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시티 팬들 폭발 "우리가 졸부 클럽이라고?", 한 방에 씻어낼 기회가 왔다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3.05.16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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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체스터시티의 케빈 데 브라위너(가운데)가 지난 10일(한국시간) 레알 마드리드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에서 동점 골을 넣은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맨체스터시티(이하 맨시티)가 14일(한국시간) 에버튼과 2022~2023 시즌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 경기에서 3-0로 이겼다. 맨시티(승점 85)는 이 경기 승리로 한 경기를 더 치른 리그 2위 아스널(승점 81)을 승점 4점 차로 따돌리며 남은 3경기에서 1승만 추가해도 리그 우승을 확정짓게 된다.

맨시티가 만약 이번 시즌 우승을 거머쥔다면 프리미어리그 3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1992년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후 최초의 3연패 팀이 되는 셈이다.


맨시티는 1880년 구단 창단 이래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리그에서 8번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부총리인 만수르 빈자이드 알나하얀(53)이 대표로 있는 사모펀드 아부다비 유나이티드 그룹이 맨시티를 인수한 2008년 이전에 잉글랜드 프로축구 정상에 선 것은 2번에 불과했다.

그래서 맨시티는 21세기에 '오일 머니 파워'로 갑자기 성장한 '졸부 클럽'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왔다. 특히 잉글랜드 프로축구 무대에서 전통적인 강호로 불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리버풀, 아스널을 응원하는 팬들은 맨시티를 향해 조롱 섞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런 문제가 더욱 증폭된 이유는 2020년 맨시티가 유럽축구연맹(UEFA)로부터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규정 위반으로 유럽대항전 출전 금지와 벌금 징계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FFP는 클럽이 선수 이적료나 연봉에 지출하는 금액이 클럽 수익의 일정 비율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한 규정이다.


비록 맨시티는 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이를 항소해 승소를 거둬 UEFA의 징계를 피할 수는 있었지만 여전히 스폰서십 수입을 포함한 경영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지난 2월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지난 9시즌 동안 100건 이상의 경영 규정 위반을 한 혐의로 맨시티를 독립위원회에 회부해 놓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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펩 과르디올라 맨체스터시티 감독. /AFPBBNews=뉴스1
그라운드 밖에서 벌어진 문제로 바람 잘 날 없는 맨시티는 지난 10일 설상가상격으로 또다른 규정 위반 의혹에 연루됐다. 벨기에 2부리그 클럽 로열 엑셀시오르 비르통이 유럽연합(EU)에 맨시티가 소유하고 있는 벨기에 자매 클럽인 로멜 SK를 제소했기 때문이다.

비르통 클럽은 2020년 맨시티가 로멜 SK를 매입한 이후 클럽의 라이선스 확보를 위해 약 244억 원의 자본을 투자한 것이 EU의 공정경쟁법에 저촉된다는 주장을 했다. 당초 로멜 SK는 재정 악화로 벨기에 프로축구 2부리그에서 3부리그로 강등될 가능성이 컸지만 맨시티의 '자금 수혈'로 라이선스를 획득해 2부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다.

EU는 지난 1월 발효된 해외 보조금 규정에 의거해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보조금 규정은 최근 해외 기업이나 기관의 보조금이 유럽 시장을 왜곡하고 궁극적으로 보조금 수혜 기업이 공정경쟁 정신에 위배되는 부당한 이익을 얻고 있다는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제정됐다.

맨시티는 여러 국가의 축구 클럽을 함께 운영하기 위해 시티풋볼클럽(CFG)이라는 지주회사를 만들고 산하에 13개 자매 클럽을 두고 있다. 맨시티는 이 같은 축구제국 건설을 통해 선수 육성과 스카우트 비용 등을 절감하는 한편 전세계적으로 팬층을 넓혀 TV 중계권료 등의 수입 증대를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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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한국시간) 열린 맨체스터시티-레알 마드리드의 유럽챔피언스리그 준결승 1차전 모습. /AFPBBNews=뉴스1
맨시티는 이 같은 불명예스러운 규정위반 의혹에서 벗어나서 축구 실력으로 유럽 정상 무대에 서는 게 목표다. 그런 점에서 올 시즌 맨시티의 가장 중요한 경기는 오는 18일 레알 마드리드와 펼치는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이 될 전망이다. 원정경기로 펼쳐진 1차전에서 맨시티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자 지금까지 챔피언스리그(유러피언컵 포함)에서 무려 14번이나 우승한 레알 마드리드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준결승 2차전이 홈구장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맨시티가 다소 유리한 입장이다. 1차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해 2차전에서 승리가 필요한 레알 마드리드가 쫓기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맨시티의 아킬레스건은 체력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FA컵과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는 '트레블(3관왕)'에 도전하고 있는 맨시티는 레알 마드리드보다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큰 게 사실이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역설적으로 일찌감치 프리메라리가 선두 경쟁에서 바르셀로나에 뒤처져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위해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만약 맨시티가 레알 마드리드를 꺾고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하면 전력상 한 수 아래로 평가 받고 있는 인테르나치오날레 또는 AC 밀란과 격돌할 예정이라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기대해볼 만하다.

맨시티 팬들은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맨시티의 규정 위반 의혹을 공식적으로 제기하자 폭발했다. 리그의 처사에 분노한 맨시티 팬들은 올 시즌 경기장에서 프리미어리그 공식 주제곡이 울려퍼질 때마다 '우리는 원할 때마다 속일 것이다(We will cheat when we want)'라는 반어법적인 항의성 구호로 맞섰다.

이들은 맨시티가 중동 자본의 힘으로 급성장했다는 이유로 프리미어리그나 UEFA로부터 다른 클럽에 비해 과도한 견제나 지적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그래서 맨시티의 결백함을 믿는 팬들은 자주 억울함을 토로한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맨시티가 규정 위반 의혹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맨시티 팬들은 이런 억울함을 푸는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은 클럽 역사상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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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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