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구에 얼굴 맞고도 "더 던졌어야 했는데..." 오히려 자책, NC '투수 과부하' 속 고마운 한 마디

창원=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06.22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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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최성영이 20일 창원 LG전에서 포수와 사인을 주고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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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최성영(왼쪽 4번째)이 20일 창원 LG전에서 3회 타구에 얼굴을 맞고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불의의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던 NC 다이노스 좌완 최성영(26). 자신이 큰 부상을 당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도 팀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성영은 지난 20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했지만, 3회 초 선두타자 문보경(23)의 타구에 얼굴을 맞고 쓰러졌다. 곧바로 병원에 후송된 그는 왼쪽 안와부 골절 소견을 받았다.


경기 후반 다시 야구장으로 돌아온 최성영은 "제가 더 던졌어야 했는데..."라며 아쉬워했다고 한다. 단순한 투혼이라고 하기에는 현재 NC의 마운드 사정을 감안하면 가볍게 받아들일 수 없는 말이었다.

NC는 최근 투수 운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주 6경기에서 NC 선발투수들은 17일 광주 KIA의 테일러 와이드너(6이닝)를 제외하면 모두 5이닝 미만을 소화하고 내려갔다. 특히 광주 3연전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연장 12회까지 가면서 8명의 불펜투수를 쏟아냈다.

개막 원투펀치 에릭 페디(30)와 구창모(26)가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NC는 불펜 과부하에 대한 우려가 생겼다. 강인권(51) NC 감독은 20일 경기 전 "선발투수들이 일찍 내려오는 바람에 불펜 소모가 많았다"며 "첫 번째로 선발이 안정감을 찾아줘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이 바로 최성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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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최성영이 20일 창원 LG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설악고를 졸업하고 2016년 NC에 입단한 최성영은 군 입대 전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활약했다. 2019년에는 82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2020시즌이 끝나고 상무 야구단에 입대한 그는 2021년 퓨처스리그 평균자책점 1위(2.88)를 차지했다. 지난해 9월 상무 전역 후 올 시즌 본격적으로 전력에 합류한 최성영은 이날 경기 전까지 시즌 6경기에서 4승 무패 평균자책점 2.81의 성적을 거뒀다. 구창모의 대타로 들어와 기대 이상의 투구를 서보였다.

이날 역시 최성영은 초반 호투를 펼쳤다. 1회 홍창기-박해민-김현수의 상위타순을 삼자범퇴로 요리한 그는 2회 오지환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박동원을 병살타로 처리했다. 투구 수도 2이닝 동안 28개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3회 시작과 함께 불의의 부상으로 강판되고 말았다. 강인권 감독도 "가슴이 진짜 철렁했다"고 말할 정도였고, 팀 선배 박건우(33)는 "이런 게 나오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성영이 내려간 후 NC는 송명기(2⅓이닝)-하준영(⅓이닝)-김영규(1이닝)-임정호(1이닝)-김시훈(1이닝)-이용찬(1이닝) 등 6명의 투수를 투입해 리드를 지켜냈다. 이기긴 했지만 투수 소모가 엄청난 경기였다. 최성영의 말 역시 본인이 5이닝을 소화했어야 투수진의 과부하가 덜할 수 있다는 자책 섞인 말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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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문보경(오른쪽 2번째)이 20일 창원 NC전에서 자신의 타구에 맞고 쓰러진 최성영을 보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그러면서도 최성영은 상대를 안심시키는 말도 전해줬다. 의도치 않게 최성영을 다치게 했던 문보경은 21일 경기 전 "경기 후에 전화로 '너무 놀랐고 죄송하다'고 했는데, (최성영이) '괜찮다. 경기 중에 일어난 일이니 신경 쓰지 말고 시즌 끝까지 파이팅해라'고 했다"고 밝혔다. 둘은 이전까지 친분관계가 있던 사이는 아니었지만 서로 따뜻한 말들을 주고 받았다.

다행히 최성영은 안와골절 소견에도 수술은 필요하지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강인권 감독은 "4~6주 안정 취한 후 회복 상황을 지켜봐야겠다"면서 "정말 큰 부상일 거라는 염려가 됐다. 나마 그 정도의 부상인 것 같아 천만다행이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선수 본인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최성영은 검진 후 야구장으로 돌아와 "배가 고프다. 원래 치킨을 시켜먹으려 했는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만큼 상태가 심각하지 않았고, 본인도 멘탈을 잘 잡고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성영은 지난 5월 24일 사직 롯데전에서 전역 후 첫 선발승을 거두고나서 "(올 시즌은) 지금처럼 무탈하게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목표를 밝힌 바 있다. 비록 본인의 말처럼 무탈하게는 보내지 못하게 됐지만, 팀을 위하는 마음만큼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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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최성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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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최성영이 20일 창원 LG전에서 2회 초 박동원을 병살 처리한 후 유격수 김주원에게 고마움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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