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폼도 없이 입단 테스트 했는데...' 1년 만에 PS 신스틸러 등극, 연습생 성공신화 노리는 '주루 스페셜리스트' [창원 인터뷰]

창원=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10.27 19:51
  • 글자크기조절
image
NC 박영빈이 27일 창원NC파크에서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image
박영빈. /사진=NC 다이노스
불과 1년 전만 해도 본인 유니폼도 없이 입단 테스트를 봤던 창원NC파크에서 이제는 포스트시즌 경기에도 출전해 '신스틸러'가 됐다. NC 다이노스의 '주루 스페셜리스트' 박영빈(26)이 특별한 가을을 보내고 있다.

박영빈은 2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대비 훈련을 마친 후 스타뉴스와 만나 "(지난해) 프로선수가 아니었을 때 이렇게 가을야구를 하며 뛰고 응원하는 걸 상상했다"면서 "꿈꾸는 대로 된 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번 가을야구에서 박영빈은 1경기에 출전했다. 지난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 박영빈은 팀이 8-6으로 앞서던 8회 말 1사 1, 2루에서 1루 주자 박건우를 대신해 경기에 나섰다. 2루 주자 박민우의 3루 도루로 1, 3루로 바뀐 상황에서 박영빈은 4구째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때 타자 제이슨 마틴이 2루 땅볼을 쳤지만, 2루수 강승호가 이미 2루로 들어간 박영빈을 잡는 대신 1루로 던지며 3루 주자의 득점이 인정됐다.

image
NC 박영빈(맨 왼쪽)이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8회 말 3루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이어 박영빈은 5번 타자 김성욱의 볼넷으로 다시 만든 1, 2루 상황에서 6번 김주원의 타석 때 김성욱과 더블스틸을 시도했다. 공을 받은 포수 양의지가 재빨리 3루로 던져봤지만 박영빈은 여유롭게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두 선수의 도루로 만들어진 2, 3루에서 김주원은 유격수 키를 살짝 넘기는 안타를 터트리며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 적시타로 NC는 11-6까지 달아났고, 이어진 김형준의 3점 홈런까지 터지면서 결국 14-9 승리를 챙겼다.

박영빈은 "(2루 도루 시도는) 투수가 퀵모션(슬라이드 스텝)이 큰 선수라 바로 공략해서 도루를 시도했는데, 마침 병살타가 될 뻔한 타구라 좋은 상황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3루 도루에 대해서는 "2아웃에서 3루 도루는 잘 안하는데, 오히려 상대가 방심한 것 같다"면서 "이종욱 (3루)코치님과 눈빛이 맞아서 한번 시도했던 게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image
NC 박영빈(맨 아래)이 19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8회 말 3루 도루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사실 대주자라는 자리가 쉬운 편은 절대 아니다. 경기 후반 결정적인 상황에 출전해 한 번의 실수로 분위기가 상대쪽으로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수 시절 통산 340도루를 기록한 '대도' 이종욱 코치는 "(뒤에 나가는) 선수들이 긴장할 것이고, 쉽지 않다"며 "선수들에게 '너희들이 뒤에 나가니까 준비를 잘 해야 된다'고 말해준다"고 밝혔다.

박영빈은 "다들 '힘들고 어려운 자리다'고 말한다. 하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이런 자리를 꿈도 꿀 수 없던 사람이었다. 믿고 맡겨주시는 감독님과 코치님들께 감사드린다"며 "힘들고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오히려 이런 자리가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감사하고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image
박영빈이 지난해 11월 2일 열린 NC 청백전에서 투수 홍성민의 유니폼을 입고 입단 테스트를 보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image
지난해 11월 2일 열린 NC 청백전에서 박영빈은 청팀의 4번 타자로 출전해 입단 테스트를 가졌다. /사진=양정웅 기자
충암고-경희대를 졸업하고 지난 2020년 NC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박영빈은 퓨처스리그 11경기에서 단 5타석만을 소화한 후 그해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후 군 복무를 마친 그는 2022년 독립야구단 연천 미라클에 입단해 프로 복귀를 노렸고, 결국 그해 11월 입단 테스트를 거친 후 NC 복귀에 성공했다. 임선남 단장과 강인권 감독 등 수뇌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청백전 멀티히트의 맹타를 휘두르며 눈도장을 찍었다. 당시 박영빈은 유니폼도 없었기 때문에 방출된 투수 홍성민의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뛰었다.

군 전역 후 야구선수로 복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박영빈은 보디빌딩 자격증을 따는 등 '제2의 인생'을 준비했다. 그러다 찾아온 기회가 본인에겐 소중할 수밖에 없었다. 박영빈은 "(작년 이맘때는) 지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었다. 그때는 입단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면서 "꿈꾸는 대로 된 게 너무 행복하지만, 아직은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2년 만에 프로 무대에 복귀한 박영빈은 퓨처스리그 34경기에서 타율 0.345, 12도루로 준수한 기록을 올렸다. 결국 그는 지난 5월 23일 정식선수로 등록돼 1군에 처음으로 콜업됐다. 당시 강인권 감독은 "그동안 송구가 아쉬웠는데 보완이 잘 됐다. 타격 쪽에서는 항상 C팀(2군)에서 1순위로 추천했다"고 설명했다. NC는 내부적으로 박영빈의 주루 능력을 높이 평가했고, 같은 대주자 요원이었던 최승민을 LG 트윈스로 트레이드한 것도 이를 증명했다.

image
NC 박영빈이 득점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아직 1군에서는 보여준 것이 많지 않다. 올 시즌 1군에서 41경기에 나온 그는 6번의 도루 시도에서 4번 성공했다. 66.7%의 성공률은 높은 편은 아니다. 타석에서도 17타석, 14타수에서 단 1안타(타율 0.071)에 그쳤다. 하지만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었고, 경기 후반 언제든지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올 시즌을 돌아본 박영빈은 "아무래도 첫 시즌이다보니 1군에서 경기를 해보니까 생각처럼 쉽진 않았다. 좋아지고 있다는 소리도 듣지만, 지금보다 더 잘하는 걸 상상했었는데 많은 실패를 겪고 나니까 '쉬운 건 없구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하고, 코치님이나 형들한테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면서 박영빈은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기로 했다. 그는 "사실 대주자로만 성공하는 게 최종 목표는 아니다. 그래서 타격이나 수비 훈련도 많이 했다"면서 "하지만 이번 포스트시즌만큼은 욕심을 버리고 주루에 올인해서 내가 할 수 있는 플레이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는 각오를 전했다.

image
박영빈. /사진=NC 다이노스
image
2루 베이스에 들어가는 박영빈(아래). /사진=NC 다이노스
기자 프로필
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양정웅 기자입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팩트만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