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타석 보러 단장 방한' SF는 왜 이정후에게 亞 야수 최고액을 안겼나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3.12.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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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에게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힌 합성사진. /사진=좀보이 미디어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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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BO MVP를 수상한 이정후. /사진=뉴스1
그동안 한국인 메이저리거와 큰 인연이 없었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이정후(25)를 품었다. 그것도 아시아 야수로는 전례없는 큰 규모다.

미국 매체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과 MLB.com의 마크 파인샌드 등은 13일(한국시간)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483억 원) 계약을 맺었다"고 보도했다. 4시즌을 보낸 후에는 옵트아웃을 할 수 있는 계약 형태다.


총액 1억 1300만 달러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 중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이다. 앞서 지난 2012년 말 류현진(36)이 LA 다저스와 계약하면서 6년 3600만 달러(약 472억 원)를 받은 게 이전까지 최고 금액이었다. 야수로는 이정후의 절친한 선배인 김하성(28)이 2021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4년 2800만 달러(약 367억 원) 계약을 맺은 것이 최고 기록이었다.

일본까지 합해도 이정후의 금액은 보기 드문 일이다. 앞서 지난 2013년 다나카 마사히로(현 라쿠텐)가 뉴욕 양키스와 7년 1억 5500만 달러(약 2035억 원) 계약을 맺은 게 포스팅을 통한 역대 최고 규모였다. 야수로 한정하면 올 시즌을 앞두고 보스턴 레드삭스로 둥지를 튼 요시다 마사타카(30)의 5년 9000만 달러(약 1182억 원)가 가장 많은 금액이었는데, 이정후는 이를 훌쩍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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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지난 10월 10일 고척 스카이돔을 방문, 8회 말 이정후의 타석 때 기립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SBS스포츠 중계화면 갈무리
샌프란시스코는 꾸준히 이정후 영입 유력 후보로 오르내리던 팀이었다. 올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때부터 팀장급 스카우트를 여러 차례 파견해 이정후를 관찰했다. KBO리그 시즌 중에도 고척스카이돔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등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이정후를 면밀히 지켜봤다. 키움의 2023시즌 마지막 홈 경기인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는 이정후가 한 타석밖에 들어오지 않는데도 피트 푸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이 직접 찾아 부상 복귀전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NBC 스포츠 베이에어리어의 알렉스 파블로비치는 최근 "샌프란시스코 간부들은 올해 몇 번 이정후를 보러 갔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게 매우 깊이 관여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 에이전트도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을 통해 "푸틸라 단장은 이정후의 그 한 타석을 보기 위해 한국에 간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이정후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다. 이정후는 그곳에서 슈퍼스타였고, 그를 스타 선수처럼 대우하는 팀에게 계약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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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계약 소식을 알리는 MLB.com의 그래픽. /사진=MLB 공식 SNS
이는 샌프란시스코가 타격에서 보완이 필요한 팀이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는 2023시즌 79승 83패(승률 0.488)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렀다. 불과 2년 전 구단 역대 최다승(107승)과 함께 다저스의 연속 지구 우승을 저지했지만, 지난해 정확히 5할 승률 턱걸이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2승이 더 줄어들고 말았다. 이에 시즌 종료 후 게이브 케플러 감독을 경질했다. 특히 타격에서 다소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팀 타율(0.235)은 내셔널리그 꼴찌였고, OPS(0.695)도 평균(0.740) 이하였다. 23홈런과 OPS 0.863을 기록한 윌머 플로레스가 그나마 타선에서 힘을 보탰지만, 전반적으로 타선이 가라앉은 모양새였다. 이에 KBO 최고의 타자인 이정후에게 눈독을 들인 것이다.

이정후에게 긍정적인 점은 샌프란시스코 신임 감독인 밥 멜빈이 아시아 선수와 인연이 깊다는 것이다. 2003년 시애틀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멜빈 감독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2005~2009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2011~2021년), 샌디에이고(2022~2023년)에서 오랜 시간 감독직을 역임하며 통산 1517승을 거뒀다. 그는 시애틀에서는 스즈키 이치로, 샌디에이고에서는 다르빗슈 유와 인연을 맺었고, 특히 김하성을 주전 내야수로 기용하며 아시아 최초의 골드글러브 내야수로 키웠다.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 팀 중에서 가장 먼저 아시아 선수를 영입한 팀이다. 지난 1964년 난카이 호크스(현 소프트뱅크) 소속으로 구단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연수 중이던 무라카미 마사노리를 콜업하면서 새 역사를 썼다. 이후 신조 츠요시, 야부 케이이치, 아오키 노리치카 등 여러 일본 선수가 뛰었지만, 한국인 빅리거와 한동안 인연이 없었다. 송승준이나 김선우, 이학주 등이 마이너리그 팀에 속했지만 콜업이 이뤄지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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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샌프란시스코에서 뛰었던 황재균. /AFPBBNews=뉴스1
샌프란시스코에서 뛴 첫 한국인 선수는 황재균(36·KT 위즈)이다. 2016년 말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은 후 샌프란시스코와 계약한 그는 2017년 6월 29일 콜로라도와 경기에서 빅리그에 데뷔했고, 5번 타자 겸 3루수로 출전해 6회 카일 프리랜드를 상대로 좌중간 솔로홈런을 터트리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다만 황재균은 꾸준한 활약은 이어가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18경기에서 타율 0.154(52타수 8안타) 1홈런 5타점 OPS 0.459라는 성적을 남기고 8월 초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그는 다시 콜업되지 못하고 시즌 종료 후 KBO 리그로 돌아갔다. 그리고 황재균은 올 시즌까지 유일한 샌프란시스코의 한국인 빅리거로 남았다.





2017년 KBO리그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한 이정후는 7시즌 동안 꾸준히 출장하면서 통산 884경기 타율 0.340, 65홈런 515타점 581득점 69도루, 출루율 0.407 장타율 0.491 OPS 0.898의 성적을 남겼다. 통산 3000타석 이상 나온 현역 선수 중 타율 1위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2022시즌에는 타율 0.349, 23홈런 113타점 OPS 0.996이라는 엄청난 성적으로 MVP를 차지했다. 콘택트 능력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장타력을 올렸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다만 올 시즌에는 부상으로 86경기 출전에 그쳤고, 타율 0.318, 6홈런 45타점 OPS 0.861의 성적을 올렸다. 4월 한 달 동안 0.218의 타율을 기록하는 등 늦은 출발을 보인 이정후는 5월 0.305, 6월 0.374, 7월 0.435의 월간 타율을 보여줬다. 결국 6월 11일 3할 타율에 진입한 그는 꾸준히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나 7월 22일 사직 롯데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수술대에 올랐고, 시즌 막바지인 10월 10일 고척 삼성전에서 팬서비스 차원의 출전을 마지막으로 시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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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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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후.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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