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KBO 리그 40주년 기념 '레전드 40인'에 선정된 더스틴 니퍼트가 23일 잠실 두산-KT전 클리닝타임에 열린 시상식에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
니퍼트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2022 신한은행 SOL KBO 리그 경기에서 '레전드 40인' 시상식에 참석했다. 이날 니퍼트는 전 팀 동료였던 홍성흔과 함께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이날 맞대결을 펼친 두산과 KT는 모두 니퍼트에게 의미있는 팀이다.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니퍼트는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며 팀의 에이스로 등극했다. 뛰어난 활약을 앞세워 팬들에게 '니느님'(니퍼트+하느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15년 어깨충돌증후군으로 고생했던 니퍼트는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어 이듬해에는 역대 외국인 투수 최다 승 타이기록인 22승으로 두산의 통합우승 주역이 됐고,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2017년까지 두산에서 뛴 니퍼트는 2018시즌을 앞두고 KT로 이적했다. 30대 후반의 많은 나이로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지만 29경기에서 8승 8패 평균자책점 4.25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니퍼트는 이 해 외국인 투수 최초로 통산 100승을 달성하면서 현역 생활을 마쳤다.
8시즌 동안 통산 102승 5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59를 기록한 니퍼트는 이번 '레전드 40인' 선정 과정에서 전문가 투표에서 79표(40.51점), 팬 투표에서 32만 4123표(5.93점)를 받아 총 점수 46.45점으로 33번째 레전드로 선정됐다.
![]() |
23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렸다. 클리닝타임에 열린 ‘레전드 40인’ 시상식에 참석한 더스틴 니퍼트(오른쪽)가 두산 전풍 사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레전드 선정 소감을 밝히는 시간이 다가오자 니퍼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안녕하세요"라며 짧은 한국말을 남긴 그는 팬들의 환호가 쏟아지자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이어 나가지 못했다.
어렵게 입을 뗀 니퍼트는 "한국에서 야구할 수 있게 해준 KT와 두산 구단에 너무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산과 KT 팬 여러분들께 선수 생활 동안 잊지 못할 좋은 기억 만들어줘서 감사하다"고 말한 니퍼트는 끝으로 양 팀 선수들을 향해 "여러분들 덕분에 야구할 수 있었고, 여러분들이 제 세상의 전부다"며 감사를 전했다.
왜 니퍼트는 눈물의 수상 소감을 밝혔을까. 시상식 후 스타뉴스와 만난 니퍼트는 "팬들과 구단 직원, 팀 동료들이 그리웠기 때문이었다"고 고백했다. "8년 동안 내 인생의 전부였다"고 말한 그는 "정말 팀메이트가 그리웠고, 그들은 내게 큰 의미로 다가온다"고 밝혔다.
그래서였을까, 시상식이 끝난 후 니퍼트는 KT와 두산 더그아웃에서 선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특히 오랜 시간 뛰었던 두산 선수들과는 한 명 한 명 포옹을 나누며 미소를 지었다.
KBO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였지만 은퇴식도 없이 그라운드를 떠난 니퍼트. 그의 인사에 니퍼트 본인도, 팬들도 감동에 빠졌다.
![]() |
더스틴 니퍼트. /사진=양정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