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 이름붙은 사연... '손스퍼' 깨어나야 62년만의 우승 가능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2.09.12 12:53 / 조회 : 5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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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의 손흥민(왼쪽)과 해리 케인. /AFPBBNews=뉴스1
2022~2023 시즌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출범한 지 30주년이 되는 시즌이다.

손흥민(30)이 활약하고 있는 토트넘은 30년 전 EPL 창립을 주도한 클럽이다. 이미 클럽을 축구팀 역사상 최초로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리그 상업화를 주도했던 토트넘은 EPL이 산업적으로 세계 최고의 리그가 되는 초석도 놓았다. 토트넘은 주변의 반대 속에서도 유료 위성 TV인 BskyB(현 스카이 스포츠)가 리그 독점 중계권을 획득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줬다. 이 순간부터 EPL은 다른 유럽 프로축구리그를 압도하는 리그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토트넘은 EPL에서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른 적이 없다. EPL이 출범하기 훨씬 전인 1960~1961 시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한 게 마지막이다. 그래서 토트넘은 클럽의 명성에 비해 트로피가 없는 '무관의 제왕'으로 불린다.

올 시즌 EPL의 우승 판도는 여전히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이 이끌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두 팀에 도전할 만한 클럽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토트넘 등이 거론된다.

현재 리그 3위에 올라 있는 토트넘은 이번 시즌 6경기 동안 5실점(리그 최소 공동 2위)으로 상대 공격을 저지할 만큼 수비가 안정돼 있다. 공격에서도 해리 케인(29·잉글랜드)이 5골(리그 공동 3위)을 넣었고 올 시즌 영입한 히샬리송(25·브라질)이 공격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하지만 토트넘의 화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6경기에서 12골을 넣어 리그 공동 5위를 기록 중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시즌 EPL 득점왕인 손흥민에게 쏠리는 시선이 뜨겁다. 손흥민은 시즌 개막 후 지금까지 무득점이다. 지난 시즌에 비해 볼 터치 횟수도 줄었고 무엇보다 그의 전매특허인 폭풍 질주의 위력이 약화됐다.

하지만 손흥민은 가장 최근 리그 경기인 지난 3일(현지시간) 풀럼전에서 부활의 조짐을 보였다. 골대 불운으로 득점은 기록하지 못했지만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민첩한 움직임이 돋보였다. 안토니오 콘테 토트넘 감독도 "골만 빼놓고 모든 걸 해냈다"며 손흥민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토트넘의 공격이 위협적인 이유는 케인과 손흥민 때문이다. 페널티 박스에서 발생한 웬만한 기회에서 케인은 골을 놓치는 적이 드물다. 반면 손흥민은 특히 페널티 박스 외곽에서 득점력이 강점이다. 무엇보다 두 선수는 도움과 득점을 자주 합작하는 '영혼의 파트너'로 상대 수비에게는 곤혹스러운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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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AFPBBNews=뉴스1
토트넘의 별칭은 홋스퍼(Hotspur)다. 홋스퍼는 중세 잉글랜드 왕국의 전쟁영웅이었던 헨리 퍼시(1364~1403)의 별명이다. 문자 그대로 홋스퍼는 '뜨거운 박차'다. 퍼시가 전쟁 중에 말을 빨리 달리기 위해 자주 그의 신발 뒤축에 달려 있는 박차로 말의 배를 찼기 때문에 붙은 애칭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해리 홋스퍼'로 부르며 추앙했다. 토트넘 구단이 창단됐을 때 홈구장으로 사용한 곳이 퍼시의 저택이 위치했던 부근이라 자연스레 클럽에도 이런 별칭이 붙었다.

리그 우승이라는 토트넘의 꿈은 케인의 날카로운 창과 손흥민의 쾌속 질주가 조화를 이뤄야 가능하다. 해리(해리 케인)와 홋스퍼(손흥민)의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래야 62년 만의 리그 우승에 도전장을 던질 수 있다.

2022년은 또 다른 측면에서 두 선수에게 매우 중요한 해다. 오는 11월 펼쳐지는 카타르 월드컵 때문이다. 케인은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 처음으로 잉글랜드에 월드컵 트로피를 안겨줄 수 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이 전성기에 치르는 사실상 마지막 대회이다. 그래서 카타르 월드컵은 '월드 클래스'로 성장한 손흥민의 진정한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무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카타르 월드컵은 사상 최초로 유럽 프로축구 시즌 중에 열린다. EPL의 경우 11월 13일부터 브레이크를 갖고 월드컵이 끝난 뒤인 12월 26일에 재개될 예정이다. 토트넘의 득점을 책임지는 핵심 선수 가운데는 케인, 손흥민, 히샬리송 등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많다.

토트넘이 우려하는 부분은 이 선수들의 '월드컵 번아웃'이다. 일반적으로 월드컵 등 주요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경우 선수들이 체력 고갈 때문에 소속 클럽에 돌아와 곧바로 최상의 폼을 유지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유로 대회를 마치고 복귀한 케인도 크리스마스 때까지 단 2골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런 올 시즌의 특별한 일정 때문에 토트넘은 11월 이전에 최대한 많은 승점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EPL 득점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엘링 홀란드(22·노르웨이)와 지난 시즌 손흥민과 함께 EPL 득점 공동 1위를 기록했던 모하메드 살라(30·이집트)를 각각 보유하고 있는 맨체스터 시티나 리버풀과는 다소 다른 상황이다. 이 두 선수는 모국 노르웨이와 이집트가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지 못해 월드컵 기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빠른 부진 탈출을 기다리는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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