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타→2루타→안타→홈런' 고우석 초비상, 주무기 직구가 안 통한다... 던지는 족족 장타 세례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1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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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결과도 과정도 아쉬웠다.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시범경기 4번째 등판에서 주무기 직구가 난타당하며 미국 진출 후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고우석은 1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탬피 디아블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2024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에서 팀이 4-0으로 앞선 6회말 등판해 ⅓이닝 4피안타(1피홈런) 1볼넷 1탈삼진 5실점으로 크게 무너졌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선두타자 마이크 트라웃과 첫 대결에서는 타자 본인도 외야 뜬 공을 직감한 듯 고개를 푹 숙인, 빗맞은 타구가 나왔다. 하지만 우익수 팀 로카스트로의 첫 위치가 우측 파울 라인이 아닌 중앙에 치우쳐 있던 탓에 안타가 됐다. 첫발 스타트도 아쉬웠고 무리해서 잡으려 다이빙 캐치를 시도한 탓에 2루타로 끝날 것이 3루타가 됐다. 그런가 하면 마지막으로 상대한 잭 네토의 타구는 로카스트로가 한 번에 잡지 못했다. 공이 로카스트로의 글러브에 맞고 나오면서 우익수 뜬 공이 순식간에 2루타로 둔갑했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4개의 안타가 모두 외야로 향하는 장타가 된 것은 빼도 박도 못할 고우석의 실책이었다. 트라웃의 우익선상 3루타, 애런 힉스의 우익선상 2타점 2루타, 테일러 워드의 좌중간 1타점 적시타 모두 타자들이 치기 좋게 가운데로 몰린 직구였다. 브랜든 드루리에게 허용한 우중월 투런포는 뜬 공 타구를 유도하는 높은 쪽 직구였다. 제구가 아쉽다고 할 순 없었으나, 드루리는 마치 기다린 듯이 정확한 타이밍에 방망이를 휘둘러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직구 구위가 강점인 고우석으로서는 초비상이다. 던지는 족족 장타 세례로 이어졌다는 것은 구위에서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힘에 우위를 점하지 못한다는 뜻과 같다.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해 성적을 비롯해 통산 KBO리그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갈산초-양천중-충암고를 졸업한 고우석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해 한국을 대표하는 마무리로 성장했다. 2023년까지 7시즌 동안 354경기에 출장해 19승 26패 139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8을 마크했다. 지난해에는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 KBO리그 최고 마무리라는 명성에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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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그럼에도 메이저리그 계약을 따내고 마무리 후보로서 기대를 받은 것은 그가 가진 직구 구위였다.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지난해 12월 고우석의 이력을 소개하면서 "그는 파워풀한 스터프를 가진 우완 투수다. 직구는 시속 93~95마일(약 149.7~152.9㎞)에 형성되고 있다. 최고 98마일(약 157.7㎞)을 던진다. 투구 동작에서 디셉션(숨김 동작)이 부족한 편이다. 때로는 밋밋한 직구를 던진다. 그렇지만 여전히 순수한 구위만으로 타자를 상대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선수들을 평가하는 지표 중 하나인 20/80 스케일로는 위험 부담이 높은 40짜리 투수로 평가받았다. 50이 메이저리그 평균 수준으로 40은 리그 평균 이하라는 뜻이다. 세부적으로는 직구가 55, 커브 45, 커터 40, 콘트롤 45로 직구를 제외하면 모두 리그 평균 이하로 매겨졌다. 이날 직구 외에 변화구가 통하지 않아 패턴이 단조로워진 데다 제구마저 흔들리면서 우려됐던 단점이 극대화됐다.

다행이라면 아직은 시범경기로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개선할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BA는 "고우석은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선수지만, 직구가 날리는 경향이 있고 전반적으로 평균에 약간 못 미치는 제구력을 지니고 있다. 그의 직구는 위험도가 낮은 상황에서 등판할 수 있는 불펜 투수의 기회를 준다. 그 이상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세컨 피치(두 번째 구종)을 조금 더 날카롭게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면서도 "고우석은 내년 시즌에야 25세가 된다. 여전히 성장 가능성은 남아있다"고 발전 가능성에 기대를 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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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석.


샌디에이고 역시 독특한 계약으로 고우석에 대한 기대를 나타낸 바 있다. 고우석은 지난 1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2+1년 450만 달러(약 59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2024년 175만 달러(약 23억 원), 2025년 225만 달러(약 30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2026년 300만 달러(약 39억 원)의 뮤추얼 옵션(상호 합의 조항)이 포함돼 있다. 만약 2026년 옵션이 실행되지 않을 경우 샌디에이고가 50만 달러(약 7억 원)의 바이아웃을 고우석에게 지불하게 돼 있다.

이들이 공개한 고우석의 계약 일부를 살펴보면 고우석은 한 시즌 70경기에 등판하면 10만 달러의 보너스를 받는다. 그뿐 아니라 40경기, 45경기, 50경기, 55경기에 등판할 때마다 10만 달러(약 1억 원)씩 받아 한 해 최대 40만 달러(약 5억 원)를 번다. 이 조건은 2025년과 2026년에 해당한다.

고우석이 2024년, 2025년 각 시즌에 15경기, 25경기, 35경기, 45경기를 끝낼 경우 그때마다 12만 5000달러(약 1억 6450만 원)의 연봉을 인상한다. 예를 들어 2024년 45경기를 팀의 마지막 투수로서 끝낼 경우 2025년 연봉 225만 달러가 275만 달러(약 37억 원), 2025년 45경기를 끝낼 경우 2026년 연봉이 300만 달러에서 350만 달러(약 46억 원)로 상승하는 식이다. 단, 세이브가 아닌 경기의 마지막 투수로 나서기만 하면 된다.

그나마 위안인 것은 경쟁자들도 마쓰이 유키는 부상으로 개점 휴업 중이고, 로버트 수아레스는 5경기 평균자책점 8.31로 좋지 않다. 엔옐 데 로스 산토스도 6경기 평균자책점 6.75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모두가 부진한 가운데 고우석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남은 시범경기에서 반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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