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별점토크] '해치지않아X스우파', 기존의 '해치지 않아' 그 이상의 재미가 있었는가?

이수연 방송작가 / 입력 : 2022.02.1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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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포스터


'연극이 끝난 후'라는 노래가 있다. 가사엔 연극이 끝난 후 배우가 조명이 꺼지고, 음악소리도 멈추고, 객석도 텅 빈 무대를 보는 심정이 담겨 있다.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 쏟아낸 후 잘 끝냈다는 후련함과 동시에 관객들이 다 떠난 후의 헛헛함이 찾아온 배우의 마음이 느껴진다. 비록 연극배우는 아니지만 이 감정이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어떤 일에 온힘을 다 했을 때, 시원섭섭함 같은 게 있지 않은가. 아마도 그런 비슷한 감정, 어쩌면 그보다 훨씬 더 깊은 감정이 아닐까, 싶다.

특히 배우들에겐 더 그런 듯하다. 영화나 드라마, 혹은 연극, 뮤지컬 속 인물로 수개월, 많게는 1년 넘게 그 시간을 살다보면 그 작품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역할 속 캐릭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간혹 이런 이유로 극 중 우울한 역할을 맡았을 때 계속 헤어나지 못하고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tvN 예능 프로그램 '해치지 않아'는 이런 걸 염두해 두고 기획 된 프로그램이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빌런들인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은 드라마가 시즌3까지 진행되는 1년 반 동안 국가대표 빌런으로 등극(?)했다. 온갖 음모와 뒤통수, 권모술수, 악행 등 나쁜 일이란 나쁜 일은 모두 다 한 것 같은 이 세 명의 빌런들이 일상으로 돌아가고 정리할 시간을 주고자 한 것! 그것이 바로 '해치지 않아' 였다. 드라마 속 '빌런'에서 진짜 '나'로 돌아가는 시간을 꿈꾸며 이들은 한적한 시골로 떠난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며 밥 먹고, 지인들을 초대하며 지내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현실의 '나'로 돌아올 기회를 주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적이었으니까. 이렇게 시작한 '해치지 않아'를 통해 실제로 이들은 빌런이 아니라 배우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으로 돌아가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들이 머물었던 시골의 그 집에 이번엔 새로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바로 M.net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 리더들이다. 이들 역시 치열한 경쟁으로 숨 가쁘게 달려온 지난 6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특별한 여행을 떠나고자 마련된 프로그램이 '해치지않아X스우파' 였다. 지난 여름 국가대표 빌런 3인방이 머물던 장소에서 스우파 리더들이 경쟁자를 벗어나 원래의 자신들로 돌아가는 자리였다. 그리고 2박3일 동안 경쟁이 아닌 우정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시간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은 3회로 아름답게 마무리 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원래 '해치지 않아'에 비해 조금은 단조로웠다는 것이다. 원래 이 장소는 발디딜틈도 없는 잡초 정글(?)과 낡아빠진 폐가를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이 여름 내내 피땀 흘려 가꾼 곳이다. 그리하여 폐가에 잔디를 깔고, 도배를 하고, 주방을 개조하는 등 매회 폐가가 사람이 살 수 있는 집으로 바뀌어가는 과정이 담긴 '페가하우스' 스토리도 함께 담겨 있다. 비록 편안한 휴식이 아니라 폐가를 집으로 만드는 '노동의 현장'이 담겨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더욱 돈독하고 끈끈해지는 세 사람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런데 '해지지않아X스우파'는 이미 폐가하우스가 완성되어 있기에 '노동'의 과정은 사라지고, 세 명의 우정여행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보니 다소 단조로웠다는 것이다. 물론 '스우파' 리더들의 경쟁을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의도에는 적합했으나 기존 '해지지 않아'의 재미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다시 한 번 기대해 본다. 다음 번 '해지지않아'엔 어떤 팀들이 콜라보레이션 될지. 그리고 그 땐 조금 더 다른 '썸팅 뉴(Something New)'가 있길 바래본다.

? '해치지않아X스우파', 기존 '해치지 않아'의 재미를 기대하며 보게 된 프로그램! 그래서, 제 별점은요~ ★★★★(4개)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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