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살 축구천재, 꿈이 심상찮다 "월드컵 우승+발롱도르, 우리도 해봐야죠" [신년기획]

김제(전북)=김명석 기자 / 입력 : 2023.01.06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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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U-15팀(금산중) 김예건. /사진=김명석 기자
계묘년 새해가 밝았다. '제2의 OOO'을 꿈꾸는 스포츠 유망주들도 언젠가 정상에 서는 그날을 그리며 각오를 새롭게 하는 때다. 스타뉴스는 새해를 맞아 종목별로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미래 스타 6명을 차례로 소개한다. /스포츠국


① "박태환도 높이 평가" 16세 수영 천재 노민규, 올림픽을 꿈꾼다

② '15세에 188㎝' 여자배구 이지윤, 대형 센터로 쑥쑥 큰다

③ '중2 때 전국대회 MVP' 임연서, 女농구 특급 가드 기대주


④ '韓 피겨 최연소 메달' 김유재 "연아 언니가 제 이름만 알아줘도..."

⑤ 중2가 벌써 138㎞, 게다가 홈런왕까지... '투타 괴물' 유망주 김지우

⑥ 15살 축구천재, 꿈이 심상찮다 "월드컵 우승+발롱도르, 우리도 해봐야죠"

"정말 엄청 긴장해서 '어떡하지' 이런 생각까지 했는데..."

김예건(15·금산중)의 표정에는 아직도 '설렘'이 가득했다. 지난해 11월 24일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를 떠올리면서다. 그때 김예건은 카타르 현지, 그것도 관중석이 아닌 '그라운드'에 있었다. 킥오프를 앞두고 가장 먼저 입장해 공을 들고 심판진과 선수들을 경기장으로 인도하는 '오피셜 매치 볼 캐리어(OMBC)'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당시 OMBC는 월드컵 공식 후원사 등이 진행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내로라하는 국내 축구 유망주들과 경쟁을 벌여 실력으로 선택받은 다섯 명 중 한 명이었다. 그만큼 남다른 축구 재능과 실력을 인정받은 유망주라는 의미다. 김예건은 "경기장에 들어가기 전 관중석을 보니 진짜 선수가 된 느낌이 들었다"며 "더 열심히 해서 꼭 저기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축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가 한 뼘 더 성장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전북 김제에 위차한 동국대학교 사범대학부속 금산중학교를 찾아 김예건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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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한국-우루과이전에서 OMBC로 나선 김예건(가운데 아래 흰색 상의). /사진=MBC 중계화면 캡처
◇ 초등학생 때 유럽 러브콜 받은 '축구신동'

김예건이 축구를 시작한 건 다른 선수들과는 조금 달랐다. 워낙 활발했던 터라 여러 운동을 즐겨하다 가까운 축구교실을 찾은 게 계기가 됐다. 처음 축구화를 신은 건 7살 때. 운동보다는 공부를 하기를 바랐던 여느 부모의 뜻처럼 주말 취미반으로 축구를 시작했다.

그저 스트레스만 풀기에는 축구 재능이 남달랐다. 김예건은 "부모님이 원래 운동을 안 시키려 하셨고, 주말에만 스트레스를 푸는 용이었다"면서도 "잘한다고 해서 어느 대회를 나갔는데 골도 넣고 좋은 활약도 했다. 아버지의 옛날 조기 축구회 사장님의 추천으로 팀을 옮겨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연을 맺은 팀이 박종현 감독이 이끌던 청주FCK였다. 김예건은 박 감독으로부터 여러 개인기와 기술 등을 배우면서 본격적으로 축구에 눈을 떴다. 스스로 "아마 박종현 감독님을 안 만났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고 돌아볼 정도로 박 감독과의 인연과 경험들이 '축구 선수' 김예건에게는 소중한 밑거름이 됐다.

비단 축구 재능이 전부는 아니었다. 타고난 근성에 승부욕이 김예건의 성장 속도를 무섭게 만들었다. '스승' 박종현 감독은 김예건에 대해 "굉장히 빠르고 고집도 셌다. 고집이 센 아이들이 근성이 있다. 승부욕도 굉장히 강했다"며 "라이벌과 경쟁 상대를 두고 끝까지 어떻게든 쫓아가는 선수였다. 어렸을 때부터 굉장히 남달랐다. 자기 관리에 대해서도 어린 나이인데도 프로선수처럼 다녔다"며 제자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재능에 기술이 더해지니 무서운 선수가 됐다. 빠른 스피드에 개인기, 수비수들을 앞에 두고 자유자재로 공을 드리블을 하는 '신동'다운 모습에 이미 몇 년 전부터 유튜브나 SNS에 그의 스페셜 영상이 돌아다닐 정도였다. 한 학원 축구계 관계자도 "전국에 수많은 아이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김예건은 늘 이름이 거론되던 선수였다"고 전했다. 일본 등 다른 나라 유소년팀들도 김예건의 남다른 플레이에 영상을 찍어갔다는 후문이다.

자연스레 일찌감치 유럽이나 프로 유스팀 등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실제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관계자들이 직접 찾아와 이적을 제안했을 정도다. 김예건은 "초등학교 5, 6학년 때 페예노르트 코치님이나 관계자분들이 오셨다. 그런데 페예노르트로 가기 전날에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취소가 됐다"고 아쉬워했다.

대신 그는 K리그 전북 현대 산하 U-15팀인 금산중에 진학했다. 금산중은 지난해 K리그 U-15 챔피언십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중등부 진학 이후 8대8에서 11대11 경기로 바뀌고, 경기장 규격도 더 커졌지만 그 안에서도 묵묵히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소속팀에서는 미드필더와 측면 윙어를 맡는다. 김예건은 "1, 2학년 때는 제 활약을 잘 못 보여준 것 같아 아쉬움이 있지만, 키도 더 크고 몸도 더 만들어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선배들도 워낙 잘했지만 부담감을 즐기고 있다. 애들과 함께 우승하는 게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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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블하고 있는 전북현대 U-15팀(금산중) 김예건. /사진=김예건 제공
◇ 최대 강점은 '드리블', 새 롤모델은 메시

사실 김예건의 이름은 학원축구 현장이나 일부 축구팬들에게 낯선 이름은 아니다. 최근엔 축구 예능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해 대중의 인지도도 쌓고 있다. 이제 15세의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 벌써부터 이름이 알려지는 건 그만큼 재능이 남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내로라하는 유망주들을 제치고 카타르 월드컵 OMBC를 맡은 것도 마찬가지다.

그가 특히 현장과 대중의 많은 주목을 받았던 건, 어린 나이나 한국 선수임을 의심케 할 정도의 화려한 드리블과 기술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유스지원팀에서도 김예건에 대해 "측면에서의 과감한 드리블 돌파와 뛰어난 개인기, 그리고 날카로운 슈팅 능력을 보유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김예건도 자신의 강점에 대해 "드리블과 공격적인 움직임"을 단번에 꼽는다. 평소 네이마르(31·파리생제르맹)나 이강인(22·마요르카)의 영상을 자주 보면서 배우고 있다는 그다. 여기에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리오넬 메시(37·파리생제르맹)에게도 반했다. 이들의 공통점 역시 김예건의 강점과 일맥상통한다.

그는 "유튜브 등을 통해 네이마르나 이강인의 영상을 자주 본다. 한국에서 경기 중 드리블을 많이 하는 선수가 이강인 선수인데, 이강인 선수처럼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예전엔 네이마르를 좋아했는데 이번에 (카타르 월드컵에서) 메시가 우승하는 걸 보면서 많이 반했다. 키가 작은데도 키 빼고 모든 걸 가진 것 같고, 상도 거의 다 가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다만 아무래도 한국축구의 현실상 김예건의 강점이 극대화되기는 어려운 점이 있다. 스승 박종현 감독이 "대한민국에 있으면 안 되는 아이"라고 아쉬워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박 감독은 "어릴 때는 같은 나이 이강인과 비교했을 때 (김)예건이가 더 빠르고 잘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았다"며 "이강인과 달리 일찍 유럽에 나가지 못해 개인적으로 속상하다. 조금 더 큰 무대로, 더 넓은 곳에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예건의 재능이 더 활짝 피워지기를 바라는 스승의 바람이다. 이강인은 10세 때인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 유소년팀에 입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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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U-15팀(금산중) 김예건. /사진=대한축구협회
◇ 월드컵 우승, 그리고 발롱도르까지!

김예건 역시 앞으로의 목표로 가장 먼저 '유럽 진출'로 잡았다. 앞서 더 일찍 유럽 무대를 누빌 기회가 코로나19 여파로 무산됐던 터라 세계적인 선수들과 하루빨리 경쟁해보고 싶은 마음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축구 선수로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김예건은 "유럽에 진출해보고 싶다"고 가장 먼저 말했다. 이어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를 자신의 '드림 클럽'으로 꼽았다. 기술이 강조되는 스페인 축구, 그리고 김예건의 강점과 맞닿아 있는 팀들이기도 하다.

'태극마크'에 대한 꿈도 크다. 특히 최근 월드컵을 현지에서 직접 경험하면서 국가대표 선수로 월드컵 무대를 직접 누벼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김예건은 "더 열심히 해서 월드컵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웃어 보였다.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지난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을 지켜보면서는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저런 날이 오겠지'라는 생각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는 대표팀 발탁이나 월드컵 출전을 넘어선 그의 '남다른 목표'와도 연결된다. 김예건은 "월드컵 우승을 한 번 해보고 싶다"며 "한국인 최초로 발롱도르도 받고 싶다. 다른 유명한 선수들이 못했던 것들을 많이 해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대한민국,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게 그의 꿈이다.

남다른 재능만큼이나 품고 있는 목표도 심상찮다. 물론 특별한 재능에 부단한 노력, 근성까지 더했으니 '불가능'이란 없다. "유망주라고 하지만 나중에 커서 잘 안 되면 그만큼 사람들의 실망감도 크잖아요. 늘 그런 생각을 하고 더 열심히 해서 월드컵에서 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2008년생, 아직은 앳된 얼굴이지만 축구 선수로서의 목표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원대하고 당찼다.

◇ 김예건 프로필

- 생년월일 : 2008년 8월 7일

- 체격 : 159㎝, 57㎏

- 취미 : 그림 그리기

- 롤모델 : 리오넬 메시(파리생제르맹)

- 좌우명 : 축구로 이겨라

- 주요 경력 : 2021 차범근 축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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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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