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KT, '무패 승률왕' 3일 쉬고 출격 확정! 2년 전 '이틀 휴식→99구 역대급 투혼' 재현하나

창원=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11.03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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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쿠에바스가 지난달 30일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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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쿠에바스가 지난 2021년 삼성과 1위 결정전에서 포효하고 있다.
2년 전 KT 위즈의 '가을의 기적'을 만든 특급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33)가 다시 한 번 전설을 쓰기 위해 출격 준비에 나선다.

KT는 3일 오후 6시 30분 창원NC파크에서 열리는 NC 다이노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4차전(5전3선승제) 선발투수로 쿠에바스를 예고했다. KT는 3차전까지 1승 2패를 거두며 1패만 더 기록하면 한국시리즈 진출이 무산될 위기에 놓인 상황이다.


사실 KT는 이미 홈에서 벼랑 끝에 몰린 상태로 창원으로 향했다. 올해 정규시즌 79승 62패 3무(승률 0.560)로 2위를 기록한 KT는 페넌트레이스 최종전 이후 20일 동안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지난달 30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KT는 에이스 쿠에바스를 선발투수로 투입했다. 당연한 선택이었다. 지난 6월 대체 외인으로 KT에 합류해 18경기에 선발 등판한 그는 1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0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총 114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95피안타(4피홈런) 24볼넷 100탈삼진 33실점(33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04, 피안타율 0.224를 기록했다. 퀄리티 스타트 투구는 14차례 성공. 쿠에바스는 1992년 오봉옥, 2002년 김현욱(이상 삼성)에 이어 KBO 역대 3번째로 승률 100%의 성적을 내며 KBO 승률상을 거머쥐었다. 패전 기록 없이 선발승으로만 KBO 승률상을 수상한 건 쿠에바스가 최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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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쿠에바스. /사진=KT 위즈
이에 사령탑도 일찌감치 1차전 선발로 쿠에바스를 낙점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1차전 시작 전 인터뷰에서 "1차전 승부가 관건이라 생각한다"면서 "1, 2, 3선발을 정해놓은 상태였다. 우리대로 가는 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쿠에바스는 우리 팀 에이스라 시즌 끝나고 난 뒤 1선발로 정해놓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올 시즌 15승을 거둔 좌완 웨스 벤자민이나 토종 에이스 고영표 등도 있었지만 선택에는 변함이 없었다. 이 감독은 "벤자민과 고영표는 상태가 안 좋아 최대한 휴식을 주려고 했다. 그나마 상태가 괜찮아 로테이션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시즌 막판 벤자민은 컨디션 난조를 보였고, 고영표는 지난달 3일 KIA전에서 타구에 팔을 맞고 내려가면서 정규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당연히 꾸준한 모습을 보인 쿠에바스를 선발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쿠에바스는 1차전 경기 초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선두타자 손아섭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은 후 다음 타자 박민우에게도 좌중간 2루타를 맞으며 순식간에 2, 3루 실점 위기에 놓였다. 이어 1사 후 제이슨 마틴의 희생플라이가 나오면서 쿠에버스는 선취점을 헌납했다. 이어 2회 초에는 이닝 선두타자 오영수에게 시속 149km 높은 패스트볼을 공략당하며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20m의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3회에는 첫 타자 박민우의 뜬공을 황재균이 처리하지 못하고 실책을 저질렀고, 박건우의 2루타와 권희동의 우전 적시타로 스코어는 4-0이 됐다. 쿠에바스는 4회 김형준의 볼넷에 이어 김주원의 번트 때 2루로 송구 실책을 저질렀고, 폭투까지 나오며 2, 3루 위기를 맞이했다. 여기서 손아섭이 1타점 적시타를 때리면서 결국 쿠에바스는 마운드를 내려갔다. 뒤이어 올라온 투수들이 쿠에바스의 주자들을 모두 불러들이며 실점은 7점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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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쿠에바스가 지난달 30일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회 김주원의 번트 타구에 송구 실책을 저지른 뒤 아쉬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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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쿠에바스(맨 왼쪽)가 지난달 30일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4회 초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이날 쿠에바스는 3이닝 동안 75구를 던지면서 6피안타 2볼넷 2탈삼진 7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타순이 두 바퀴를 돈 뒤 빠르게 강판되고 말았다. 이 감독은 "쿠에바스가 1회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 아쉽더라. 좀 잘 던지려다가 (그렇게 됐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렇다곤 해도 생각보다 빨리 마운드를 내려갔다.

대체 왜 쿠에바스는 이르게 투구를 마쳤을까. 그 의문은 3차전 종료 후 풀렸다. 이 감독은 "고민하지 않고 1차전이 끝난 뒤 당시 투구수가 적당해서 4차전을 준비하라고 이미 말을 해놨다. 당시 투구수를 봐서 빨리 교체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2차전에서 진다고 생각을 안 해서 쿠에바스를 그때부터 준비시켰다"는 말도 이어갔다. 1승 1패로 창원에 내려간다면 4차전이 열리기 때문에 쿠에바스가 나올 수 있지만, 2차전을 패배하면서 자칫 시리즈가 3차전에서 끝났다면 쿠에바스의 등판도 무산되기 때문이다.

KT 입장에서는 다행스럽게도 3차전을 승리로 가졌다. 2차전에서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2-3으로 패배했던 KT는 3차전에서 상대 선발 태너 털리를 상대로 2회 배정대의 2점 홈런으로 먼저 앞서나갔고, 7회 초에도 문상철의 솔로포로 달아났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고영표가 6이닝 3피안타 2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고, 손동현-박영현-김재윤으로 이어지는 필승조도 제대로 가동됐다. 결국 KT는 2패 후 첫 승을 거두며 4차전으로 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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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선수단이 2일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그리고 KT는 4차전 선발로 쿠에바스를 내세웠다. 비록 1차전에서 75구만을 던지긴 했지만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초강수를 두게 됐다. 무리라면 무리일 수 있지만, 쿠에바스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큰 경기에서 항상 강한 모습을 보였을 뿐더러 짧은 휴식 후 호투를 펼친 사례도 있다.

쿠에바스는 2019년 KT에 처음 입단한 이후 통산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20으로 펄펄 날았다. 2020년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8회 구원 등판해 ⅔이닝 2실점으로 무너졌지만, 2일을 쉰 뒤 3차전에 선발 등판해서는 8이닝 1실점으로 쾌투를 펼쳤다. 이어 2021년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는 7⅔이닝 7피안타 8탈삼진 1실점을 거두며 승리투수가 됐다. 큰 경기에서 엄청난 이닝 소화력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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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쿠에바스가 지난 2021년 삼성과 1위 결정전에서 7회를 무실점으로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포효하고 있다.
또한 쿠에바스는 2년 전 사상 초유의 1위 타이브레이커 당시에도 투혼을 발휘해 팀을 구해냈다. 당시 KT는 144경기에서 76승 59패 9무(승률 0.563)를 기록하며 삼성 라이온즈와 똑같은 성적을 기록했다. 결국 그해 10월 30일 KT는 삼성과 타이브레이커 게임을 치렀다. 이때 쿠에바스는 이틀 전 7이닝 108구를 던진 뒤 마운드에 오르는 철인과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 당시 7이닝 99구 1피안타 3볼넷 8탈삼진 무실점 역투를 펼친 그는 팀의 첫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KT는 2년 만에 벼랑 끝에서 다시 한번 쿠에바스를 믿어야 하는 상황이다. 3차전 시작 전 이 감독은 "오늘만 이겨주면 4차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 경기 후 그는 "쿠에바스가 1차전 던질 때 구위 나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쿠에바스가 선발로서 좋은 투수였다. 기록적으로 보면 우리가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제 쿠에바스는 이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3일 휴식 후 선발 등판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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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쿠에바스가 지난 2021년 삼성과 1위 결정전에서 포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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