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6㎞ 우완부터 박찬호 조카까지' 포스트 안우진 시대 첫 윤곽... "확인 필요한 선수부터 우선 선발"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2.19 06:01
  • 글자크기조절
image
장재영. /사진=키움 히어로즈
마침내 포스트 안우진(26·키움 히어로즈) 시대의 첫 윤곽이 드러났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캠프를 마무리한 키움 선수단은 지난 17일 대만 가오슝에 도착해 18일부터 2차 캠프 첫 훈련을 시작했다. 그에 앞서 11일 키움 퓨처스 팀이 먼저 대만에 도착해 스프링캠프를 진행한 가운데 퓨처스팀 캠프에 있던 선수들이 1군 캠프에 합류했다.


대만 1군 캠프는 철저하게 실전을 통해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갈 옥석을 가릴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 KBO리그는 3월 9일 시범 경기를 시작으로 예년보다 빠른 3월 23일에 개막전을 치러 실전 감각을 올릴 시간이 부족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키움은 개막전 중신 브라더스, 퉁이 라이온즈 등 대만 프로야구(CPBL) 팀과 총 6차례 연습경기를 잡았다.

가장 취약한 포지션은 에이스 안우진이 군 복무로 떠난 선발진이다. 외국인 원투펀치는 나쁘지 않다. 지난해 키움에 처음 합류한 아리엘 후라도(28)는 30경기 11승 8패 평균자책점 2.65, 183⅔이닝 147탈삼진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후 첫 풀타임 시즌이라 건강과 체력에 걱정을 샀지만, 안정적인 제구와 맞춰잡는 피칭으로 KBO리그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번에 영입된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8)는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바탕으로 한 폭발적인 구위로 1선발도 기대되는 좌완이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베네수엘라 대표로 참여한 바 있고 메이저리그에서는 통산 2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11.37을 기록했다. 키움의 설명에 따르면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을 던지면서 구위와 완급조절 능력을 모두 갖춰 경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문제는 이다음이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 키움은 안우진, 최원태(27)의 존재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 구성에 있어 큰 어려움을 못 느꼈다. 안우진은 2018년부터 선발로 뛰면서 통산 6시즌 동안 156경기 43승 35패 14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3.21을 기록했다. 2021시즌부터 두각을 드러냈고 2022년에는 30경기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 196이닝 224탈삼진으로 리그 에이스로 군림했다.

최원태도 오랜 기간 선발 로테이션의 허리를 지탱하던 선수였다. 2016년 데뷔 후 2017년부터 매년 100이닝 이상을 소화하면서 통산 193경기 69승 51패 평균자책점 4.38을 마크했다. 하지만 최원태가 지난 시즌 도중 LG 트윈스로 트레이드되고, 시즌 종료 후에는 안우진이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를 결정하면서 키움 선발진은 한순간에 휑해졌다.

image
김윤하. /사진=키움 히어로즈


키움은 안우진이 떠난 2년의 시간을 오히려 토종 선발 투수를 발굴할 기회로 여겼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대만 캠프에서는 연습경기 위주로 훈련이 진행된다. 경기를 통해 확인이 필요한 선수부터 우선적으로 선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층을 더욱 두껍게 만들어야 하는 중요한 시즌을 앞두고 있다"며 "대다수 선수들이 대만에 모여있는 만큼 여러 선수를 체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모든 선수에게 기회가 주어진 가운데 상위 순번 지명자들이 먼저 시험대에 오른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8번으로 지명된 김선기(33)를 시작으로 장재영(22·2021년 1차지명), 주승우(24·2022년 1차지명), 김윤하(19·2024년 1R 9번), 김연주(20·2024년 3R 29번)이 우선적으로 합류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단연 장재영이다. 덕수고 1학년 때부터 메이저리그의 관심을 받던 장재영은 프로 무대에서도 최고 시속 156㎞의 빠른 공을 보여주며 재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멘털과 제구가 늘 아쉬웠다. 데뷔 첫해였던 2021년, 1군 19경기 평균자책점 9.17, 17⅔이닝 27사사구(24볼넷 3몸에 맞는 볼) 14탈삼진으로 제구가 아예 되지 않았다. 2022년에는 14경기 평균자책점 7.71, 14이닝 8사사구(7볼넷 1몸에 맞는 볼) 19탈삼진을 기록했다.

3년 차인 지난해가 돼서야 프로 첫 승을 신고하며 23경기 1승 5패 평균자책점 5.53, 71⅔이닝 74사사구(66볼넷 8몸에 맞는 볼) 67탈삼진으로 조금은 성장한 채 시즌을 마쳤다. 그동안 강점으로 여겨졌던 직구가 아닌 변화구 위주로 피칭 디자인을 가져간 것이 주효했다. 지난해 키움 자선행사에서 만난 장재영은 "내 직구가 빠른 걸 알아서 그동안 스스로 직구로 시작해 직구로 끝내려고 했다. 하지만 투수코치님이 오히려 내게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으라고 하셨다. 내가 잘 던지는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고 직구를 유인구로 생각해야 내 머리 속이나 메커니즘도 간단해질 거라 했다. 그렇게 모든 걸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셨는데 실제로 그대로 따라 하니 직구의 결과도 오히려 좋게 나왔고 카운트 싸움도 잘 됐다"고 설명했다.

image
김선기.


김선기는 매년 선발 투수 한 자리가 빌 때 최우선 순위로 언급되는 후보 1순위다. 매력적인 슬라이더에 그를 트레이드로 노리는 팀도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1군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데뷔 후 6년간 117경기 10승 8패 8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5.50에 매년 50이닝도 채 넘긴 적이 없다. 그런 그에게 올해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좋은 기회다.

서울고 3학년부터 투수에 도전한 주승우는 지명 후 계속해서 선발 수업을 받았다. 성균관대에 진학해서는 최고 시속 153㎞의 직구와 140㎞까지 나오는 슬라이더를 주 무기로 대학 무대를 평정했다. 불펜으로서 즉시전력감으로까지 평가받았으나, 지난 2년간 보여준 성적은 형편없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36경기 7승 11패 평균자책점 4.67, 135이닝 92볼넷 115탈삼진을 기록했고, 1군에서는 15경기 평균자책점 9.78에 그쳤다. 하지만 대학 시절부터 연마한 스플리터가 점차 원숙해지면서 선발 투수로 뛸 수 있는 조건은 충분히 갖췄다는 평가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5촌 조카로 잘 알려진 김윤하는 지난해 키움이 뽑은 14명의 신인 선수 중 가장 즉시전력감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인재로 꼽힌다. 장충고 시절 황준서(19·한화 이글스)와 함께 마운드를 이끌었던 김윤하는 시속 140㎞ 중후반을 던지는 강한 어깨와 매력적인 볼넷-삼진 비율이 강점인 우완이다. 직구도 직구지만, 상대의 방망이를 끌어낼 수 있는 스플리터의 존재가 선발 투수로서 김윤하를 기대케 한다.

유일하게 1라운드 혹은 1차지명 출신이 아닌 김연주는 지난해 원주 마무리캠프에서 코치진의 감탄사를 끌어내던 투수다. 구속은 시속 140㎞ 초중반으로 빠르지 않지만, 첫 라이브 피칭부터 떠오르는 묵직한 직구로 호평을 받았다. 준수한 제구력과 함께 모든 구종을 리그 평균 수준으로 던지는 것이 강점이다. 회전수 좋은 직구를 바탕으로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던질 줄 안다. 한 KBO 구단 관계자는 김윤하와 김연주를 두고 "특출난 강점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어느 정도 구속이 잘 나오면서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기자 프로필
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