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0세 이하(U-20) 대표팀 선수들이 29일 감비아전 무승부 후 기념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은중호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아르헨티나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감비아와 득점 없이 비겼다. 앞서 감비아전 결과와 관계없이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한국은 조 2위로 조별리그를 마무리했다. 16강 상대는 '남미의 복병' 에콰도르로 확정됐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한국 축구 대표팀은 29일 오전 6시(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멘도사의 멘도사 스타디움에서 열린 감비아와 대회 조별리그 F조 최종 3차전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앞서 한국은 프랑스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2-1로 승리한 뒤 온두라스와 2차전에서는 11:10의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2-2 무승부를 거뒀다.

사실 이번 감비아전 결과와 관계없이 최소 조 3위를 확보했던 한국이었다. 이미 조 3위 팀 중 상위 4위 안에 드는 성적을 올렸기 때문이었다.

결국 한국은 이날 무승부를 거두며 승점 1점을 추가, 조별리그 최종 성적 1승 2무(승점 5점)를 마크하며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총 24개국이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는 A~F조 상위 2팀이 16강에 진출한다. 또 각 조 3위 6개 팀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팀이 16강에 합류한다.

F조 2위에 자리한 한국은 오는 6월 2일 오전 6시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B조 2위 에콰도르를 상대로 운명의 16강전을 치른다. F조 1위(2승 1무·승점 7점)를 차지하며 16강 무대를 밟은 감비아는 E조 2위 우루과이와 격돌한다.

한국-감비아전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에콰도르는 어떤 팀일까. 에콰도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과 함께 남미에서 축구를 잘하는 팀으로 꼽힌다. 그런데 한국은 이미 좋은 기억이 있다. 바로 4년 전인 2019년 폴란드 대회 4강전에서 에콰도르와 맞대결을 펼쳤는데 한국이 1-0으로 승리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11골)을 넣었다. B조 1차전에서는 미국에 0-1로 패했지만, 2차전에서는 '유럽 복병' 슬로바키아를 2-1로 제압했다. 이어 '최약체' 피지를 상대로 9-0 대승을 거두며 16강에 올랐다. U-20 대표팀 간 역대 전적에서는 한국이 3승 1패로 앞서고 있다.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로는 득점력이 좋은 저스틴 쿠에로(인데펜디엔테 델 바예)와 유럽 빅클럽의 관심을 받는 켄드리 파에스(인데펜디엔테 델 바예)가 꼽히고 있다.

만약 한국이 에콰도르를 꺾고 8강에 진출한다면 아르헨티나-나이지리아전 승자와 맞붙는다. 나이지리아보다 개최국 아르헨티나가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상대 일 수밖에 없다.

현역 시절 '샤프'로 불리며 명공격수로 활약했던 김은중 감독은 U-20 월드컵 대회 전신인 1999년 4월 세계청소년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지도자로 변신해 24년 만에 16강에 오르는 기쁨을 안았다.

김은중(가운데)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지난 2017년 국내에서 열린 대회에서 16강에 오른 뒤 3대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2017년 대회에서는 16강 진출에 만족해야만 했으나, 2019년 폴란드 대회에서는 정정용 감독의 지도하에 준우승 신화를 썼다. 그리고 이번 아르헨티나 대회까지 3대회 연속 16강 진출을 이뤄내며 아시아 강호다운 위용을 보여줬다.

또 한국 남자축구 각급 대표팀은 2019년 폴란드 U-20 월드컵(준우승)을 시작으로 2019 브라질 U-17 월드컵(8강), 2021년 도쿄 올림픽(8강), 2022년 카타르 월드컵(16강)에 이어 이번 U-20 월드컵 16강 진출까지 FIFA 주관대회에서 5회 연속 조별리그를 통과하는 기록을 썼다. 올림픽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주최하고, FIFA가 주관한다.

이날 김은중 감독은 부분적으로 로테이션을 활용하며 체력 안배를 도왔다.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에서 실리를 추구한 것. 그러나 완전히 경기를 내주고자 하는 의지도 없었다. 자칫 패배라도 해서 3위로 추락한다면 브라질과 마주하는 16강 대진이 기다릴 수도 있었다.

이번 감비아전을 앞두고 골키퍼 김준홍(김천 상무)과 중앙 수비수 최석현(단국대)은 각각 경고 누적과 퇴장으로 결장했다. 또 온두라스전에서 골을 넣었던 박승호(인천)도 발목 골절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변화가 불가피했다.

감비아전 한국 대표팀 베스트11.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감비아전을 앞둔 김은중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4-2-3-1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최전방에 이영준(김천)이 섰다. 강성진(서울)과 이지한(프라이부르크)이 양쪽 측면에 포진한 가운데, 중원은 이승원(강원), 박현빈(인천), 이찬욱(경남)이 지켰다. 포백은 조영광(서울), 황인택(서울이랜드), 김지수(성남), 최예훈(부산)이 구축했으며, 골키퍼 장갑은 문현호(충남아산)가 꼈다. 지난 온두라스전과 비교해 7명이 바뀐 선발 라인업이었다.

이미 한국과 감비아 모두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황. 이에 두 팀 모두 무리한 공격을 시도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힘을 빼면서 탐색전을 벌였다. 한국은 전반 11분 코너킥 이후 강성진이 왼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감비아도 완전히 내려앉은 건 아니었다. 볼을 돌리는 가운데, 기회가 보이면 날카로운 침투 패스를 시도하며 한국의 골문을 노렸다. 전반 21분에는 아마다 보장의 헤더 슈팅이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이어 전반 27분에는 발리오바의 슈팅이 문현호 골키퍼 품에 안겼다. 한국은 강성진과 이지한이 계속해서 상대 측면을 흔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감비아의 수비벽은 좀처럼 쉽게 뚫리지 않았다.

한국-감비아전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전반을 0-0으로 마친 가운데, 한국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이승원 대신 강상윤(전북)을 투입하며 중원을 강화했다. 이어 후반 13분에는 이번 대표팀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 김용학(포르티모넨세)이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동시에 배준호(대전)도 교체로 투입됐다. 감비아는 후반 들어서도 빠른 주력을 활용해 한국의 수비진을 괴롭혔다. 그러나 한국 골키퍼 문현호가 선방을 펼치며 실점을 막아냈다.

후반 25분에는 보장이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지만, 완벽한 오프사이드로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다. 후반 26분에는 이지한 대신 이승준을 투입했다. 큰 위기를 넘긴 한국은 김용학과 이승준이 부지런히 상대 진영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끝내 득점은 올리지 못했고, 결국 경기는 0-0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한편 같은 조의 다른 경기에서는 한국에 패했던 프랑스가 온두라스를 3-1로 물리쳤다. 프랑스는 2연패 후 1승을 따내며 승점 3점으로 조 3위에 올랐다. 그러나 골득실에서 1골이 부족하며 다른 조 3위 팀과 경합에서 밀린 채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과 비겼던 온두라스는 1무 2패(승점 1점), 조 최하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감비아전이 끝난 뒤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는 김은중(왼쪽에서 세 번째) 감독과 코칭스태프.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은중 감독이 감비아전 종료 후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