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ML 1위' 김하성 32연타석 무삼진, S존 벗어난 공 88% 골라냈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07.2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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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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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AFPBBNews=뉴스1
올 시즌 김하성(28·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지금 페이스대로면 올 시즌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을 8.1로 마친다. 지난해 WAR 5.0을 훌쩍 넘어서는 명실상부한 MVP급 수치다. 그 배경에는 놀라우리만큼 침착해진, 타석에서의 접근법이 있다.

28일(한국시간) 샌디에이고가 텍사스 레인저스와 홈 3연전을 앞두고 휴식일을 가지면서 김하성의 bWAR(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WAR)는 5.0을 유지했다. 26일 5.1에서 0.1이 깎인 수치. 그럼에도 6.8의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에 이어 메이저리그(ML) 전체 공동 2위, 내셔널리그(NL)에서는 'MVP 후보 0순위'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26·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함께 공동 1위다. MVP 수상이 WAR로 이뤄지지는 않지만, 기여도 면에서 아쿠냐 주니어와 동급이라는 점은 올 시즌 김하성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다.


김하성의 WAR은 수비의 영향이 컸다.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 DRS(Defensive Run Saved·수비수가 얼마나 많은 실점을 막아냈는가를 측정한 지표)는 +12로 메이저리그 전체 공동 5위, NL 공동 3위이며, OAA(Outs Above Average·리그 평균보다 얼마나 더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는가를 집계한 지표)는 +8로 메이저리그 공동 10위, NL 공동 5위에 올라 있다. 여러 수비 지표에서 고른 성적을 내면서 아시아인 내야수 최초 골드글러브 수상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타격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결코 MVP 후보와 같은 기여도를 낼 순 없었다. 김하성은 시즌 98경기 타율 0.273, 14홈런 37타점 54득점 19도루, 출루율 0.365, 장타율 0.445, OPS 0.810의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해 150경기 타율 0.251, 11홈런 59타점 58득점 12도루, 출루율 0.325, 장타율 0.383, OPS 0.708과 비교해도 괄목상대의 성적이다.

하지만 타구 속도는 지난해 시속 86.7마일에서 올해 87마일(약 140㎞)로 별반 다르지 않았고, 하드힛(HardHit) 비율은 32.4%에서 30%로 오히려 줄었다. 헛스윙률(Whiff%) 역시 작년과 올해 19%로 동일해 콘택트 능력이 좋아졌다 보기도 어렵다. 그럼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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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2021년 스트라이크존 스윙-테이크. 파란색 네모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난 공(chase)에 대한 스윙 빈도(swing)과 지켜본 빈도(take). 노란색이 김하성, 그 밑의 회색이 메이저리그 평균이다. /사진=베이스볼 서번트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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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2022년 스트라이크존 스윙-테이크. 파란색 네모는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난 공(chase)에 대한 스윙 빈도와 지켜본 빈도. 빨간색 네모는 스트라이크존 경계로 오는 공에 대한 스윙 빈도와 지켜본 빈도다. 노란색과 주황색이 김하성, 그 밑의 회색이 메이저리그 평균이다. 즉, 2022년 김하성은 스트라이크존 경계와 벗어난 곳으로 오는 공들에 대해 리그 평균보다 스윙을 적게 했다. /사진=베이스볼 서번트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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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의 2023년 스트라이크존 스윙-테이크. 빨간색 네모는 스트라이크존 경계로 오는 공에 대한 스윙 빈도와 지켜본 빈도다. 주황색이 김하성, 그 밑의 회색이 메이저리그 평균이다. 2023년 김하성은 스트라이크존 경계로 오는 공에 대한 스윙 비율을 전년 대비 무려 9%p 줄였다. /사진=베이스볼 서번트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비결은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는 공에 대한 스윙 자체를 줄인 것에 있었다. 2021년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김하성은 무분별한 스윙으로 득점 가치(Run Value) 면에서 스트라이크존 중심부(Heart)에서 -7점, 경계(Shadow)에서 -7점, 벗어난 곳(Chase)에서 -6점, 아예 벗어난 곳(Waste)에서 -1점으로 총 21점을 까먹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 안팎을 구분하는 선구안은 있었기에 지켜보는 것(Take)으로 9점을 벌어 총 득점 가치는 -12점이었다.

지난해는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난 곳으로 들어오는 공에 대한 대처가 좋아지면서 타격 성적이 상승했다. 2021년 23%의 스윙을 한 것에 비해 지난해는 19%로 비율이 4%p 줄었다. 반대로 벗어난 곳으로 들어오는 공을 지켜보는 비율은 77%에서 81%로 상승, 리그 평균 타자들(76%)보다 많은 공을 걸러내기 시작했다. 그 결과 벗어난 곳에서의 득점 가치는 2021년 +12에서 2022년 +26으로 크게 상승했고, 볼넷 비율도 7.4%에서 8.8%로 늘어났다. 덕분에 득점 가치 총계는 +4로 양수로 돌아섰다.

올해는 공을 골라내는 범위를 스트라이크존 '벗어난 곳'에서 '경계'까지 좁히면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었다. 2022년 김하성과 2023년 김하성의 가장 큰 차이점은 스트라이크이거나 살짝 벗어난 '경계'에서의 스윙 비율이다. 2022년 김하성은 스트라이크존 경계에서 리그 평균(54%)보다 적은 46%의 스윙 비율을 보였다. 올해는 37%로 스윙을 9%p 줄인 대신 지켜보는 빈도를 늘려 스윙을 하지 않는 '테이크' 수치가 54%에서 63%(783구 중 494번)로 늘어났다. 때문에 스트라이크존 경계에서 득점 가치가 2021년 -9점, 2022년 -7점, 2023년 -3점으로 상승해, 득점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졌다.

아울러 스트라이크존에서 벗어난 '체이스'의 테이크 비율은 86%(325구 중 278번), '웨이스트'는 98%(94구 중 92번)로 거의 배트를 내지 않았다. 둘을 합하면 스트라이크에서 벗어난 공의 88%(419구 중 370번)는 스윙을 하지 않고 골라낸 셈이다. 덕분에 올해 득점 가치 총계도 +5로 더 올랐다.

그 결과 제구력이 좋지 못한 투수들에게는 그야말로 던질 곳이 없는 까다로운 타자가 됐다. 스트라이크존을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치질 않으니 어지간한 투수로서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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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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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AFPBBNews=뉴스1
타석에서의 결과로도 투수들이 김하성을 대할 때 얼마나 어려움을 느끼는지 실감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통계 분석가 존 앤더슨에 따르면 김하성은 28일까지 32타석째 삼진이 없다. 이는 현재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 중 최장 1위 기록이다. 또한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타석당 투구 수는 4.38개로 메이저리그에서 투수로 하여금 2번째로 많은 공을 던지게 하는 타자가 김하성이다.

타석에서의 집요함은 1번 타자의 덕목이다. 올 시즌 초만 해도 샌디에이고의 리드오프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4)가 맡았으나, 6월 중순을 기점으로 김하성이 차지했다.

톱타자로 나왔을 때 김하성은 타율 0.295, 8홈런 14타점 25득점 8도루, 출루율 0.397, 장타율 0.545, OPS 0.942, wRC+(조정득점생산력) 160을 기록하면서 팀의 기대에 100% 부응하고 있다. 샌디에이고 지역 매체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은 "타티스 주니어도 김하성이 쉴 때만 리드오프로 뛸 수 있다"고 전하면서 김하성의 활약상을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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