었다. 지난 11월 21일 리옹과 마르세유의 경기에서는 마르세유 선수 디미트리 파옛이 리옹 팬이 던진 물병에 맞는 사태가 발생했고 경기장 분위기가 악화되자 주심은 경기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파옛은 지난 8월 니스와 경기에서도 관중이 던진 물병에 맞았고 그는 이에 대한 보복 행위로 관중석에 물병을 집어 던졌다. 이후 니스 홈 팬들 중 일부가 경기장으로 침입해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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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세유의 디미트리 파옛(왼쪽)이 지난 11월 21일 리옹전에서 관중이 던진 물병에 맞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난 12월 17일 파리 FC와 리옹이 격돌한 프랑스 FA컵 경기에서는 두 팀 응원단 사이에 폭죽이 오가는 충돌이 발생했고 이후 팬들이 경기장에 난입하면서 경기가 취소됐다.

프랑스 축구 경기장에서 난동이 잇따라 발생하자 프랑스 프로축구연맹의 뱅상 라브륀(50) 회장은 "(경기장에서의) 도덕적 타락이 프랑스 축구를 죽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프랑스 체육부 장관인 록사나 마라치네아누(46)는 "매번 축구장에 와서 경기를 볼 때마다 내 아들에게 축구가 아니라 럭비를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프랑스 축구장 난동에 우려를 표명했다.

그렇다면 왜 프랑스 축구장 난동 사건이 2021년에 급증한 것일까. 적지 않은 사람들은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계속되면서 프랑스인의 억눌린 감정이 축구장에서 폭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프랑스의 축구장 난동은 사회적 요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의미다.

라브륀 회장도 "코로나 사태 이후 프랑스인들은 호전적으로 변했고 분열했다. 어찌 보면 약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기에 축구장에서 일해왔던 기존의 안전요원들이 코로나 사태로 시즌이 중단됐을 때 다른 일을 찾게 됐다는 점도 프랑스 프로축구 클럽이 관중 난동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갑자기 축구장 안전요원이 된 대체인력은 경기장 관리 경험이 부족해 관중난동에 대한 초동 대처에 실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축구장 관중 난동은 이미 코로나 팬데믹 이전부터 혼란스러웠던 프랑스 사회의 분위기와 관련이 깊다는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 갈등이 꼭 프랑스에만 영향을 줬다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이미 2018년 유류세 인상에 반대하는 이른바 '노란 조끼' 시위가 격화되면서 상점 약탈, 건물 방화나 문화재 훼손과 같은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44) 대통령은 환경 문제를 고려해 유류세를 인상했지만 파리 외곽에 살면서 시내로 출퇴근해야 했던 국민들은 이에 크게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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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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