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경쟁 사실상 끝났다... 월드컵 최종 엔트리 '윤곽'

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9.1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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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1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9월 A매치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마지막 평가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은 마지막까지 경쟁에 불을 지피기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고 대표팀을 꾸렸다. 자연스레 월드컵 최종 엔트리도 거의 윤곽이 드러났다.

벤투 감독은 13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일 코스타리카(고양종합운동장), 27일 카메룬(서울월드컵경기장)과의 9월 평가전 명단을 발표했다. 이번 평가전은 월드컵 전 유럽파가 소집돼 치를 수 있는 마지막 평가전이다. 이번 명단에 많은 관심이 쏠렸던 배경이다.


우선 벤투 감독은 실험이나 경쟁을 최대한 배제한 채 9월 대표팀 명단을 구성했다. 월드컵 엔트리 수에 맞는 '26명'만 발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무려 30명을 발탁할 계획을 세운 일본을 비롯해 월드컵 출전이 유력한 선수들을 과감하게 제외하고 새로운 자원 찾기에 나서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경쟁의 문은 거의 닫은 분위기다.

덕분에 월드컵 최종 엔트리의 윤곽도 거의 드러났다. 우선 벤투호 출범 이후 줄곧 굳건했던 김승규(알 샤밥)-조현우(울산) 골키퍼 체제를 이을 세 번째 골키퍼 옵션으로는 송범근(전북)이 낙점을 받았다. 김동준(제주) 구성윤(무소속)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모습이다.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빠짐없이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고 있는 만큼 백업 골키퍼로 최종 엔트리 승선 가능성이 커졌다.

왼쪽 풀백엔 김진수(전북) 홍철(대구), 오른쪽 풀백은 김문환(전북) 김태환(울산) 윤종규(서울)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일부 선수들의 최근 소속팀 활약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가 있지만, 벤투 감독 역시도 다른 뚜렷한 대안을 찾지 못하면서 그동안 꾸준히 발탁했던 선수들을 재신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김문환 윤종규는 팀 상황에 따라 왼쪽도 소화가 가능한 만큼 벤투 감독이 월드컵 엔트리 확대(23명→26명)와 맞물려 풀백 추가 발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박민규나 이용(이상 수원FC) 등은 9월 명단 제외로 엔트리 경쟁에서 사실상 밀리게 됐다.

핵심 센터백 라인인 김민재(나폴리) 김영권(울산)의 백업으로는 각각 조유민(대전)과 권경원(감바 오사카)이 이름을 올렸다. 박지수(김천) 정승현(울산) 등 오랫동안 부름을 받았던 수비수들은 이번 9월 A매치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낙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선 풀백과 마찬가지로 엔트리 확대와 맞물려 센터백을 추가로 발탁할지 여부가 유일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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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국가대표팀 9월 코스타리카·카메룬전 평가전 명단(26명). /사진=대한축구협회
중원에선 황인범(올림피아코스) 정우영(알 사드) 백승호(전북)에, 그동안 벤투 감독이 오랫동안 발탁을 추진하고도 소속팀 반대나 부상 등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던 손준호(산둥 타이산)가 복귀하면서 윤곽이 잡혔다. 반면 최근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김진규(전북)나 고승범(김천) 등은 손준호의 복귀 등과 맞물려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선은 손흥민(토트넘)과 이재성(마인츠) 권창훈(김천) 황희찬(울버햄튼) 등을 향한 벤투 감독의 신임 속에 정우영(프라이부르크)과 나상호(서울)도 재부름을 받았다. 반면 이동경(한자로스토크)과 이동준(헤르타 베를린)은 독일 진출 이후 출전 기회가 크게 줄어들면서 자연스레 대표팀과도 거리가 더 멀어진 모양새다. 이동경은 지난 1월, 이동준은 3월이 마지막 대표팀 소집일 정도다. 이승우(수원FC) 김대원(강원) 역시 K리그에서의 활약과는 별개로 벤투 감독의 외면을 또 받으면서 월드컵 희망은 사실상 사라졌다. 최전방 공격수 원톱 자리는 1년째 굳건하게 이어지고 있는 황의조(올림피아코스) 조규성(전북) 체제가 완전히 굳어진 상태다.

사실상 윤곽이 드러난 엔트리 가운데 벤투 감독의 '마지막 고민'은 9월 최종 시험대에 오르게 된 이강인(마요르카)과 양현준(강원) 정도다. 윤곽이 드러난 최종 엔트리에 막판 극적인 변화를 일으킬 유이한 후보들이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송민규(전북) 엄원상(울산)이 부상으로 빠진 자리에 2선 자원으로 부름을 받았다. 꾸준히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던 만큼 이들이 부상에서 회복할 경우 벤투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 있다.

특히 재발탁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렸던 이강인의 경우 벤투 감독이 기자회견을 통해 직접 '수비'에 대한 아쉬움을 재차 드러낸 만큼, 9월 평가전에서 벤투 감독의 마음을 어떻게 잡느냐가 중요해졌다. 벤투호에 빠르게 녹아들 수만 있다면 경쟁이 아니라 그동안 벤투호에 없던 새로운 무기로 완전히 자리잡을 수 있다. 이강인보다 한 살 어린 양현준은 송민규 엄원상 등 다른 공격수들과 얼마나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월드컵 희망이 달라질 수 있다.

벤투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월드컵까지 시간이 아직 있고, 선수들도 저마다 많은 소속팀 경기에 나서야 한다. 최종 명단은 계속 고민해야 한다"면서도 "명확한 사실만큼은 숨길 수 없다. (이번에 소집된) 많은 선수는 최종 엔트리에도 포함될 것이다. 어떤 변화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9월 명단을 통해 최종 엔트리 윤곽이 거의 잡힌 가운데, 이 안에서 극히 일부 변화만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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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9월 튀르키예에서 열린 조지아와의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이강인.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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