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단 1경기' 페디 끝내 눈물 흘리며 구장 떠났다... 20승·200K 대업→불의의 타박상→'불펜 대기' 최후 보루도 무산 [수원 현장]

수원=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11.05 20:05
  • 글자크기조절
image
NC 페디(오른쪽)가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 종료 후 고개를 숙이고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image
NC 페디가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9회 초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결국 '특급 에이스'의 등판은 없었다. '20승 투수' 에릭 페디(30)가 NC 다이노스의 포스트시즌 9경기 중 단 1경기에 나온 것으로 시즌을 마쳤다.

NC는 5일 오후 2시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플레이오프 5차전(5전3선승제)에서 2-3으로 석패했다. 이로써 NC는 플레이오프 2승 3패를 기록하며 가을야구 여정을 마치게 됐다.


원정에서 2연승을 달리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뒀던 NC는 홈에서 2경기를 모두 패배한 후 무거운 마음으로 다시 수원으로 왔다. 하지만 선취점을 올리며 반격에 대한 희망을 보여줬다. 선발 신민혁이 초반 KT 타선을 꽁꽁 묶은 가운데, 3회 초 NC는 상대 유격수 김상수의 연속 실책과 손아섭의 안타로 1사 만루 찬스를 잡았다. 여기서 서호철이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를 날리며 NC는 먼저 한 점을 얻었다.

image
NC 신민혁이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5회 말 2점을 내준 후 마운드를 내려가고 있다.
이어 5회 초에도 선두타자 김형준의 2루타에 이은 1번 손아섭의 적시타로 NC는 2-0으로 앞서나갔다. 그러나 4회까지 퍼펙트를 기록하던 신민혁이 5회 말 1사 후 장성우에게 2루타, 문상철에게 좌전안타를 맞으며 1, 3루 위기에 놓였다. KT는 7번 오윤석 타석에 대타 김민혁을 넣었고, 그는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터트리며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2-2 동점을 허용한 NC는 투수를 김영규로 교체하며 남은 아웃카운트를 실점 없이 잡아냈다.

그러나 김영규는 6회 말 첫 타자 김상수에게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허용했고, 그러자 NC는 곧바로 투수를 류진욱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류진욱도 황재균에게 안타를 맞았고, 앤서니 알포드도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여기서 박병호가 2루수-유격수-1루수로 이어지는 병살타를 기록하긴 했지만 3루 주자가 홈을 밟으며 KT는 3-2로 역전했다. 이후 KT는 6회 초 올라온 손동현에 이어 박영현(8회)-김재윤(9회)을 투입해 끝까지 리드를 지켰다. NC 역시 류진욱이 추가 실점 없이 2이닝을 막았고, 이용찬이 8회 말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결국 역전은 없었다.






image
NC 페디(맨 왼쪽)가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5회 말 불펜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까지 경기 내용 중 당연히 나와야 할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바로 페디였다. 선발 등판 대신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그는 5회 말 팀의 위기 상황에서 불펜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공을 던지지는 않았고, 다시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결국 페디는 단 1구도 던지지 않고 경기를 마쳤다.

당초 페디는 로테이션상 5차전 선발 등판이 유력했다. 1차전에서 98구를 던진 페디는 5일 휴식 후 5차전에 나와야 했다. 그러나 4차전 종료 후 강인권 NC 감독은 "페디의 컨디션이 100% 회복되지 않아서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결국 NC는 5차전 선발로 페디 대신 2차전에 나왔던 우완 신민혁을 예고했다. 신민혁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NC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맡았다. 앞선 가을야구 2경기에서는 1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하지만 페디가 등판하는 것과는 무게감이 달랐다.

image
에릭 페디. /사진=NC 다이노스
올 시즌 페디는 정규시즌 30경기에서 180⅓이닝을 던지며 20승 6패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의 성적을 거뒀다. 1986년 해태 선동열 이후 무려 37년 만에 20승-200탈삼진 시즌을 만들었고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1위에 오르며 2011년 KIA 윤석민 이후 12년 만에 투수 3관왕(트리플 크라운)에 올랐다. 이에 올해 최고의 투수에게 주는 최동원 상의 주인공도 역시 페디였다. 그는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 유력 후보로도 꼽히고 있다.

하지만 페디는 불의의 부상으로 잠시 공백기를 가졌다. 지난달 16일 광주 KIA전에 선발로 등판한 그는 5⅔이닝 3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페디는 6회 말 2아웃 상황에서 고종욱의 타구에 오른쪽 팔뚝을 맞았다. 마운드에 그대로 주저앉았던 페디는 김영규와 교체되고 말았다. 검진 결과 오른쪽 전완부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다.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 SSG와 준플레이오프에서 페디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시작 전 강 감독이 페디를 3차전 선발로 예고했다가 경기 종료 후 "거짓말쟁이가 된 것 같아 죄송하다"며 좌완 태너 털리로 선발을 교체했다.

그리고 페디는 14일 만인 지난달 30일 KT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 드디어 마운드에 올랐다. 최고 시속 155㎞의 빠른 볼을 뿌리며 건재함을 과시한 그는 6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2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고, 데일리 MVP에도 등극했다. 특히 12개의 삼진은 1989년 해태 선동열, 2021년 두산 크리스 플렉센이 만든 플레이오프 탈삼진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페디의 다음 등판도 무리가 없어보였다.

image
NC 페디가 지난달 30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포효하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image
NC 페디가 지난달 30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데일리 MVP를 수상하고 있다.
하지만 강 감독은 1차전 종료 후 "투구 후 부상부위에 어떤 영향 있었는지 체크하겠다"고 말했고, 다음날에는 "어깨 피로도만 조금 높다는 보고 받았다. 훈련 보며 다음 등판 일정 잡겠다"고 밝혔다. 5차전 선발 등판이 무산된 뒤에는 "첫 경기 등판하고 나서 어깨가 무겁다고 계속 얘기하고 있다. 회복할 시간이 있음에도 불편하다고 해서 피로도가 있는 것 같아 선발로서는 조금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중간 대기는 가능할 거라고 판단돼서 일단 준비를 해보고 결정하겠다"며 불펜 등판도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페디는 어두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에서 팀의 '리버스 스윕'을 지켜봐야만 했다. 페디의 등판이 끝내 무산된 뒤 강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움직여봤는데 무겁다고 표현해서 상황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시즌 초반 최하위 후보로 꼽혔던 NC는 예상 외의 선전을 거뒀고, 그 중심에 페디가 있었음은 말할 필요가 없다. 페디가 있어서 NC는 시즌 종료 때까지 상위권에서 밀려나지 않고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마무리는 씁쓸하게 끝나고 말았다. 경기를 마친 페디는 눈물을 흘리며 구장을 빠져나갔다.

image
NC 페디가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경기 도중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image
NC 페디(왼쪽)가 5일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플레이오프 5차전 도중 동료선수를 위로하고 있다.
기자 프로필
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안녕하세요, 양정웅 기자입니다. 현장에서 나오는 팩트만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