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11. 10월은 축제의 계절

전시윤 기자 / 입력 : 2022.10.1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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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오곡백과가 알알이 영그는 매년 10월 즈음이면 우리나라 방방곡곡에는 지역축제가 열린다.


지난 8일 밤 서울에서는 수십만 인파가 원효대교와 마포대교 사이의 한강 조망권에 모여서 'We Hope Again'이라는 슬로건의 '2022 서울세계불꽃축제'를 즐겼다.

일본팀의 'A Sky Full of Hope'(희망으로 가득한 세상)와 이탈리아팀의 'A New World'(신세계)에 이어 한국팀(한화)의 '별 헤는 밤' 주제의 10만여 발의 화려한 불꽃과 멀티미디어 불꽃쇼에 환호했다.

다음달 5일 열리는 '부산광안리불꽃축제'와 지진복구 여파로 올해 개최여부가 불확실한 '포항국제불꽃축제'도 국제적인 명성을 쌓은 우리나라 3대 불꽃축제다.


축제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세시풍속에서 비롯된 공동체 의례에서 그 시원을 찾을 수 있다. 축제(festival)는 공동체 사회 또는 집단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일 혹은 시간을 기념하는 일종의 의례행위다.

오늘날에는 주로 문화과학자인 호이징가가 호모 루덴스(Homo ludens)에서 주창한 '제의와 놀이 그리고 축제는 본질적으로 매우 유사하다'는 입장에 비춰보면, 의례와 구분되지 않았던 축제는 놀이 혹은 유희의 속성이 두드러지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전통 시대에 있었던 축제는 대부분 일제 강점기 시기 탄압을 받아 그 맥이 끊겨 거의 사라졌으며 광복 이후 자연스럽게 세시풍속의 전승이 복원되고 70년대 근대화 시기 관주도로 생활문화권(기초자치단체) 단위의 '향토축제'가 개최되었다.

이러한 향토축제가 중앙정부 차원의 본격적인 조사와 진흥정책이 이뤄진 것은 1994년까지 국토교통부 소관이었던 관광 행정이 문화체육부로 이관되었다. 1995년 당시 한국문화정책개발원에 재직하던 필자의 기획에 의해 민속학과 국문학, 역사학, 문화과학, 관광학 등 축제 관련분야 전공자 10여 명이 참여해서 '한국의 지역축제'를 간행(문화체육부, 1996년)하면서 '축전', '제전', '~제', '문화제', '향토축제'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지역축제'로 규정하고, 412개에 이르는 우리나라 축제 전수조사 자료를 수록한 정부간행물을 발간하면서 '지역축제'라는 명칭이 통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 초중반에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류정아 박사가 '지역축제 조사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를 발간하면서 실태조사와 평가방법 개선에 대한 준거틀이 만들어졌다.

사실 우리나라 축제의 역사는 설, 단오, 추석 등 세시풍속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축제는 정부(문화체육관광부)가 매년 선정 지원하는 '문화관광축제' 외에도 '강릉단오제' 등이 있는데, 강릉지역에는 다른 지역에서 대부분 멸실되었던 단오절의 풍습이 전래되고 있었다. 그것을 계승한 것이 오늘날의 '강릉단오제'다.

1931년 남원 광한루에서 단오제의 일환으로 개최하기 시작한 '남원춘향제'도 단오절 춘향제사에서 기원된 유서 깊은 지역축제다. 이와는 달리 예술행사에서 비롯된 축제도 많은데, 진주의 '개천예술제'는 1949년 제1회 '영남예술제'를 바탕으로 1959년부터 '개천예술제'로 명칭을 바꾸어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올해 10월 10일부터 31일까지 진행 중인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임진왜란 당시 벌어진 진주성 전투에서 왜군이 강을 건너려고 하자 강물 위에 유등(기름으로 켜는 등불)을 띄워서 이를 저지했다는 기록에 근거를 둔 지역 대표축제다.

1958년부터 매년 10월 전국 광역 시·도를 순회하며 17개 시·도 및 이북5도의 대표 민속예술이 한자리에 모여 60여 년간 경연을 펼쳐 온 '한국민속예술제'는 올해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공주시 아트센터 '고마'에서 개최된다.

'한국민속예술제'는 그동안 700여개의 민속예술 종목을 발굴하고, 이를 통해 국가무형문화재 44개, 시·도 무형문화재 135종목 지정에 기여했으며, 그 중 11종목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와 함께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된 유네스코 등재 국내 세계유산을 주제로 진행되는 '세계유산축전'도 매우 의미가 큰 축제다. 세계사적으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인류의 유산을 주제로 전통공연, 재현행사, 체험,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세계유산의 가치를 전달한다. 2022년 제3회 '세계유산축전'은 경상북도(안동, 영주), 경기도 수원화성,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서 펼쳐질 예정이다.

이와는 달리 엑스포 형식의 축제도 늘어나고 있다. 경남 고성에서는 10월 한 달 간 '2022고성공룡세계엑스포'가 '당항포관광지'에서 개최된다. '2022영주세계풍기인삼엑스포'는 10월 23일까지 경북 영주시 '풍기인삼문화팝업공원' 일원에게 개최된다.

전북 순창에서는 매년 가을 한국의 전통장류를 소재로 한 '순창장류축제'가 열린다. 우리 맛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가 볼만한 지역축제다.

올해 제29회 '광주세계김치축제'는 대한민국 대표 음식 축제이다. 10월 20일부터 23일까지 김치에 담긴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문화와 전통을 만나는 시민 체험의 장이자 김치관련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거래와 홍보가 이루어지는 축제다.

우리나라에서 연리고 있는 지역축제의 수는 단순 이벤트나 소규모 예술행사 등을 제외하고도 1,400~1,500여 개 정도로 추산된다. 지역축제는 정체성 확보나 관광 촉진 효과 등에 힘입어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지역축제들은 정체성이 상실되어 가면서 전시성 이벤트 행사가 급증하거나 과시성 행사로 인하여 예산투입의 비효율성이나 지역 주민과의 괴리가 지적되기도 한다. 지역의 문화적, 역사적 특성을 간과한 채 화려한 행사를 펼치기에 급급한 축제는 언론의 관심이나 관객동원에는 어느 정도 성공할지 모르지만 축제에 참여하는 지역의 주민, 또는 축제를 관람하러 온 외부인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해소 하지 못한다면 축제는 오래도록 지속되는 전통으로 남기 어려울 수 있다. 각각의 축제가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의지와 함께 전문가의 조언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축제들이 각 고장을 대표하는 문화상품으로의 자리를 공고히 다질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원태 문화행정연구소ICST 선임연구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 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 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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