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영입 PSG, '파리+에펠탑' 로고에 담은 '럭셔리'와 '원대한 야망' [이종성의 스포츠 문화&산업]

이종성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 입력 : 2023.07.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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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이 9일(한국시간) PSG와 계약한 뒤 유니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PSG 홈페이지 캡처
프랑스 프로축구 파리 생제르맹(PSG)이 창단한 해는 1970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럽 축구 팬들은 진정한 PSG의 탄생을 2011년으로 보고 있다.

그해 카타르 스포츠 인베스트먼트(QSI)가 PSG의 대주주가 되면서 팀의 운명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PSG는 카타르 자본의 선수에 대한 집중 투자가 이뤄진 2012년 이후 프랑스 리그 우승 트로피 수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었다. PSG는 2012~2013 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11년 동안 무려 9번이나 국내 리그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PSG가 원하는 건 프랑스 리그가 아니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이다. 축구로 유럽을 평정하겠다는 원대한 야망을 지닌 PSG에 유럽 5대 축구리그 가운데 가장 산업적 규모도 작고 리그 경쟁력도 떨어지는 프랑스 리그는 너무 좁은 무대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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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 선수들이 지난 6월 2022~2023 시즌 리그앙 우승을 자축하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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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의 루이스 엔리케(왼쪽) 감독이 지난 6일(한국시간) 기자회견에서 카타르 출신의 나세르 알 켈라이피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지금까지 PSG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가장 근접한 때는 2019~2020 시즌이었다. 당시 PSG가 모셔온 토마스 투헬(50·바이에른 뮌헨) 감독은 킬리안 음바페(25), 네이마르 주니오르(31), 앙헬 디마리아(35·벤피카)를 최전방에 내세워 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려 놓았다. 하지만 PSG는 결승전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0-1로 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PSG는 이후 2021~2022 시즌을 앞두고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2021년 야신상을 수상한 골키퍼 잔루이지 돈나룸마(24), 네덜란드 국가대표 미드필더 조르지니오 베이날둠(33)과 모로코 수비수 아슈라프 하키미(25)까지 영입해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재도전했지만 두 시즌 연속(2021~2022, 2022~2023 시즌) 16강에서 탈락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를 엄청난 연봉을 주고 끌어 모아왔던 PSG '럭셔리 풋볼'의 좌절이었다.

PSG를 축구계의 럭셔리 브랜드로 만들기 위한 QSI의 노력은 팀 로고 변경에서부터 시작됐다. 2013년 QSI는 '파리'라는 글자를 로고에서 돋보이도록 크게 만들었고 대신 파리 외곽의 지명인 '생제르맹'은 아래쪽에 매우 작게 표시했다. PSG의 로고를 보면 '파리'라는 글자와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만 선명하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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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G 로고. /AFPBBNews=뉴스1
이렇게 로고를 바꾼 이유는 단순했다. PSG가 가난한 이민자들이 모여 사는 파리 외곽 지역인 방리유와의 단절을 원했기 때문이다. 카타르 자본이 팀을 사들이기 전까지 PSG는 사실 방리유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주로 좋아하는 팀이었다. 파리 외곽에 살던 이민자와 빈민들이 주로 PSG 유니폼을 입고 다녔고 팀에 열광적인 성원을 보냈다.

반면 정작 파리에 살고 있던 사람들에게 PSG는 별로 중요한 존재가 아니었다. PSG의 성적이 안 좋을 때면 파리에 연고를 두고 있던 럭비 팀 스타드 프랑세가 오히려 파리 시민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을 정도였다.

QSI는 PSG가 방리유 사람들이 아닌 파리 시민들이 좋아하는 팀이 되기를 원했다. PSG가 파리 시민의 팀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우아함과 세련미로 대표되는 파리 문화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로고에서 파리를 부각시키고, 비싼 가격의 홈 구장 VIP 존을 확장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유니폼 로고와 스타디움의 고급화를 통해 PSG는 파리 시민의 팀이 될 수 있었다. 물론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선수들의 화려한 개인기도 여기에 한 몫을 단단히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PSG를 파리지앵의 팀으로 탈바꿈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음바페는 방리유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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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리안 음바페. /AFPBBNews=뉴스1
2023년 PSG는 스페인 출신의 공격수 마르코 아센시오(27), 우루과이 출신의 수비형 미드필더 마누엘 우가르테(22)와 슬로바키아 출신의 센터 백 밀란 슈크리니아르(28)를 차례로 영입했다. 루이스 엔리케(53) 감독 부임 후 팀의 짜임새를 갖추기 위한 포석이었다.

이후 PSG는 2022~2023시즌 스페인 라 리가에서 창의적인 드리블 돌파로 강한 인상을 남겼던 이강인(22)을 이적료 314억 원, 연봉 57억 원을 들여 영입했다. 미국으로 떠난 플레이 메이커 메시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후보로 이강인이 PSG의 낙점을 받은 셈이다.

하지만 이강인이 다음 시즌에 PSG에서 얼마나 많은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 부분은 PSG가 향후 베르나르두 실바(29·맨체스터 시티)등 이강인과 포지션이 겹치는 선수를 영입할 경우에는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진다.

포지션 경쟁에서 이강인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대 팀 선수들이 예측하기 힘든 그의 거침없고 변화무쌍한 드리블 능력을 극대화시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금까지 콧대 높은 PSG 선수들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원 팀'으로서의 응집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그의 친화력이 가미된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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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사진=PSG
UEFA 챔피언스리그의 전신인 유러피언컵은 프랑스 스포츠 전문지 '레키프'의 기자 가브리엘 아노에 의해 1955년에 탄생됐다. 하지만 유난히 프랑스 축구는 챔피언스리그 우승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1992~1993 시즌 프랑스 클럽으로는 최초로 올랭피크 마르세유가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오르긴 했지만 이듬해 터진 마르세유 클럽의 승부조작 사건 때문에 명예롭지 않은 유럽 제패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제 프랑스 축구 클럽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해 볼 만한 팀은 카타르 자본의 후원을 받고 있는 PSG밖에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2023 시즌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투자한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는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맨시티처럼 오일 머니를 앞세운 PSG가 챔피언스리그 정상에 설 수 있을까. 만약 PSG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할 때 이강인은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을까. 다가오는 2023~2024 시즌부터 이강인이 활약하게 될 PSG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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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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