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필요없어요" 못 받은 KBO 최초 1500타점 기념구, 최형우는 12초 만에 답변 끝냈다

대전=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6.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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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 /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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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가 20일 대전 한화전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안 주신다던데요. 저 개인적으로 공은 필요 없어요. KBO가 필요로 하면 모를까 전 별로 생각 없어요."

KIA 타이거즈 최형우(40)가 팀 승리를 이끄는 역전 투런포로 KBO리그 타점 부문의 신기원을 열었다. KBO 42년 역사에 처음으로 1500타점 고지를 밟았지만, 정작 그 기념구는 받지 못했다. 그러나 최형우는 기념구 자체에 대해서는 쿨하게 넘겼다.


최형우는 20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4번·지명타자로 출전해 3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 1볼넷으로 3출루 경기를 했다. 나이를 잊은 불혹의 베테랑의 맹활약 속에 KIA는 6-4로 승리, 28승 1무 31패로 5할 승률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역사적인 대기록은 가장 필요로 한 순간, 극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최형우는 3회초 3타자 연속 삼진으로 기세를 올린 한승주를 상대로 4회초 1사 1루에서 초구 직구(시속 145㎞)를 통타해 중앙 담장을 크게 넘겼다. 비거리 125m의 역전 투런포이자 최형우가 이승엽(47) 두산 베어스 감독을 넘어 역대 최다 타점 기록을 보유한 선수가 되는 순간이었다.

이 기념비적인 공은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 외야 잔디를 맞고 다시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여기서 한화 중견수 문현빈이 다시 관중석으로 던져주면서 해프닝이 발생했다. 한화와 KIA 양 구단이 공을 받은 관중에게 기념구를 받으려 했지만, 거부 의사를 밝힌 것.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최형우는 기념구를 받지 못한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관중의 기념구 소유 관련 취재진과 대화도 12초 남짓이었다. 짧게 답변을 끝낸 그는 10여 분에 걸쳐 그동안 걸어온 인생 역정에 뭉클한 심정을 드러냈다.


최형우는 진북초-전주동중-전주고 졸업 후 2002년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48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지명됐다. 하지만 2004년까지 1군 6경기 출전에 그쳤고 2005년 방출 통보를 받았다. 군 문제도 쉽지 않았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단에는 실패했고 마침 새로 생긴 경찰청 야구단에 입단해 다시 뛸 기회를 얻었다. 최형우는 "기억력이 좋은 편은 아닌데 홈런이 된 순간, 지금까지 했던 야구 인생이 조금씩 생각났다. 첫 타점을 올렸던 2008년 잠실야구장 그 순간이 가장 기억났다"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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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가 20일 대전 한화전 4회초 1사 1루에서 중월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KBO 역대 첫 1500타점. /사진=KIA 타이거즈


어렵게 얻은 기회에서 그는 2007년 퓨처스 리그에서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 2008년 삼성 재입단에 성공했다. 한국 나이로 26세가 되던 해였다. 그해 4월 1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1군 첫 타점을 올렸고 그 후 16시즌을 매년 50타점 이상을 기록하면서 KBO리그 정상에 섰다.

최형우는 "나이 스물여섯에 주전도 아닌 내가 어떻게 상상이나 했겠나. 그 당시 나는 꿈이라는 것은 꿀 수조차 없을 정도였다"면서 "이 기록도 KBO 처음이라서 기쁜 것보다 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올 수 있었을까 하는 느낌 때문에 더 기뻤다. 16시즌 동안 중심 타자로서 삶을 뜻깊게 살았다는 생각도 들고 감회가 남다르다. 오늘 같은 날은 내 자신에게 조금은 칭찬을 해주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2년간 안과 질환으로 인해 부진했다. 자연스럽게 나이 마흔에 가까워진 그에게 은퇴를 이야기하는 사람도 많았다. 최형우는 "재작년부터 (선수 생활을) 그만둘 것 같다는 생각은 많이 했다. 올해, 이번 달, 내일까지만 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부진할 때면 그런 생각이 마음속에서 나온다"고 담담하게 속내를 밝히면서 "은퇴를 한다 해도 엄청 후회스럽거나 그런 것은 없기 때문에 충분히 즐기면서 하고 있다. 물론 2루타를 칠 때 숨이 너무 차서 힘이 들 때는 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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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왼쪽에서 3번쨰)가 20일 대전 한화전 4회초 1사 1루에서 중월 투런포로 KBO 역대 첫 1500타점을 돌파했다. 동료들과 대기록 달성의 기쁨을 나누는 최형우./사진=KIA 타이거즈


정규 시즌 MVP 하나 없지만, MVP 선수를 능가하는 꾸준함으로 늦은 나이에도 KBO 역사에 이름을 남긴 최형우다. 그런 최형우는 많은 후배, 특히 투수보다 곧장 성과를 내기 힘들어 좌절하는 타자 후배들에게는 귀감이 된다.

최형우는 "난 항상 매일 시합에 나가려는 스타일이다. 한두 게임 쉬고 컨디션 안 좋으면 쉬고 아프다고 쉬고 이런 걸 안 좋아한다. 마흔하나인데도 후배에게 밀려서 못 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출전하고 싶다"면서 "요즘 들어 다른 팀 후배들도 내게 많이 물어보는데 그럴 때마다 한 타석, 한 경기에 아쉬워하지 말고 본인이 계획한 것을 계속하고 있다 보면 기회는 찾아온다고 말해준다. 포기하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제 그가 타점을 올리고 2루타를 칠 때마다 KBO 역사는 새로 쓰인다. KBO 3번째 400홈런 타자까지도 딱 35개가 남았다. 최형우는 "기록을 달성했지만, 앞으로도 타점 상황이 되면 타점을 올릴 뿐이다. 정해놓은 목표는 없다. 그냥 지금 당장은 잘해서 팀 성적을 5할에 맞출 생각뿐"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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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최형우가 20일 대전 한화전 4회초 1사 1루에서 중월 투런포를 기록하고 베이스를 돌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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