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10. 의견 차이, 싸움말고 씨름으로 해결해야

전시윤 기자 / 입력 : 2022.10.06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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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씨름협회 홈페이지


우리 전통 민속 스포츠 씨름이 갖는 어휘의 다의성을 생각해 보자.

'씨름'이란 어휘는 우리 언어생활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 우리말에는 씨름이란 단어가 여러 군데에서 쓰인다. 모래판에서 온 몸으로 하는 씨름이 있는가 하면 팔씨름과 입씨름도 있고 책과 씨름하였다고도 한다.


모래판에서 온 몸으로 하는 씨름대회서 우승한 장사에게는 부상으로 돈(상금) 대신 누런 송아지를 부상으로 주었다. 주기도 쓰기도 불편한 누런 송아지를 말이다. 하지만 씨름에서 송아지를 수상한 것은 오래된 전통이다.

예전 농촌의 소는 오늘날에 경운기나 트랙터의 역할을 대신했다. 농업국이었던 우리나라에서 소는 든든한 재산이며 식구였다. 농촌이 고향인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그 당시 농사를 위해 논과 밭을 갈거나 짐을 운반 할 때 소가 많은 역할을 했다. 그런 관계로 소 가격이 다른 것에 비해 엄청 비싸 재산의 일부로도 취급했다. 이때 암소보다는 황소가 힘이 세고 값도 비쌌다. 또한 소를 팔 때에는 온 가족이 슬퍼 할 정도로 한 식구 같은 존재였다.

소는 죽어서도 우리에게 고기와 가죽을 남겨 준다. 어떻게 보면 인간을 위해 한평생 살다가 죽어서도 인간을 위해 모든 것을 주는 존재이다.


이런 소를 그것도 황송아지를 씨름 경기 우승자에게 부상으로 준 것은 우승자가 갖고 있는 센 힘을 아무데나 함부로 쓰지 말고, 황소처럼 인간을 위해 유익하게 쓰라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된다.

누런 송아지를 부상으로 주는 씨름은 싸움보다 상위의 개념으로 삶의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고 본다. 씨름이라는 어휘의 다의성을 갖는 이유이다. 진리와 도리에 입각하여 자아를 확립하고 완성하기 위해 밤새도록 책을 보았다면 이는 책과 씨름 한 것이고, 내일 시험에 만점을 받기 위해서라면 책과 싸움 한 것이다.

아울러 어떤 사안에 대해 각자의 의견을 말하면서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바른 예의와 명분과 이론을 가지고 논리적인 대화를 했다면 입씨름을 한 것이고, 비속어를 섞어가며 상대에 가슴에 못을 박는 대화였다면 말싸움을 한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 고유문화의 하나인 씨름은 인간교육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체력이든 권력이든 힘은 주위사람들이 잘 될 수 있도록 쓰는 인성 즉 선비정신을 함양토록 하는 철학적 교육적 가치가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이는 경기에서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고 경기가 끝나면 경쟁을 삼지 않고 서로 예의를 지켜가는 서양의 스포츠맨십(Sportsmanship)이나 신사도와 일맥상통한다고 할 것이다.

필자는 2011년 4월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현 경북지사이신 이철우 의원 주최로 개최된 '씨름활성화 및 세계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이와 같은 내용을 발표한 바 있다. 이날 토론자로는 박승한 (당시) 대한씨름협회장, 황경수 (현) 대한씨름협회장, 이만기· 손상주· 차경만 장사, 김의환 용인대 교수, 박현철 KBS차장 등이 참여했다.

이 행사 후 이철우 의원이 문화체육상임위에서 "문체부 양재완 과장 말에 의하면 우리 의원들은 말싸움이 아닌 입씨름을 하여야 한다." 고 발언해 여러 사람이 무슨 말이냐고 물어왔던 것과 "그 내용이 어디에 나오느냐? 인터넷을 뒤져도 안 나오더라"고 해 "제 생각이다"고 답을 한 기억이 난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어지러운 장면들을 볼 때면 씨름을 통해 선비정신을 보급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 전통문화인 씨름이 필요하냐고 할 분도 있겠지만, 물질만능시대에 인간교육을 통한 자기완성이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요즘 미국의 많은 중학교에서 태권도를 정규과목으로 운영되는 것과 같이 말이다.

한발 더 나아가 여건이 허락되면 필자가 몸담고 있는 '행정사법인CST' 부설 '문화행정연구소'에 소속된 문화, 체육, 관광, 미디어, 문화재, 홍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교수, 연구원, 변호사 등 유능한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여 씨름을 레슬링이나 스모(일본)처럼 국내는 물론 여러 나라에 한류와 함께 실어 보내고 싶다.

- 양재완 행정사법인 CST 공동대표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 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 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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