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외야수도 극찬, 대량실점 막는 결정적 커트 어떻게 할 수 있었나

고척=심혜진 기자 / 입력 : 2022.11.0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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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오태곤./사진=뉴시스
SSG 랜더스 오태곤(31)이 자신의 첫 한국시리즈 무대서 맹활약했다. 공격과 수비 모두 좋았다.

SSG는 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키움 히어로즈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8-2로 승리했다. 이로써 SSG는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우위를 점하게 됐다. 한국시리즈 우승 확률 87.5%까지 잡았다.


이날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인 선수는 오태곤이다. 공수에서 모두 활약했다. 숨은 MVP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공격이다. 그는 정규시즌 요키시와 맞붙은 7차례 승부에서 타율 0.429(7타수 3안타)에 2루타 2개 등 좋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그래서 김원형 감독은 최주환 대신 오태곤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2011년 1군 데뷔 후 처음 맞이한 한국시리즈 선발 데뷔전이었다. 지난 1, 2차전에서는 대타로만 나섰다.

그리고 타석에서 사령탑의 믿음에 보답했다. 2회 1사에서 맞이한 첫 타석에서 요키시를 상대로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하지만 다음 김성현이 병살타를 쳐 득점에는 실패했다. 이후 두 타석에서 뜬공으로 물러난 오태곤은 경기 막판 안타를 추가했다. 팀이 2-1로 역전한 9회초 선두타자로 나와 키움 마무리 김재웅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만들어냈다.


이 안타는 빅이닝의 시발점이 됐다. 김성현의 번트가 투수 정면으로 가면서 오태곤은 2루에서 아웃됐다. 김성현은 세이프. 이후 김민식 안타, 추신수 자동고의4구로 만루가 만들어졌다. 대타 김강민과 최정의 연속 적시타 그리고 한유섬과 박성한의 2루타를 묶어 대거 6득점을 뽑았다. 9회 타자일순하며 온 5번째 타석에서 상대 실책으로 이날 3출루에 성공했다.

오태곤은 수비에서도 빛났다. 기민한 수비로 대량 실점 위기를 잘라냈다.

상황은 이랬다. 0-0으로 팽팽하게 맞선 4회말 1사에서 SSG 선발 오원석이 푸이그에게 2루타를 맞았다. 김혜성은 삼진으로 처리했지만 이지영에게 볼넷을 내줘 위기 상황을 맞이했다. 2사 1, 2루에서 김태진이 적시타를 때려내자 2루 주자 푸이그가 홈으로 쇄도했다. 그러자 공을 잡은 중견수 최지훈이 홈으로 뿌렸다. 송구는 3루쪽으로 살짝 치우쳤고, 푸이그는 홈으로 전력질주해 타이밍상으로는 세이프 확률이 높았다. 최지훈의 송구가 내야를 지나 마운드 근처로 향했을 때 컷오프 플레이하던 오태곤이 나타나 커트했다.

오태곤이 포구했을 때 1루에 있던 이지영은 3루로 달려가던 중이었다. 곧바로 런다운 플레이로 연결됐고, 이지영을 아웃시키면서 이닝이 끝났다. 2사 1, 3루 또는 1, 2루로 이어질 수 있던 흐름을 잘라내 대량 실점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날 중계를 맡은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오태곤의 수비를 보고 "중계 플레이를 상당히 잘했다. 흐름을 끊고 이닝도 끝냈다"고 칭찬했다.

선발 1루수로 출장했던 오태곤은 9회말엔 외야수로 변신했다. 중견수로 나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자신의 손으로 잡아냈다.

경기 후 오태곤은 "긴장이 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긴장이 되지 않았다"고 웃은 뒤 "요키시를 상대로 잘 치긴 했는데, 첫 타석 때 타이밍이 맞더라. 자신감 있게 돌리면 되겠구나 해서 쳤더니 좋은 결과 나왔다. 운도 따른 것 같다"고 자신의 타격에 대해 돌아봤다.

무엇보다 이날 최고의 플레이는 수비였다. 이에 대해 오태곤은 "우리팀 외야수들이 워낙 어깨가 좋기 때문에 웬만하면 커트를 안하는데, (최)지훈이 송구가 휘어서 오더라. 우리 타격이 좋기 때문에 1실점으로 자르면 (오)원석이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커트를 했는데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오태곤은 13년 차 베테랑이지만 포스트시즌이 처음일 정도로 가을야구와 인연이 없었다. 공교롭게도 이적한 해에 전 소속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른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오태곤은 2017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KT 위즈에 이적했다. 오태곤이 떠난 그 해 롯데는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했지만, KT는 최하위에 머물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2020년 8월 KT에서 트레이드로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로 왔다. 이번에도 롯데에서 KT로 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 해 SK는 9위로 시즌을 마감했는데 전 소속팀 KT는 정규시즌 2위로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올라갔다. 이듬해엔 창단 첫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두 번의 트레이드는 오태곤에게 포스트시즌 출전 기회가 날아간 셈이다.

오태곤은 "너무 행복하다. 항상 TV로만 봤었는데, 이제는 전 소속팀들이 경기를 보고 있지 않겠나. 그래서 더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전 소속팀들에 미안한 마음이 더 컸다. 내가 자리를 잡았으면 트레이드로 주지 않았을 텐데, 내가 결과적으로 못했으니 팀을 옮긴 것 아니겠나. 후회나 미움 등 그런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몇 점을 주고 싶냐는 질문에는 "(팀 승리에) 반값은 하지 않았나 싶다. 아 플러스 5점 더해서 55점 주고 싶다"고 웃어보였다.

올 시즌 종료 후 오태곤은 FA 자격을 얻는다. FA 등급제 기준 상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는 C등급을 취득할 것이 유력하다. 한국시리즈 활약으로 어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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