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거리면서도 응원석으로 향했다... 팬들에게 감동 안긴 '용병'

인천=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8.28 05:45
  • 글자크기조절
image
2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인천유나이티드 에르난데스가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절뚝거리면서 서포터스석으로 걸어가고 있다. /사진=김명석 기자
프로축구 인천유나이티드의 '복덩이 용병' 에르난데스(23·브라질)가 인천 팬들에게 또 다른 감동을 안겼다. 팀 승리를 이끈 결승골을 터뜨렸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의 부상을 당하고도 경기 후 서포터스석까지 힘겹게 걸어가 팬들에게 직접 인사까지 건넨 것이다.

에르난데스는 27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2 23라운드에 선발로 출전해 환상적인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은 인천의 2-0 승리를 이끄는 결승골이자 '경인더비' 라이벌을 승리로 장식한 골이 됐다.


그의 한 방은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전반 26분에 터졌다. 김준엽의 패스를 받은 그는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아 직접 역습을 전개했다. 폭발적인 드리블로 단숨에 페널티 박스 오른쪽 부근까지 파고든 그는 오른발로 낮게 깔아 찬 슈팅으로 서울 골망을 흔들었다. 슈팅 각도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도 그의 슈팅력이 빛난 장면이었다.

다만 에르난데스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10여분 뒤 공격 상황에서 기성용의 깊숙한 태클에 걸려 넘어진 뒤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그는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간 뒤 힘겹게 일어나 가까스로 다시 경기장에 투입됐다. 극심한 통증에도 어떻게든 경기를 계속 뛰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image
27일 FC서울과의 홈경기에서 기성용의 태클에 걸려 쓰러지고 있는 인천유나이티드 에르난데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그러나 5분여 만에 그는 홀로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얼굴을 두 팔로 가린 채 고통을 호소했다. 뛰기 어렵다는 그의 사인과 함께 결국 또다시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온 뒤 교체됐다. 인천 구단과 팬들은 물론 에르난데스 입장에서도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들것에 실려 나온 뒤 그의 모습은 혼자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통증이 심한 모습이었다. 다만 에르난데스는 곧장 병원으로 가는 대신 오른쪽 발목에 아이싱을 한 채로 벤치에 앉아 동료들을 응원했다. 결국 그는 경기가 모두 끝날 때까지도 벤치를 지켰다. 김도혁의 쐐기골을 더한 인천은 서울을 2-0으로 꺾었다. 에르난데스는 이적 후 처음 경인더비 승리를 맛봤다.

이날 1골을 더한 에르난데스는 인천 이적 후 8경기에서 8번째 공격 포인트(4골 4도움)를 쌓았다. 선발로 출전하기 시작한 최근 5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무려 4골 3도움인데, 공교롭게도 이 기간 인천은 무패 행진(3승 2무)을 이어오고 있다. 무고사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던 팬들의 눈물을 금세 닦아준, 그야말로 '복덩이'인 이유다.

경기를 모두 마친 뒤에는 에르난데스가 팬들에게 또 다른 감동까지 안겼다. 오른발을 제대로 딛지도 못하던 그는 절뚝거리면서까지 인천 서포터스석으로 홀로 걸었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인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서였다. 이적한 지 아직 두 달도 채 안 된, 그것도 외국인 선수가 보여준 감동적인 모습에 인천 팬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경기 후 조성환 감독은 "부상 정도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심한 것 같다"면서도 "빠른 시일 내에 회복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를 모두 마친 그는 여전히 오른발을 제대로 딛지 못한 채 절뚝거리다 스태프들의 부축을 받고 구단 버스로 향했다. 구단 관계자는 "병원에서 정밀 진단을 받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image
인천유나이티드 에르난데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기자 프로필
김명석 | clear@mtstarnews.com 트위터 페이스북

안녕하세요 스타뉴스 김명석 기자입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