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새 '축구 인생'이 달라졌다... 조규성이 그리는 또 다른 '드라마'

수원=김명석 기자 / 입력 : 2022.09.19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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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공격수 조규성이 18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삼성전에서 골을 터뜨린 뒤 포효하고 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해 8월이었다. 파울루 벤투(53·포르투갈)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당시 김천상무에서 뛰던 공격수 조규성(24·전북현대)을 깜짝 발탁했다. 당시 26명의 대표팀 명단 가운데 유일한 '최초 발탁'이기도 했다. 대표팀 명단이 발표되는 날인지도 몰랐을 정도로, 조규성 스스로에게도 깜짝 놀랄 일이었다.

당시 소속팀 김천은 K리그2(2부) 소속이었던 데다, K리그2에서 화려한 기록을 남긴 것도 아니었다.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 그의 기록은 16경기 2골 3도움. 국가대표팀의 최전방 공격수로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기록이었다. 상대가 이라크·레바논 등 한 수 아래의 팀들이긴 했으나, 중요한 월드컵 최종예선의 시작이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떨어지는 발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벤투 감독은 당시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제공권도 좋다. 팀에서 어떻게 녹아드는지 잘 살펴볼 것"이라며 "수비 라인 사이에서 플레이가 좋다. 제공권뿐만 아니라 다른 장점들을 보고 대표팀에 선발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벤투 감독의 이 발탁이 조규성의 축구 인생을 완전히 바꿔놨다.

최종예선 2차전이었던 레바논전에 선발로 출전하며 A매치 데뷔전을 치른 그는 전반전만을 소화한 뒤 황의조와 교체됐다. 그러나 짧은 소집 훈련 기간 등을 통해 벤투 감독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그는 꾸준히 벤투 감독의 부름을 받았고, 황의조가 부상으로 빠진 그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라크전에선 모두 최전방을 책임졌다.

국가대표 공격수라는 타이틀은 고스란히 자신감이 됐다. 10월 대표팀 소집 이후엔 소속팀에서 3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는 등 득점력이 크게 올랐다. 팀의 승격을 이끈 올해는 무려 13골 4도움의 기록을 남기고 전역했다. 그 사이 대표팀 내 입지도 점점 더 좋아졌다. 황의조의 백업이 아니라, 이제는 황의조와 경쟁 구도에 올랐다는 평가까지 나올 정도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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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터키 전지훈련 당시 아이슬란드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터뜨린 뒤 거수경례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조규성. /사진=대한축구협회
카타르 월드컵 출전도 기정사실이 됐다. 조규성은 지난 1년 간 단 한 번도 벤투 감독이 소집 명단에서 제외한 적이 없을 정도로 굳건한 신임을 받고 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대표팀 발탁 자체가 파격이었던 조규성의 축구 인생이 1년 만에 완전히 바뀐 셈이다.

그런데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그야말로 드라마 같은 조규성의 도전은 아직 남아 있다. 최근 전역 후 전북으로 복귀한 그는 18일 수원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3-2 승리를 이끌었다. 김천에서 기록했던 13골에 이날 넣은 1골을 더해 K리그1 득점 2위(14골)로 올라섰다. 선두 주민규(제주유나이티드)와는 단 1골 차. 대표팀에 처음 발탁됐을 당시만 하더라도 공격수로서 부족한 득점력이 약점으로 지적됐다면, 이제는 K리그1 득점왕 타이틀이 가시권에 들어온 셈이다.

뿐만 아니다. 공교롭게도 소속팀 전북은 조규성이 합류한 뒤 3연승을 달리고 있다. 4경기 연속 무승(3무1패)의 늪에 빠지며 우승 레이스에서 뒤처지는 듯싶더니, 전역한 조규성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시점부터 완전한 반등에 성공했다. 조규성이 전역하기 전 울산에 10점 차로 뒤지고 있던 전북은 어느새 5점 차로 격차를 줄인 채 파이널 라운드를 맞이하게 됐다. 이른바 '조규성 효과'가 역전 우승에 대한 불씨를 지핀 셈이다.

조규성 역시도 팀의 역전 우승, 그리고 득점왕 타이틀에 대한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그는 수원전 직후 취재진과 만나 "득점왕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득점을 해야 팀도 안정적으로 이길 수 있다"면서 "팀이 힘든 상황에서 왔다. 역전 우승까지 이뤄낸다면 무엇보다 값질 것"이라고 말했다. 팀이 어려울 때 합류해 역전 우승을 이끌고, K리그 득점왕 타이틀까지 달고 월드컵 무대에 나서는 것. 1년 새 축구 인생이 완전히 바뀐 조규성이 그리고 있는 또 다른 반전 스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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