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사라지는 원클럽맨, 그로 인해 얻는 3가지... KBO에는 청신호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2.11.28 08:06 / 조회 :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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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차례로 키움 이형종, NC 박세혁, 한화 채은성, 롯데 유강남, KT 김상수./사진=각 구단 제공
지난 17일 KBO리그 FA 시장이 개시된 지 일주일 만에 공시된 21명 중 12명이 계약에 성공했다. 퓨처스리그 FA로서 새 팀을 찾은 이형종(33·키움)과 한석현(28·NC)까지 포함하면 23명 중 14명에 시장에 풀린 돈만 총 749억 6900만 원으로 활황이다.

주원인은 2023년부터 도입되는 샐러리캡(선수 지급 금액 상한액) 제도가 가장 크다. 한시도 비워둘 수 없는 주전 포수들이 FA 시장에 대거 풀린 점도 한몫했다. 몇몇 구단은 손발이 묶였지만, 리빌딩을 이유로 샐러리캡에 여유가 있던 팀들이 과감하게 투자하면서 FA 대이동이 이뤄졌다. 14명의 FA 선수 중 잔류한 것은 장시환(35·한화), 박민우(29·NC), 오태곤(31·SSG) 등 3명에 불과했다. 각 팀의 원클럽맨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로 여겨졌던 선수들도 많이 떠났다. 유강남(30·LG→롯데), 채은성(32·LG→한화), 노진혁(33·NC→롯데), 박세혁(32·두산→NC) 김상수(32·삼성→KT), 이형종(33·LG→키움)이 그들이다.

한 팀에서 최소 7년 이상 추억을 함께 쌓은 선수들이 떠난 것이기에 그 과정에서 아쉬움을 나타내는 팬들도 많았다. 앞으로도 원클럽맨들은 샐러리캡 등의 이유로 점점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KBO리그 전체로 보면 청신호다.

세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KBO리그 전력 평준화다. 그동안 KBO리그는 전력 고착화가 심한 편이었다. 2000년 한국시리즈부터 23시즌 동안 한국시리즈는 SK(현 SSG), 두산, 삼성의 차지였다. 최근 신생 구단 NC(2020년), KT(2021년)의 우승으로 다양화되긴 했지만, 23시즌 동안 상대는 늘 SK, 두산, 삼성 중 하나였다. 그뿐 아니라 서울을 연고로 하는 다른 두 팀의 강세도 도드라졌다. 키움은 최근 10년간 9번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으며, LG 역시 2013년 암흑기를 끝낸 후 7번의 가을야구를 했다.

그 과정에서 매번 가을이면 배제돼야 했던 지방 구단들이 이번에는 확실하게 돈을 풀어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한화는 장시환, 채은성, 이태양을 영입하면서 총 124억 3000만 원을 썼다. 팀에 중심을 잡아줄 4번 타자를 잡았고, 외국인 원투펀치를 뒷받침하고 슈퍼 루키들의 연착륙을 도와줄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꾸릴 수 있었다. 롯데는 유강남과 노진혁 보강에 130억 원을 투자했다. 강민호(37·삼성)가 떠난 후 어려움을 겪던 안방과 매년 공·수에서 말썽이던 유격수-3루수 라인을 맡아줄 적임자를 찾았다는 평가다.

두 번째는 원클럽맨이 떠남으로써 10개 구단이 즐길 만한 이야깃거리가 생성된다는 것이다. 물론 원클럽맨도 그 자체로 이야깃거리가 된다. 하지만 그 팀만이 공유하는 추억이기에 10개 구단 팬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FA 시장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다. 신호탄을 쏘아 올린 키움의 원종현 영입은 11년 만의 외부 FA 투자라는 사실 자체로 화젯거리가 됐다. 또한 암 투병이라는 큰 역경을 딛고 일어선 원종현이 만 35세의 불펜임에도 4년 25억 원의 보장 계약을 따낸 것은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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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태양(왼쪽)과 두산 양의지./사진=한화 이글스, 두산 베어스


친정팀으로 컴백한 이태양과 양의지는 팬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태양은 2010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로 한화에 지명된 선수였다. 하지만 2020시즌을 앞두고 SK(현 SSG)로 트레이드됐고 주축 선발 투수로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첫 FA도 보상선수가 필요 없는 C등급으로서 많은 구단의 관심을 받았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들이 있었지만, 결국 그의 선택은 친정팀 한화였다. 가족도 이유였지만, 10년간 한화에서 받은 사랑을 잊지 못한 것이 이유로 알려지면서 감동을 줬다.

양의지의 금의환향은 노장의 가치, FA 금액을 떠나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최근 몇 년간 두산은 프랜차이즈 스타를 지키지 못하는 팀이었다. 왕조의 시작을 알렸던 2015년 한국시리즈 엔트리 멤버가 2022시즌 시점에서 5명밖에 남지 않을 정도. 올해는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이 끊기고 9위로 1996년(8위) 이후 최하위권에 내려앉은 상황이라 씁쓸함은 더해졌다. 하지만 전성기 두산의 상징이었던 양의지가 여전히 리그 최정상급 기량으로 복귀하면서 두산 팬들에겐 희망이 생겼다. KBO 전체로 놓고 봐도 두산에 양의지가 있고 없고는 기대감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원클럽맨의 수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가치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냉정히 말해 그동안 KBO리그에는 자의로 타의로 원클럽맨이 지나치게 많았다. 리그의 규모가 작은 탓에 후폭풍을 염려해 트레이드가 좀처럼 나오지 않았고, 마찬가지의 이유로 FA 역시 보상선수 등 제약조건이 많아 타 팀 이적을 보기가 힘들었다. 어떨 때는 원클럽맨이라는 조건이 이적하는 데 족쇄가 되기도 했다. 그 탓에 다른 나라, 다른 종목에서는 리그에서도 몇 없는 원클럽맨이 KBO에는 각 구단마다 여럿이 생기면서 그 의미가 퇴색됐다.

원클럽맨은 물질적인 가치가 중시되고 냉정한 비즈니스가 횡행하는 현시대에 소속팀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에 더 무게를 두기에 의미가 있다. 앞으로 KBO리그에서 원클럽맨이 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선수 개인의 커리어를 위해 잘하는 것이 우선이고 샐러리캡 압박에도 구단에서 남기려 할 만큼 월등한 성적을 기록하거나, 타 팀의 강력한 러브콜을 뿌리쳐야 한다. 그 노력과 고민의 대가는 팬들의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는 원클럽맨이 될 것이다.





◆ 2023년 FA(프리에이전트) 계약 현황. (11월 27일 기준)




11월 19일 : 원종현 4년 총액 25억 원 (NC→키움)

11월 21일 : 유강남 4년 총액 80억 원 (LG→롯데)

11월 21일 : 박동원 4년 총액 65억 원 (KIA→LG)

11월 22일 : 장시환 3년 총액 9억 3000만 원 (한화 잔류)

11월 22일 : 채은성 4년 총액 90억 원 (LG→한화)

11월 22일 : 양의지 4+2년 총액 152억 원 (NC→두산)

11월 23일 : 노진혁 4년 총액 50억 원 (NC→롯데)

11월 23일 : 이태양 4년 총액 25억 원 (SSG→한화)

11월 23일 : 박민우 5+3년 총액 140억 원 (NC 잔류)

11월 24일 : 박세혁 4년 총액 46억 원(두산→NC)

11월 24일 : 김상수 4년 총액 29억 원(삼성→KT)

11월 24일 : 오태곤 4년 총액 18억 원(SSG 잔류)

※ 퓨처스리그 FA

11월 19일 : 한석현 1년 총액 3900만 원(LG→NC)

11월 24일 : 이형종 4년 총액 20억 원(LG→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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