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진 자존심 회복했다... 무사 2루 위기 삭제→천금 홀드 '조커 변신 성공'

고척=심혜진 기자 / 입력 : 2022.11.05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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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 나선 SSG 박종훈이 8회말 2사 1, 3루에서 키움 김태진을 삼진으로 잡고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SSG 랜더스 잠수함 박종훈(31)이 4년 만에 오른 한국시리즈 마운드에서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멋진 호투를 선보이며 '천금 홀드'를 올렸다. 조금이나마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했다.


SSG는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승제) 3차전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8-2로 이겼다. 이로써 SSG는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우위를 점했다. 남은 4경기서 2승만 거두면 창단 첫 우승을 맛보게 된다.

SSG는 이날 선발투수 오원석의 5⅔이닝 1실점 호투에도 좀처럼 키움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7회까지 0-1로 끌려갔다.

SSG는 경기 막판 뒷심을 발휘했다. 8회초 2사 2루에서 터진 후안 라가레스의 2점 홈런으로 2-1 역전에 성공했다.하지만 곧바로 위기가 이어졌다. 키움이 쉽게 물러서지 않은 것이다.


8회말 선두타자 이정후가 2루타를 치고 나가며 압박하자 SSG 벤치는 여기서 박종훈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원형 SSG 감독은 서진용, 노경은 등 기존 불펜 필승조 대신 박종훈을 선택했다.

박종훈은 벤치 기대에 완벽히 부응했다. 야시엘 푸이그를 2루 땅볼로 처리한 뒤 계속된 1사 3루에서 김혜성을 내야 뜬공으로 잡아내 아웃카운트 2개를 올렸다. 이지영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곧바로 김태진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면서 실점 없이 8회말 수비를 마쳤다.

SSG는 이후 9회초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타선이 6점을 더 뽑아내며 키움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박종훈의 천금 같은 홀드가 SSG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박종훈은 지난해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복귀한 올 시즌 11경기 3승 5패 평균자책점 6.00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는 올랐지만 선발 카드로 나설 수 없었다. 대신 불펜에서 대기하며 마운드에 오를 일만 기다리고 있었다. 박종훈의 역할은 다양할 것으로 예상됐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롱릴리프로, 만약 필승조를 모두 소모하고 경기가 연장으로 갔을 때 등이 있다.

대기한 끝에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4년 전 이날인 2018년 11월 4일은 박종훈이 두산 베어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 선발로 등판했던 날이다. 한국시리즈 데뷔전이던 그때 박종훈은 4⅓이닝 2실점을 기록했고, 팀은 승리했다.

올해는 불펜으로 나서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고 팀 승리를 견인했다. 조금이나마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등판이었다.

경기 후 김원형 감독은 박종훈을 8회 끝까지 밀어 붙인 것에 대해 "이판사판이었다"고 농담을 한 뒤 "종훈이 구위를 믿었다. 노아웃 2루 상황에서 타선을 봤는데 불펜에서 투수들이 몸을 풀고 있긴 했지만 종훈이를 믿고 가기로 했다. 1점 더 줘도 된다고 생각해 맡겼다. 오늘 종훈이가 막은 것이 포인트가 됐다. 종훈이가 불펜으로서 처음이지 않을까 싶은데, 긴장감 있는 상황에서 무실점으로 막아줬고, 그것이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박종훈의 등판 소감은 어떨까. 부담되는 상황이었을 텐데도 단번에 "재밌었다"고 했다. 그는 "부담은 되지 않았다. 마음으로는 한 점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동점이 되더라도 우리가 9회에 충분히 점수를 내서 앞서갈 수 있다고 믿었다"며 "팀이 나를 믿기 때문에 그 상황에서 올린 것이지 않나. 그런 부분에서 너무 좋았고, 기분도 좋았다. 그러다 보니 더 재밌게 했던 거 같다. 마지막에 (김태진을) 삼진으로 잡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다. 던지자마자 내가 원했던 코스로 커브가 완벽히 들어가서 정말 좋았다"고 만족감을 전했다.

누구보다 한국시리즈를 즐기고 있는 박종훈이다. 그는 "정규시즌 때 못한 걸 한국시리즈에서 만회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며 "누구보다 한국시리즈 자체를 즐기고 있다. 내가 제일 신난 거 같다(웃음). 일단 첫 단추를 잘 꿴 만큼 두 번째 세 번째 단추도 잘 껴서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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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 8회말 2사 1,3루에서 SSG 박종훈이 키움 김태진을 삼진 처리하며 기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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