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우가 13일 중국전에서 4회 만루포를 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자 이강철(오른쪽)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13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중국 야구 대표팀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조별리그 최종 4차전에서 22-2, 5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앞서 낮에 열린 체코-호주전에서 만약 체코가 4실점 이상 기록한 뒤 승리하면 실점률에 따라 한국이 2라운드(8강)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호주가 체코에 8-3으로 승리하며 한국의 희망 고문을 막을 내리고 말았다. 한국은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2013 대회와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17 대회에 이어 도쿄돔에서 열린 이번 대회까지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다.
그래도 중국전에서 최선을 다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여전히 한국의 많은 팬이 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만약 중국에 패해 최하위로 밀릴 경우, 2026 WBC 본선 진출을 위해 예선부터 치러야 할 뻔했다. WBC 본선 1라운드에서 각 조 4위 팀까지만 다음 WBC 본선에 직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하성(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13일 중국전 5회 1사 상황서 만루포를 친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사진=뉴스1 |
경기를 앞두고 딘 트리너 중국 대표팀 감독은 공식 기자회견 자리에 두 손자를 앉히는 등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상 성적을 내는 것과 거리가 먼 팀이었다. 트리너 감독은 "이 자리에서 중국 야구 미래에 대해 단언하는 건 어려울 것"이라면서 "눈앞에 있는 난관들을 극복해 가면서 성장해 온 팀이다. 중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자부심을 갖고 뛰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런 중국을 상대로 한국은 베테랑들을 대거 제외한 채 그동안 뛰지 못했던 선수들을 내보냈다. 이들은 중국 투수들을 제대로 공략하며 한 수 가르쳤다. 사실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한국 야구의 인기를 되살리자는 게 야구계의 공통된 마음이었다. 그러나 정작 대표팀 선수들은 성적에 대한 부담감에 짓눌린 채 이렇다 할 회식조차 하지 못했다. 급기야 호주전 패배와 한일전 대패까지 겹치면서 선수단 분위기는 급격하게 가라앉았다.
그랬던 선수들이 모처럼 웃었던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4회 2사 만루 기회에서 박건우가 좌월 만루 홈런포를 터트린 순간이었다. 박건우가 빠르게 그라운드를 돈 쥐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자 선수들은 그제야 웃으며 작은 기쁨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이어 김하성도 5회 만루포를 쏘아 올리며 한껏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이제 대표팀은 오는 14일 오후 일본 도쿄를 떠나 귀국길에 오른다.
박건우가 13일 중국전에서 4회 만루포를 때려내는 순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