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출 당일에도 안권수는 롯데 이야기뿐이었다 "사직 홈 최종전 아직도 매일 본다" [고척 인터뷰]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3.11.26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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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권수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 참가해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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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권수(왼쪽)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가 끝난 후 미소 짓고 있다.
"(김)원중이가 롤모델이에요.", "(윤)동희는요."

방출 당일에도 안권수(30)는 인터뷰 내내 롯데 자이언츠 이야기뿐이었다. 선수 생활을 사실상 마감한 그가 아직도 잊지 못하고 돌려보고 있는 영상은 약 40여 일 전 사직야구장에서의 마지막 경기였다.


안권수는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양준혁 야구재단 주최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지금 당장은 가족들이 있어 야구를 못 할 것 같다. 신체검사도 아직 받지 않았고 (방출 통보도) 오늘 나와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야구 쪽으로는 나중에 선수들을 돕는 일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앞서 롯데는 안권수를 포함해 투수 문경찬(31), 외야수 박형준(22), 육성선수 정대혁(24), 엄태호(22) 등 5명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재일교포 3세로서 드라마 같은 한 해를 보낸 안권수였다.

일본 타카사초-일본 키시중-일본 와세다실업고-일본 와세다 대학교를 졸업한 안권수는 일본 독립 리그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인 끝에 지난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0라운드 전체 99순위로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었다. 3년 차인 2022년 76경기에 출전해 타율 0.297(239타수 71안타) 20타점 43득점 3도루, 출루율 0.368 장타율 0.343의 성적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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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권수가 지난달 1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홈 최종전에서 롯데 팬들에게 눈물을 흘리며 고별사를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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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권수(오른쪽)가 지난달 1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홈 최종전에서 롯데 팬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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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손성빈, 김민석, 안권수, 윤동희가 지난달 1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홈 최종전 후 촬영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이미 입대를 결정해야 할 만 29세에 도달해 있었고 두산은 2022시즌을 마친 뒤 안권수에게 방출 통보를 전했다. 그런 안권수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바로 롯데였다. 영입 당시 "안권수가 팀 외야진 강화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한 대로 입대와 상관없이 기회를 줄 법하다 여겼고, 안권수는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이 말을 증명했다. 올 시즌 안권수는 커리어 4시즌 동안 가장 많은 95경기에 출장해 타율 0.269(268타수 72안타), 2홈런 29타점 42득점 16도루, 출루율 0.341 장타율은 0.321을 기록했다.

2023시즌 종료 후 안권수의 병역 문제는 다시 대두됐다. KBO 리그에서 계속 활동하기 위해서는 군 복무를 마쳐야 했으나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가족으로 인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10월 11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홈 최종전에서는 눈물의 송별식을 했다. 롯데 팬들은 안권수의 응원가를 열창했고 안권수는 팬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은 채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신체검사를 받고 현역 연장을 노린다는 이야기도 나왔으나, 끝내 현역 연장의 꿈은 포기했다. 최근 직접 일본 도쿄돔에서 관전한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2023'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굳혔다. 안권수는 최근 도쿄돔에서 태극기를 들고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이 잡혀 화제가 됐다.

안권수는 "동생들이 야구하는 것을 보고 싶었고 일본 대표팀과 어느 정도 격차가 있는지 궁금했다. 아까 (윤)동희한테도 물어봤는데 일본 투수들 수준이 정말 높다고 하더라. 그걸 듣고 나중에 한국 야구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아는 일본 코치들도 많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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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권수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김동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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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권수가 2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에서


2주 전 양준혁 야구재단으로부터 이번 대회 출전 제의를 받은 안권수는 고심 끝에 팬들 앞에 다시 섰다. 팀 동료 김원중이 생각나는 뽀글뽀글한 머리 가발과 함께였다. 안권수는 "내가 단발머리라 김원중(30·롯데)처럼 긴 머리 가발을 쓰게 됐다. 원중이가 헤어 스타일 면에서는 롤모델"이라고 너스레를 떨면서 "약 한 달 동안 공을 안 만지다 보니 캐치볼 할 때 감각이 없었다. 그래도 팬들 앞에 다시 설 수 있어 행복하고 다치는 일 없이 재미있게 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다시 만난 윤동희(20·롯데)에 대한 칭찬도 늘어놓았다. 안권수는 "야구 선수가 아니라도 매일 루틴을 지켜가며 노력하는 것은 어려운데 (윤)동희가 몸 관리도 그렇고 그런 걸 잘한다"고 애정을 나타냈다.

시종일관 롯데 이야기로 가득 찼던 인터뷰에서 마지막 인사도 롯데 팬을 향했다. 안권수는 "사직에서의 마지막 홈 경기는 잊지 못할 것 같다. 아직 거의 매일 같이 그날의 영상을 보고 있다. 내 응원가가 없어지는 것도 조금은 아쉽긴 하다"면서 "다시 야구를 할 수 없어 기다려 준 롯데 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올 시즌 많은 응원을 해주셨는데 정말 감사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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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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