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의혹' 韓 축구 몸살, 명쾌한 답변은 없나... 손흥민·이강인 방패막→여론 '폭탄 돌리기' 그만

박건도 기자 / 입력 : 2024.02.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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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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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열린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대한민국 축구가 계속된 경기장 밖 잡음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하필 의혹의 중심은 단체의 수장과 국가대표팀 전 감독이다.

사건 발단의 주 원인들의 증언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을 떠난 위르겐 클린스만(60)은 자국 매체를 통해 충격적인 발언을 내놨다. 이미 대한축구협회(KFA)로부터 경질 통보를 받은 클린스만은 자국 독일 매체의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정몽규(63) 회장을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에서 만났다. 한국이 16강에서 탈락한 뒤 농담조로 정 회장에게 새로운 감독을 찾고 있는지 물어봤다"라고 밝혔다.


당시 클린스만은 FIFA 기술연구그룹(TSG)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감독직을 내려놓은 지는 꽤 됐다. 2020년 헤르타 베를린 시절을 마지막으로 지도자 생활을 쉬고 있었다. 사실상 타의에 의한 휴직에 가까웠다. 클린스만은 베를린 감독 당시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사임 의사를 통보해 축구계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클린스만의 '농담조'에 정 회장은 진지하게 반응했다. '슈피겔'에 따르면 정 회장은 클린스만과 카타르 도하의 한 호텔 카페에서 만났다. 클린스만은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니 관심이 있으면 연락해 달라"라고 했다. 이후 실제로 정 회장이 본인에게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 제의를 했다는 게 클린스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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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 입장발표를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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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 입장발표를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전 감독의 증언대로라면 정 회장의 '클린스만 모시기'설은 사실인 것으로 힘이 실린다. 클린스만의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 부임 때도 말이 많았다. 마이클 뮐러(59) 전력강화위원장마저 배경을 잘 알지 못하는 듯 클린스만 감독 선임 이유로 두루뭉술한 답변만 내놨다.


직전 감독과 달랐다. 파울루 벤투(54·현 아랍에미리트) 감독 선임 당시 김판곤(55·현 말레이시아) 전 전력강화위원장도 "벤투 감독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한국에 능동적인 축구 색깔을 입힐 것"이라고 직접 밝혔다. 내부 검증을 거친 뒤 출항한 벤투호의 끝은 꽤 성공적이었다. 2022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남미 강호 우루과이를 오히려 압도하는 경기력을 선보였고, 조1위 포르투갈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반면 클린스만호의 시작과 끝은 모두 처참했다. 최초 2026 FIFA 북중미월드컵까지 계약했던 클린스만은 부임 1년도 채 안 돼 지휘봉을 뺏겼다. 정 회장도 인정했다. 지난 16일 서울 신문로의 축구회관에서 정 회장은 성명문을 통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으로 축구팬들과 미디어 등에게 실망시켜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 KFA는 종합적으로 논의한 끝에 대표팀 감독을 교체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과정과 결과 모두 챙기지 못했다. 정 회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경쟁력과 경기 운영, 근무 태도, 선수 관리 등 리더십을 보이지 못했다"라고 시인했다. 자문기관으로 통하는 KFA 전력강화위도 입을 모았다. 클린스만 경질 전날 황보관(59) 기술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은 국내 체류 기간도 적었다. 전력강화위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은 국민을 무시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라는 주장도 있었다. 감독의 신뢰 회복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라며 "(이전)대표팀 감독은 내용과 결과가 이슈가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근무 태도 논란이 터진 경우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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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축구 국가대표 평가전 대한민국과 튀니지의 경기, 4-0으로 승리한 대한민국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왼쪽)이 정몽규 회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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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오른쪽) 회장과 클린스만 감독. /사진제공=뉴시스
다만 정 회장은 여전히 클린스만 선임에 대해 본인의 책임을 철저히 회피했다. 그는 "클린스만 선임 종합적인 책임은 KFA와 저에게 있다"라고 일부 인정하면서도 "클린스만은 벤투 감독때와 같은 프로세스를 적용해 데려왔다. 유력 후보는 5명 있었다. 면접을 진행한 뒤 클린스만 선임으로 결정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이미 KFA 회장 재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사퇴 의사' 질문을 듣자 정몽규 회장은 "2018년 총회에서 KFA 회장 연임을 4회로 제한하려 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가 승인하지 않았다. 이것으로 대답하겠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와중에 여론은 이미 선수들을 향해 불타고 있다. 영국 매체 '더 선'이 손흥민(32·토트넘 홋스퍼)과 이강인(23·파리 생제르망)의 불화설을 최초 보도했고, KFA 관계자는 "두 선수가 다툰 건 사실이다. 그들을 말리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을 다쳤다"라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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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오른쪽)과 이강인. /사진제공=뉴스1
허나 협회 차원에서 사후 처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정 회장은 "시시비비를 따지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축구를 사랑하는 언론과 팬이 도와줘야 한다"라고 했다. 황보관 기술위원장은 "지금은 말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언젠가 해당 사항에 대해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를 보호해야 마땅한 단체가 회피성 대답만 내놓자 선수들을 향한 '설'만 퍼지고 부풀려지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한국 대표팀은 오는 3월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의혹만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명쾌한 답은 누구도 내놓지 않았다. 사실상 한국과 연을 뗀 클린스만은 자국 매체를 통해 폭로만 던져놨다.

이른바 '폭탄 돌리기'만 이어지는 분위기다. 이미 엎어진 물이라도 닦아야 한다. 늦었지만 서도 명쾌한 답변이 나와야 한다. 수장의 위치에서 결정권을 잡았다면, 이에 따르는 책임도 져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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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16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안관련 KFA 임원회의를 마친 후 입장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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