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캠도 못 갔는데 'ERA 8.72→2.45' 반전, "마음 내려놓으니 잘 된다" [★대전]

대전=김동윤 기자 / 입력 : 2022.06.0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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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락./사진=김동윤 기자
어느덧 프로 13년 차를 맞이한 베테랑 신정락(35·한화)에게 2022시즌은 예상치 못한 일의 연속이다.

당장 3일 한화가 14-2로 승리한 대전 키움전도 그랬다. 선발 이민우가 갑작스럽게 햄스트링이 올라왔다. 급하게 준비하긴 했으나, 제대로 몸을 풀기에는 시간이 모자랐다.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가 빠르게 내려가는 이민우를 붙잡아 시간을 벌어줄 정도.


더구나 상황은 갓 등판한 투수에게는 최악이었다. 한화가 6-0으로 앞선 채 시작한 4회초였으나, 키움은 2사 후 2점을 뽑고 만루를 만드는 뒷심을 발휘했다. 하지만 신정락은 특유의 무표정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위기를 극복했다. 1S 1B에서 잘 제구된 커브로 김휘집에서 스윙을 끌어냈다. 결과는 헛스윙 삼진.

이후에도 2이닝을 더 올라와 안타와 볼넷을 내주지 않는 퍼펙트 피칭으로 경기 흐름을 완벽하게 한화 쪽으로 끌어왔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신정락이 중요한 시점에 등판해 위기를 넘기며 승기를 잡았다"며 결정적인 장면으로 잡았다.

4일 경기 전 만난 신정락은 "많이 던지지 않고 올라간 건 맞지만, 몸은 괜찮았다. 이번 주에는 그런 식으로 계속 올라가서 (2사 만루 위기에도) 딱히 별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신정락은 2019년 LG서 송은범과 1:1 트레이드된 이후 한화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년간 36경기(32이닝) 평균자책점 8.72를 기록했으나, 올 시즌에는 21경기 2승 1홀드 평균자책점 2.45, 25⅔이닝 4볼넷 16탈삼진을 마크하고 있다.

본인도 기대하지 않은 결과였다. 신정락은 "올 시즌은 목표가 없었다. 시즌 시작 전부터 가족들이 코로나19로 격리하는 일이 있어 스프링캠프에 참여하지 못했고 연습도 제대로 못 했다. 그러다 보니 이렇게 1군에 빨리 올라올 것이란 생각을 못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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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락./사진=한화 이글스


부진했던 두 시즌과 올해의 차이점은 시속 141~2㎞를 기록하던 평균 구속이 135㎞로 확 낮춰지고, 직구와 커브에 의존했던 지난날과 달리 체인지업 구사 비율(스탯티즈 기준 2021년 6%→2022년 23.2%)이 확연히 늘어난 것이다. 그러면서 9이닝당 볼넷 수가 2021년 6.75에서 1.75로 확 줄어드는 등 제구가 확연히 좋아졌다. 수베로 감독 역시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지게 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스트라이크가 많아지니 유리한 볼 카운트도 만들어진다. 모든 공의 커맨드가 잘 이뤄지면서 선수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칭찬했다.

신정락은 "이제 공을 세게 던지지 않으려 한다. 그동안은 억지로 세게 던지려 했다. 구속에 대해 마음을 내려놓고 편하게 미트만 보고 던지다 보니 오히려 제구력이 좋아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시즌 끝 무렵부터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했다. 이후 퓨처스리그에서도 많이 던지다 보니 스트라이크가 많이 들어가서 비중을 늘리게 됐다. 딱히 변화를 준 것은 없는데 구속 차이가 있어 타자들이 타이밍을 잡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만 나이 35세의 늦은 나이에 다시 찾아온 전성기. 스스로 생각한 비결은 '내려놓음'이었다. 신정락은 "마음을 내려놓으니 잘 되는 것 같다. 트레이드 당시에는 아무래도 나와 트레이드된 사람보다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2년여간 많은 일들이 있었고, 나도 나이가 많이 들었다. 현재 팀 방향 자체는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하는 팀이다 보니, 내가 (필요 이상의) 욕심을 부려서 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담담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어느덧 4년 차를 맞이한 대전 생활도 즐겁다. 신정락은 "전에 있던 팀이 인기 팀이긴 했지만, 한화 팬들도 만만치 않게 좋다. 그런 만큼 팬들에게 죄송한 마음이 컸다. 선수들도 다 착해서 좋다"면서 "필승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시즌 전에도 선수들의 부상이 있을 때 콜업돼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뿐이었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라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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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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