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을 틀어도 'D.P.'는 'D.P.'다 [김나연의 사선]

김나연 기자 / 입력 : 2023.08.0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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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영화·OTT를 보는 김나연 기자의 사적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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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P. / 사진=넷플릭스
여전히 현실은 변한 것이 없고, 녹록지 않은 그 현실 앞에 누군가는 포기하지 않고 부딪친다. 과감하게 핸들을 꺾었고, 방향은 달라졌지만 여전히 'D.P.'(디피)는 'D.P.'다. 작품이 도달한 목적지에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깊은 여운을 남긴다.

넷플릭스 시리즈 'D.P.' 시즌2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정해인 분)와 호열(구교환 분)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시즌2는 시즌1 엔딩에서 모두에게 큰 충격과 궁금증을 자아냈던 김루리(문상훈 분) 일병의 총기 난사 사건 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조석봉(조현철 분) 일병의 사건을 겪었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현실과 103사단 헌병대 D.P.조가 다시 마주해야 했던 버거운 현실의 이야기를 차근히 풀어간다.

조석봉 일병 사건 몇 달 후, 한호열은 군병원에, 박범구(김성균 분) 중사는 징계를, 임지섭(손석구 분) 대위는 전출 명령이 떨어졌다. 안준호는 여전히 D.P. 임무를 하고 있지만 탈영병 체포에 무관심한 신병이 동료가 되고, 부대원들의 여전한 괴롭힘에 무력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조석봉 일병의 친구이자 동반입대를 한 김루리 일병이 조석봉의 소식을 접한 후, 자신을 괴롭히던 선임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무장탈영을 한다. D.P.조도 김루리를 잡기 위해 다시 한 자리에 모이게 되고, 되풀이되는 부조리와 변하지 않는 현실 속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도 필요하다. 모두가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만, 안준호는 계란을 집어든다.


'D.P.'는 누군가의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유발하는 현실성 있는 스토리에, 매력적인 캐릭터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찬사를 받았다.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지만, 앞선 시즌을 답습하면서, 안정적인 길을 택하기 보다는 완벽한 '마무리'를 선택했다.

특히 시즌2는 시즌1부터 탄탄하게 쌓아온 캐릭터의 성격과 서사에 근거해 개연성을 높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준호열'의 콤비플레이를 많이 볼 수 없게 돼 'D.P.'만의 매력 포인트가 줄어든 느낌도 들지만, 시즌1과 연결해서 생각해 본다면 그 답이 나올 터다.

또한 시즌1이 질문을 던지며 끝낸 만큼, 시즌2는 그 질문에 답을 내려야 한다. 여전히 나아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군대 전체, 그리고 국가로 세계관이 확장되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일이었다.

되풀이되는 부조리와 답답한 현실 속에서 뭐라도 하기 위해 한발 더 나아가는 이들의 고군분투는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비판이 존재하기도. 이에 한준희 감독은 "'D.P.'는 미약하더라도 책임을 가질 수밖에 없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질문을 던지게 됐고, 인물들은 어떻게든 벽을 돌파하려고 몸부림친다. 뭐라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보기 드물기 때문에 드라마틱하게 보일 수 있지만, 보기 드문 거지 어딘가는 존재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결과가 판타지라면 판타지겠지만, 오히려 그 결과에서 제작진의 메시지가 오롯이 느껴진다. 한준희 감독은 "군대에서 국가를 향한 손배소는 책임감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건 극이니까 이길 수는 없더라도, 어떤 흔적은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어쩔 수 없어"라는 사람들의 말에도 "그럼 누가 감당해야 하는 거냐"라고 맞서며 나아가는 안준호의 '한 발자국'만으로도, 'D.P.'의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여기에 장르를 넘나드는 연출력부터 정해인, 구교환, 손석구 등 배우들의 폭넓은 호연까지, 명실상부 '웰메이드 시리즈'로 불리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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