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남 포용의 리더십 "어린 선수들아, 너희가 주인공이 돼라", 롯데는 80억에 '무형의 가치' 샀다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07.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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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사직 LG-롯데전에서 5회 초 종료 후 롯데 야수진이 미팅을 가지고 있다. /사진=GIANTS TV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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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강남이 9일 사직 LG전에서 3회 말 1점 홈런을 터트린 뒤 기뻐하고 있다.
"젊은 선수들에게 '주눅 들지 말고 타석에 들어가서 오히려 너희가 주인공이 돼라. 분명히 남은 이닝 중에 찬스가 온다. 그 기회를 기다리고 너희 것으로 만들어라'고 전달했다."

이것이 성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무형의 가치인가. 롯데 자이언츠의 FA(프리에이전트) 안방마님 유강남(31)이 어수선한 경기 분위기를 다잡고 승리에 공헌했다. 물론 본인도 경기에서 활약한 건 덤이었다.


롯데는 9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경기에서 7-4로 승리했다. 5할 승률이 깨질 위기에 처했던 롯데는 최근 2주 동안 세 차례나 벼랑 끝에서 살아돌아왔다. 또한 같은 날 패배한 NC 다이노스를 내리고 단독 4위에 등극했다.

이날 롯데는 김민석(중견수)-윤동희(우익수)-전준우(1루수)-안치홍(2루수)-유강남(지명타자)-노진혁(유격수)-한동희(3루수)-손성빈(포수)-황성빈(좌익수)의 라인업으로 경기에 나섰다. 주전 안방마님인 유강남이 지명타자로 나섰고, 상무 야구단에서 전역한 손성빈이 마스크를 썼다.

주목할 점은 유강남이 포수 휴식일에 벤치가 아닌 지명타자로 시작한 점이다. 유강남은 이날 경기 전까지 올 시즌 타율 0.237 4홈런 26타점 OPS 0.649의 성적을 기록했다. 타격 쪽에서 통산 성적(타율 0.265, OPS 0.741)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유강남이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건 지난 6월 16일 문학 SSG전 이후 2번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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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강남이 8일 사직 LG전에서 홈런을 터트린 후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하지만 최근 타격감을 보면 이해가 가는 부분이었다. 유강남은 8일 기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300, 2홈런, OPS 0.856의 뛰어난 타격 기록을 가지고 있었다. 최근 전반적으로 컨디션이 가라앉은 롯데 타선에서 두각을 드러낼 정도로 좋은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다. 래리 서튼(53) 롯데 감독 역시 "유강남이 휴식이 필요하고, 타격감이 좋았기 때문에 지명타자로 라인업을 짰다"고 설명했다.

전략은 성공적이었다. 대신 포수 마스크를 쓴 손성빈이 두 차례 결정적인 송구로 LG의 '발야구'를 묶어두는 사이, 유강남이 타격에서 활약을 펼쳤다. 유강남은 3회 말 LG 선발 이정용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5호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전날 경기에 이어 이틀 연속 홈런포였다. 이날 유강남은 4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경기를 마쳤다.

그러나 유강남이 가장 빛났던 장면은 이것이 아니었다. 롯데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경기 중반 추격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6-1로 앞서던 4회 초 한 점을 내준 롯데는 5회 들어서도 김현수의 안타와 오스틴 딘의 볼넷으로 선발 댄 스트레일리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롯데는 투수를 이인복으로 교체했지만 오지환의 적시타와 유격수 실책으로 2점을 내줬다. 그나마 손성빈이 2루 주자 오지환을 견제로 잡아내면서 흐름을 끊었지만, 이미 2점 차까지 쫓긴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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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민석(왼쪽)이 9일 사직 LG전에서 4회 말 2루타를 치고 나가고 있다.
여기에 공격에서는 어설픈 주루사가 연이어 나왔다. 롯데는 4회 말 바뀐 투수 이우찬을 상대로 김민석이 1사 후 좌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로 살아나갔다. 이후 2번 윤동희 타석에서 폭투가 나오며 김민석은 3루까지 향했지만, 다소 많이 베이스를 나온 사이 포수 박동원의 송구에 걸려 아웃되고 말았다. 윤동희가 곧바로 우전안타를 기록했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여기에 윤동희마저 이우찬의 견제구에 걸려 태그아웃 판정을 받았다. 연이은 주루사에 맥이 끊기고 말았다.

이때 유강남이 나섰다. 그는 5회 초 수비를 마친 야수들을 불러 미팅을 가졌다. 경기 후 "(김)민석이와 (윤)동희의 주루사가 있었고 다음 이닝에 실점을 했다"고 이유를 설명한 그는 "젊은 선수들에게 '주눅 들지 말고 타석에 들어가서 오히려 너희가 주인공이 돼라, 분명히 남은 이닝 중에 찬스가 온다. 그 기회를 기다리고 너희 것으로 만들어라'고 전달했다"고 말했다. 질책이 아닌, 오히려 기를 살려주기 위한 소집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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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윤동희가 9일 사직 LG전에서 6회 말 2사 2, 3루에서 투수 정우영의 몸쪽 공을 피하고 있다.
결국 젊은 선수들은 경기 후반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 윤동희는 6회 말 2사 2, 3루에서 볼넷을 골라나가 만루 찬스를 만들었고, 다음 타자 전준우의 밀어내기 사구의 발판이 됐다. 김민석 역시 8회 안타를 추가하며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유강남도 "젊은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며 이들의 활약을 칭찬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4년 80억 원 FA 계약을 맺은 유강남은 팀의 고질적 문제였던 포수난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타격에서는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장기인 프레이밍이나 소통 부문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튼 감독은 "유강남은 홈플레이트 뒤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다. 롯데에서 영입한 이유도 투수를 잘 이끌기 때문이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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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유강남.
가끔은 코치 역할도 하고 있다. 유강남은 종종 투수들을 붙잡고 직접 시범을 보이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투수들은 호투 후 유강남에게 공을 돌리면서 '큰 리액션'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타격까지 잘 이뤄지면서 롯데가 바라던 베테랑 포수의 모습이 나오고 있다. 롯데는 '무형의 가치'를 FA로 함께 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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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남.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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