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가 보여준 미국의 현실, '중남미인 파워' 점점 세진다 [이상희의 MLB 스토리]

신화섭 기자 / 입력 : 2023.03.28 16:02 / 조회 :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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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WBC에서 4강에 진출한 멕시코 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브레이든턴(미국 플로리다주)=이상희 통신원] 미국을 가리켜 흔히 '멜팅 팟(Melting pot·용광로)'이라 표현한다. 무엇이든 용광로에 들어가면 녹아서 하나로 합쳐지는 것처럼 다양한 이민자들로 구성된 국가에서 여러 인종과 문화가 뒤섞여 하나의 사회로 동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인구의 대부분은 백인(1999년 82.4%)이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2020년 미국 인구 센서스 기관 자료에 의하면 백인의 비율은 57.8%로 감소한 반면, 소수인종이었던 라티노(멕시코인을 포함한 중남미인)의 비율은 18.7%까지 치솟았다.

때문에 라티노가 많이 거주하는 미국 캘리포니아, 뉴멕시코, 애리조나, 텍사스, 그리고 플로리다주 등에서는 모든 공공기관과 학교 등에서 영어와 스페인어, 두 가지 언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땅이지만 영어를 못해도 사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지역에 따라서는 이곳이 미국인지 멕시코나 중남미 국가인지 분간하기 힘든 곳도 있을 정도다.

2018년 미국정책연구소 브루킹스(Brookings.edu)는 '2045년이 되면 백인이 미국 내 소수민족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구소는 미국 내 인종에 따른 인구성장율을 기준으로 2045년에는 백인(49.7%)-라티노(24.6%)-흑인(13.1%)-아시아인(7.9%) 순으로 인종이 분포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나이에 따라 18세 이하 인구는 2020년부터, 19~29세는 2027년부터 라티노가 미국 내 주류인종이 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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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대표팀 선수들. /AFPBBNews=뉴스1
이런 분위기는 스포츠계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 13일(한국시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조별리그 C조 미국-멕시코의 경기가 열린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체이스 필드는 일찌감치 4만 8500장의 티켓이 매진됐다. 멕시코를 응원하려는 라티노(주 전체 인구의 30.6%) 주민의 파워였다.

일본-멕시코의 4강전이 벌어진 21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도 라티노 관중들의 응원 열기가 뜨거웠다. 총 3만 6742석의 경기장에 만원에 가까운 3만 5933명의 유료관중이 입장했는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라티노 관중이었다.

메이저리그도 예외는 아니다. 메이저리그 선수협회(MLBPA)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출생지를 근거로 한 메이저리그 40인 명단 내 선수들의 국가별 분포도는 미국이 1057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로는 도미니카공화국(171명)-베네수엘라(106명)-쿠바(33명)-푸에르토리코(28명) 순이었다. 이들은 모두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중남미 국가라는 공통점이 있다. 라티노를 모두 합하면 395명이나 된다.

마이너리그에는 이보다 더 많은 라티노 선수들이 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대부분이 도미니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에서 루키리그 등 베이스볼 아카데미나 캠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코레아(29·미네소타)와 호세 알투베(33·휴스턴) 등이 이런 루트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해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가 됐다. 이번 WBC에서도 8강 진출국 중 중남미 국가는 4개(멕시코, 쿠바,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에 달했고, 그 중 멕시코와 쿠바는 4강까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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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 선수들. 후안 소토, 케텔 마르테, 매니 마차도, 로빈슨 카노(왼쪽부터) 등 메이저리그 스타들이 즐비하다. /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 클럽하우스에 가면 어느 인종이 그 팀의 주류인가에 따라 흘러나오는 음악이 다르다. 백인이 우세인 곳은 영어로 된 팝송이, 라티노가 주류인 클럽하우스에서는 히스패닉 뮤직의 리듬이 울려 퍼진다.

지난 해 9월 탬파베이 구단은 선발 출전 타자 9명 전원을 중남미 출신의 선수들로 구성하기도 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초의 기록이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광경을 자주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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