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이 베테랑보다 빛나는 타자가 SSG엔 아직 없다, 도대체 벌써 몇 년째인가... 이젠 천적마저 극복했다

인천=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3.16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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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사진=SSG 랜더스
벌써 몇 년째 보는 풍경인지 모르겠다. 어느덧 프로 20년 차를 맞이한 최정(37·SSG 랜더스)이 노장으로 분류될 나이에도 여전히 팀 공격의 선봉에 서 있다.

최정은 15일 인천광역시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 3번 타자 및 3루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3안타(1홈런) 3타점 1득점을 기록, 팀의 11-6 승리를 이끌었다. 이로써 4경기 연속 안타에 성공한 최정의 시범경기 성적은 타율 0.545(11타수 6안타) 2홈런 5타점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양 팀 투수들의 난조로 펼쳐진 난타전 속에 최정은 꾸준한 타격으로 리드를 이끌었다. 팀의 첫 득점도 최정의 몫이었다. SSG가 0-2로 뒤처진 1회말 1사 2루에 들어선 최정은 가볍게 키움 선발 조영건의 슬라이더를 공략, 좌전 1타점 적시타를 뽑아냈다.

SSG가 6-3으로 앞선 3회말에는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득점권 기회를 창출했다. 팀이 7-6 한 점 차로 쫓긴 5회말에는 조상우(29)와 풀카운트 승부에서 7구째 시속 146㎞ 직구를 통타해 그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완벽하게 승기를 잡는 비거리 120m의 투런포였다.

홈런의 상대가 천적 중 하나인 조상우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조상우는 2013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해 2019년 마무리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2020년 53경기 5승 3패 33세이브 평균자책점 2.15로 세이브왕에 올랐다. 2021년에는 2020 도쿄올림픽에서 7경기 중 6경기에 등판해 146구를 던지는 투혼을 발휘하며 KBO리그 대표 마무리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했다.


최정은 그런 조상우에게 약한 편이었다. 통산 20번 만나 타율 0.222(18타수 4안타) 1홈런 5타점으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은 조상우의 가장 큰 장점인 직구를 공략해 담장을 넘기면서 천적마저 극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최정은 "시즌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고 배시시 웃으면서 "시범경기는 시즌을 위한 무대다. 홈런이 나온 것보단 빠른 공을 정타로 연결했다는 걸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또 상대가 좋은 투수라 더 만족스럽다. 빠른 공에 반응이 된 것을 기분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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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사진=SSG 랜더스


올해도 최정은 SSG의 핵심 중의 핵심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2005년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SK(현 SSG)에 입단한 최정은 2005년 데뷔해 한 해도 빠짐없이 출장하면서 통산 2164경기 타율 0.287, 458홈런 1454타점 1368득점 173도루, 출루율 0.390 장타율 0.528을 기록했다.

리그 MVP를 수상한 적은 없으나, 누구 못지 않은 꾸준함으로 18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으로 KBO 통산 홈런 부문 역대 2위에 올라와 있다. 1위는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의 467개. 또 골든글러브 8회 수상으로 역대 3루수 공동 1위이자, 포지션 불문 최다 수상 3위에 이름을 새기고 있다. 그런 최정이 있었기에 매년 SSG는 3루와 클린업 한 자리는 큰 고민 없이 시즌 전략을 짤 수 있었다.

하지만 최정의 나이도 어느덧 만 37세다. 후계자가 등장했어도 진작 나와야 했다. 하지만 십수년 간 그의 아성을 넘는 타자는 SSG뿐 아니라 KBO리그 전체를 봐도 보기 드물었다. 최정의 뒤를 잇는 현역 KBO리그 홈런 기록이 박병호(38·KT 위즈)의 380개, 최형우(41·KIA 타이거즈)의 373개, 강민호(39·삼성 라이온즈)의 319개로 동년배들이 주를 이루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990년대생으로 내려가면 좌타자인 구자욱(31·삼성)이 134개로 체면치레를 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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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준(왼쪽)과 전의산. /사진=SSG 랜더스


SSG에도 최정의 뒤를 이을 거포 유망주는 있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할 1루 경쟁 중인 전의산(24)과 고명준(22)이 그들이다. 이숭용 감독도 부임 후 몇 달간 이들을 지켜본 뒤 "전의산과 고명준 모두 언젠간 각각 30홈런을 충분히 칠 수 있는 타자들"이라고 잠재력은 인정한 바 있다. 아직까진 두 사람 모두 확실히 주전이 될 만한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022년 13홈런으로 깜짝 활약한 전의산은 지난해 56경기 타율 0.201, 4홈런 21타점으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다. 2021년 데뷔한 고명준은 아직 1군 경험이 5경기 9타석으로 안타 없이 6개의 삼진만 기록 중이다. 올해 시범경기에서도 전의산 6경기 타율 0.261, 고명준 6경기 타율 0.318로 특별히 두각을 드러내고 있진 않다.

이날 경기 전 만난 이숭용 감독은 "시범경기를 지켜보니 기대했던 선수가 조금 떨어지면 새로운 선수가 치고 올라오고 있어 재미있다. 특히 1루는 전의산, 고명준 두 사람을 계속 붙여 놓으니까 수비 집중력도 굉장히 좋아지고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며 "원래는 두 사람 중 한 명만 1군 엔트리에 넣으려 했는데 지금은 두 사람 모두 데려갈까 고민"이라고 말했다.

결국 SSG는 올해도 최정을 대체할 누군가를 찾지 못한 채 정규시즌에 돌입한다. 아직까지 최정보다 빛을 내는 어린 타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지만, 이숭용 감독은 서두르지 않을 생각이다. 이숭용 감독은 "나도 개막 엔트리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코치진과 프런트와 다같이 고민할 생각인데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하더라도 엔트리를 폭넓게 쓸 생각이다. 난 어린 선수들이 1군 맛을 계속 봐야 육성에도 진전이 있다고 생각한다. 1군이든 퓨처스든 어느 한 곳에만 정체돼 있는 건 좋지 않다. 한 번 1군에 올라와서 자기가 무엇이 부족한지 아는 것이 최고다. 한 번에 안 되더라도 최소 네다섯 번은 기회를 줄 생각이다. 그렇게 많은 걸 느끼고 준비하다 보면 뎁스도 조금은 더 두꺼워질 거라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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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 /사진=SSG 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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