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아트피칭에 "느낌이 다르다, 포수가 움직일 필요 없다" 다들 극찬, ML 최정상 제구력 뽐냈다 [오키나와 현장]

고친다(일본 오키나와)=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3.02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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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이 2일 오전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타자를 타석에 세워놓고 진행하는 라이브 피칭을 실시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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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맨 오른쪽)이 2일 오전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타자를 타석에 세워놓고 진행하는 라이브 피칭을 실시했다.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KBO 리그 복귀 후 처음으로 타자를 세워놓고 투구를 진행했다. 완벽에 가까운 '아트피칭'에 볼을 받은 포수도, 투구를 지켜본 타자도 감탄했다.

류현진은 2일 오전 한화의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타자를 타석에 세워놓고 진행하는 라이브 피칭을 실시했다. 한화는 이날 오후 1시 롯데 자이언츠와 구시가와 시영구장에서 연습경기를 펼치는데, 류현진은 이동 전 타자들을 대상으로 투구를 펼쳤다.


시작 전 외야에서 캐치볼을 시작한 류현진은 점점 거리를 늘려가며 강도를 조절했고, 포수와 가까워지면서 강하게 볼을 던지며 피칭을 준비했다. 오전 11시 10분, 류현진은 마운드에 올라와 본격적인 투구에 나섰다. 포수 최재훈(35)과 호흡을 맞춘 그는 김태연-이상혁-박상언-장규현을 상대로 피칭을 진행했다. 패스트볼과 커터,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시험했다. 첫 턴에서 이상혁에게 몸쪽 패스트볼을 던지다 팔을 맞힌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 스트라이크존 근처에서 탄착군이 형성됐다. 그는 약 30분 동안 65구를 던진 후 투구를 마감했다.

라이브 피칭이 끝난 후 취재진과 만난 류현진은 "순리대로 했다. 스케줄은 어제(1일)였지만 오늘이라도 던질 수 있어서 큰 차질 없이 진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자들도 대처를 잘했고, 저도 던질 수 있는 구종을 다 던지면서 잘 마친 것 같다"고 밝혔다. 류현진은 "(느낌은) 괜찮았고, 제구도 몸에 맞는 볼 빼면 크게 벗어나는 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투구에서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스트라이크존을) 살짝 생각했었다. 커브 등을 던졌을 때의 존에 대해 얘기하고,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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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이 2일 오전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타자를 타석에 세워놓고 진행하는 라이브 피칭을 실시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류현진은 강타자들이 즐비한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제구력 하나만큼은 인정받았다. 2013년 미국 진출 후 지난해까지 10시즌(2015년 시즌아웃) 동안 그의 9이닝당 볼넷은 2.01개로, 현역 선수 중 최소 2위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특히 2.32의 평균자책점으로 이 부문 리그 1위에 올랐던 2019시즌에는 9이닝당 볼넷 역시 1.2개로 규정이닝(162이닝)을 채운 선수 중 리그에서 가장 적었다.

장기인 제구력은 이날도 빛났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류현진의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39㎞ 정도로 형성됐다. 그런데도 몸쪽에 절묘한 코스로 들어오는 움직임 좋은 속구에 두 번이나 타자들의 방망이가 부러질 정도였다. 대부분의 타자들은 빗맞은 타구를 만들거나 투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투구를 지켜봤던 최원호(51) 한화 감독은 "좌우 로케이션, 다양한 변화구 커맨드 전반적으로 좋았다. 아직은 몸이 100% 컨디션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투구 밸런스가 좋아 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볼을 받았던 포수 최재훈 역시 "처음 받아봤는데 느낌이 다르다. 제구가 너무 좋아서 포수가 받기 좋다. 크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다"며 완벽한 제구력에 감탄했다.

최재훈은 이어 "처음이라 아직 (류)현진이 형이 뭘 던지고 싶어 하고, 어떤 공을 선호하는지 몰라서 사인 내면서 맞춰나갔다"며 "호흡은 잘 맞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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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오른쪽)이 2일 오전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라이브 피칭을 실시한 후 포수 최재훈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그렇다면 류현진과 상대한 타자들은 어땠을까. 배트가 부러졌던 박상언(26)은 "로케이션 자체가 다르고, 타이밍 싸움하는 것도 달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볍게 던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나오는 구속보다는 볼끝이 좋은 느낌이었다"며 "가볍게 던지기에 편하게 치러 나가면 쑥 들어와서 타구가 먹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시 다른 투수라는 걸 느꼈다"는 말도 이어갔다.

박상언은 포수이기에 류현진의 볼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그는 "한번 받아보고 싶다고도 말씀도 드렸다. 기회가 된다면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류현진에게 마지막 타석에서 우익선상 2루타성 타구를 날렸던 외야수 이상혁(23)은 "타석에 서서 직접 공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치기 어려웠다. 직구는 구속보다 더 빠른 느낌이고, 변화구 구종도 다양해서 대응이 쉽지 않은데 제구까지 잘 된 공이어서 타자 입장에서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1군 캠프에서 끝까지 치르고 있는데 오늘 경험은 나에게 좋은 경험이자 큰 동기부여가 될 것 같다"고 '리빙 레전드'와 상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류현진은 단 65구를 던지면서도 자신의 '클래스'를 유감없이 증명했다. 그러면서 보는 이들을 모두 반하게 만들었다. 다시 한번 자신이 명실상부한 한화의 에이스라는 점을 라이브 피칭에서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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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맨 오른쪽)이 2일 오전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타자를 타석에 세워놓고 진행하는 라이브 피칭을 실시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류현진은 지난달 23일과 25일 두 차례 불펜 투구를 실시한 후 당초 지난 1일 라이브 투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전날부터 오키나와 중북부 지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남쪽에 있는 한화의 캠프지에도 조금씩 비가 왔다. 이어 날이 바뀌고 하늘이 흐려지면서 비가 조금씩 오기 시작했다. 그라운드 상황이 더 악화하기 전에 투구를 마치기 위해 시간을 앞으로 당겼지만 결국 취소되고 말았다.

이렇게 되면서 류현진의 개막전 선발 등판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당초 최 감독은 오는 2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2024 KBO 리그 개막전의 선발투수로 일찌감치 류현진을 예고했고, 불펜 투구와 라이브 피칭부터 시범경기 등판까지 여기에 맞춰 일정을 짜놓은 상태다. 만약 2일까지도 비가 와서 투구가 어려웠다면 류현진의 개막전 출격도 어려웠다. 최 감독은 1일 "내일(2일) 못하면 개막 일정을 그대로 하기 애매할 것 같다. 그렇게 된다면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정상적으로 투구를 마쳤고, 최 감독은 "현 스케줄대로 잘 이행한다면 날짜상 개막전 등판이 유력한 상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여러 변수가 있을 수 있는 만큼 향후 몸 상태를 계속 체크하면서 선수가 제 스케줄을 소화해 나갈 수 있을지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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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이 2일 오전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라이브 피칭을 종료한 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류현진 본인도 "(개막전은) 문제없을 것 같다. 일단 여기서(캠프) 투구 수를 올려놨기 때문에 시범경기에서도 조금 더 올리면 문제없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 스텝에 대해 그는 "청백전에서 한번 던지고 나서 이후 시범경기에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이로써 류현진은 KBO 통산 6번째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 앞서 류현진은 2007년을 시작으로 2009년까지 3년 연속 개막전에 출격했다. 2010년에는 외국인 투수 호세 카페얀에게 그 자리를 내줬지만, 이어 2011년과 2012년 2년 연속 개막 선발의 영예를 안았다. 한화에서 류현진 이후 2년 연속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온 건 김민우(2021~2022년)가 유일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시절인 2019년(LA 다저스 소속)과 2020~2021년(이상 토론토 소속), 3년 연속으로 개막전에 나선 바 있다.

LG는 지난해 우승팀으로, 지난 5년 동안 한화는 LG를 만나 26승 52패 1무로 절대열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도 6승 9패 1무로 약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LG를 상대로 22승 8패 평균자책점 2.36으로 극강의 면모를 보였다. LG도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33)로 맞불을 놓으면서 올해 개막전은 더욱 흥미로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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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이 2일 오전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타자를 타석에 세워놓고 진행하는 라이브 피칭을 실시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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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이 2일 오전 스프링캠프지인 일본 오키나와현 고친다 구장에서 라이브 피칭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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