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첫 80년대생 감독 탄생' 우승후보 KIA, 왜 '초보' 이범호에게 사령탑 맡겼나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2.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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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KIA 신임 감독이 13일(한국시간)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에게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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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KIA 신임 감독이 13일(한국시간)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단에게 취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KBO리그 최초로 1980년대생 감독이 KIA 타이거즈에서 탄생했다. 역대 통산 만루홈런 1위(17개), 통산 329홈런에 빛나는 이범호(43) KIA 1군 타격코치가 그 주인공이다.

KIA는 13일 "이범호 타격코치를 제11대 감독에 선임했다. 계약 기간은 2년이며,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 9억 원에 계약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예상 가능하면서도 신선한 인선이었다. 지난달 29일 김종국(51) 전 감독이 장정석(51) 전 KIA 단장과 관련된 배임수재 혐의로 경질된 뒤 KIA는 다방면으로 감독 후보 명단을 꾸렸다. 내부 인사부터 우승 경력이 있는 감독, 해설위원 등 경력과 이력에 크게 연연하지 않고 현재 KIA를 잘 이끌 수 있는 후보를 10명 내외로 추렸다. 단, 현재 다른 KBO 구단에서 재직 중인 코치 출신들은 제외했다. 이미 시즌 구상을 마치고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팀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후보군에는 다양한 이름이 물망에 올랐다. 타이거즈 전설 선동열(61) 전 감독, 이종범(54) 전 LG 코치부터 우승 경력이 있는 재야의 류중일(61) 전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 김원형(52) 전 SSG 랜더스 감독, 이동욱(50) 전 NC 다이노스 감독, 내부의 진갑용(50) 수석코치, 이범호 타격코치, 손승락(42) KIA 퓨처스팀 감독까지 알만한 이름은 다 나왔다. 그리고 KIA 구단 역시 이들이 후보군에 있다는 점을 애써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이범호 타격코치를 내부 승격한 것에 대해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많다. 선수 시절 KIA에서 활약한 것을 제외하고는 역대 감독 중에서 타이거즈색이 비교적 옅은 인사였기 때문.


일단 이범호 감독이 차기 KIA 사령탑 필수조건 중 하나인 '현재 선수단을 가장 잘 아는 인사'임에는 분명했다. 심재학 KIA 단장은 감독 선임 과정에서 스타뉴스에 "지금 상황에서 빠르게 우리 팀을 재정비하고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 최대한 우리 팀에 빠르게 녹아들면서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게 하는 감독을 찾고 있다"며 "다양한 후보를 보고 있는데 (기존의) KIA를 잘 안다기보다 지금 우리 선수들을 잘 아는 사람에게 가산점이 분명 붙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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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현역 시절 이범호 감독. /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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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 감독(왼쪽)이 코치 시절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변우혁에게 타격 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대구수창초-경운중-대구고 졸업 후 2000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8순위로 한화 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11년 일본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에서 KIA로 KBO 복귀를 선택하며 인연을 맺었고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한 후 2019년 은퇴했다. 이후 일본 프로야구(NPB)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메이저리그(MLB)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받고 2021시즌 퓨처스 감독을 역임하는 등 KIA에서만 지도자 경력을 이어갔다.

전임 감독들에 비해 옅을 뿐 이 감독도 선수 시절부터 포함하면 KIA에서만 어느덧 14년 차로 타이거즈맨으로 불리기 충분했다. 지금 선수단에서 이범호 감독만큼 타이거즈 경력이 많은 사람도 없다. 이 감독보다 타이거즈 경력이 길다고 할 선수는 원클럽맨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양현종(36·2007년 2차 1R)과 김선빈(35·2008년 2차 6R)뿐이다. 지전임 감독들에 비하면 옅을 뿐 퓨처스팀부터 선수들과 함께하면서 신뢰를 쌓았고 내부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그 때문에 맷 윌리엄스 감독과 계약 해지 이후로 심심치 않게 차기 사령탑 후보로 하마평에 오른 이유다.

KIA를 잘 안다는 것이 새 사령탑으로서 이 감독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면 이제 4년 차에 불과한 지도자 경력은 섣불리 그를 차기 감독으로 짐작하지 못하게 하는 아쉬운 점이었다. 심 단장은 빠르게 팀을 재정비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감독으로서 필요한 인화력이라 리더십은 물론이고 우리가 목표로 하고 있는 성적을 낼 수 있는 감독이 필요하다"고 했다.

올 시즌 KIA는 가을야구 진출은 물론 지난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LG 트윈스, KT 위즈와 함께 우승 후보로까지 여겨진다. 지난해 타선이 부상 선수 없이 완전체가 됐을 때 보여준 폭발적인 상승세가 주된 이유다. KIA는 지난해 8월 24일 수원 KT전부터 9월 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까지 78득점 26실점으로 경기당 평균 8.6점을 뽑아내는 가공할 득점력을 선보이며 9연승을 내달렸다.

그때를 떠올린 팀 내 최고참 최형우도 "9연승 때 폭발력보단 타선에 부족한 선수가 없는 것이 크다. 1번부터 9번까지 타순이 도는 걸 보면 상대 입장에서 쉬어갈 선수가 없다. 그걸 보며 자신감이 생겼다"며 "그동안은 우리 팀이 5강권이라 말해 왔는데 이젠 상위권이랑도 해볼 만하다. 특히 야수만 봤을 땐 정말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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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우가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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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네일이 호주 스프링캠프에서 피칭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받던 외국인 투수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최고 시속 153㎞의 우완 윌 크로우(30)는 뛰어난 구위로 1선발 역할이 기대된다. 올해 KBO리그 외인 중 가장 마지막으로 합류한 제임스 네일(31)은 준수한 제구력과 수비 그리고 땅볼 유도에 특화된 구질이 강점이다. 여기에 지난해 이의리, 최지민, 정해영 등 다양한 국제 경험을 통해 한 단계 스텝업한 유망주들이 달라진 모습을 예고해 올 시즌 KIA의 성적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이렇듯 탄탄한 전력을 갖춘 상태에서 아직 지도자 경력이 짧은 이 감독의 부임은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 감독은 해외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2021년 KIA 퓨처스팀 총괄코치로 본격적으로 현장에 투입돼 올해가 코치 4년 차였다.

하지만 선수들과 현장의 분위기만 보면 현재 KIA 선수단으로부터 이보다 신뢰도가 높은 후보를 찾기 어렵다는 평가다. 지난해 팀 타율 리그 1위(0.275), 홈런 2위(101개), 타점 2위(673개), OPS 2위(0.735) 등 우승팀 LG에 비견된 타선이 만들어진 데에는 이 감독의 밀착 리더십을 빼놓을 수 없다. 부진했던 선수들이 잠시나마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일 때면 이 감독의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가령 지금은 SSG로 이적한 신범수의 경우 우측으로 쏠리는 타구가 계속해서 나오는 걸 이 감독이 포착했다. 한 달 내내 이 코치와 파울 라인 안쪽으로 타구 방향을 조금씩 저장하는 연습을 진행했고 이후 홈런포가 연달아 터지는 등 효과를 봤다.

또한 2년 연속 야구 외적인 이슈로 흔들린 KIA에는 카리스마 있는 강한 지도자보단 선수단이 믿을 수 있고 그들을 잘 아는 지도자가 필요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종국 전 감독 경질 이후 복수의 KBO리그 구단 관계자는 "스프링캠프가 이미 시작됐고 개막전이 앞당겨진 상황에서 외부 인사가 다시 선수들을 파악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그보단 지금의 KIA를 잘 아는 이범호 코치가 나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KIA 구단 역시 이범호 감독 선임 배경에 대해 "팀 내 퓨처스 감독 및 1군 타격코치를 경험하는 등 팀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가 높다"면서 "선수단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탁월한 소통 능력으로 지금의 팀 분위기를 빠르게 추스를 수 있는 최적임자로 판단해 선임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감독도 섣불리 좋은 성적을 장담하지 않았다. 그는 취임 소감으로 "구단과 팬이 나에게 기대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다. 초보 감독이 아닌 KIA 타이거즈 감독으로서 맡겨진 임기 내 반드시 팀을 정상권으로 올려놓겠다"며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갑작스레 감독자리를 맡게 돼 걱정도 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차근차근 팀을 꾸려 나가도록 하겠다. 선수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면서,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자신들의 야구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지도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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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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