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형의 주문 "직구 극대화해라"→직구만 91% 피칭... 151㎞ 사이드암 역투, '2G 22실점' 롯데 마운드 희망

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3.1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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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우강훈이 16일 사직 한화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주말 2경기에서 22점을 내주며 마운드가 무너졌던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고속 사이드암' 우강훈(22)의 씩씩한 투구는 그나마 희망이 됐다.

롯데는 지난 16일과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시범경기 홈경기에서 각각 2-8, 2-14로 패배했다.


기온이 20℃에 육박하는, 봄 기운이 완연한 날씨 속에 사직야구장에는 연이틀 1만 명이 넘는 팬들이 찾아 경기를 지켜봤다. 특히 17일 게임은 한화 에이스 류현진(37)이 2012년 개막전 이후 무려 4362일 만에 사직 마운드에 오르는 날이었기에 1만 3766명의 관중이 찾아왔다.

하지만 롯데는 이틀 연속 일찌감치 흐름을 내주며 2연패를 당했다. 타선은 나름대로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비록 이틀 연속 2득점에 그쳤지만, 17일 경기에서는 류현진을 상대로 5이닝 동안 안타 6개를 뽑아내며 2점을 올렸다.

그러나 마운드는 이야기가 달랐다. 첫날 경기에서는 5선발 진입이 유력한 우완 이인복이 2⅓이닝 9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5실점, 이튿날에는 개막전 선발로 낙점받은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이 4이닝 10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7실점(6자책)으로 무너지면서 일찌감치 흐름을 넘겨줬다.


불펜진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투수들이 점수를 내주거나, 1이닝도 소화하지 못하고 투구 수를 채우고 내려가는 일이 허다했다. 특히 17일에는 윌커슨이 내려간 후 등판한 진해수(⅓이닝 3실점)와 전미르(0⅓이닝 4실점)가 기대했던 것보다 흔들리면서 대량실점을 기록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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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우강훈이 16일 사직 한화전에서 투구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박진과 우강훈 등 젊은 투수 2명은 이틀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쳐 롯데 팬들에게 위로가 됐다. 특히 우강훈은 빠른 볼로 상대를 압도하는 시원시원한 피칭으로 팬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16일 경기에서 9회 초 마운드에 오른 우강훈은 첫 타자 황영묵을 상대로 패스트볼만 8개를 던졌다. 전광판에는 시속 151㎞까지 찍혔다. 풀카운트 승부를 펼친 끝에 투수 앞 땅볼로 1아웃을 잡은 우강훈은 다음 타자 이진영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지만, 3번 김강민에게도 직구만 5개를 뿌려 삼진을 잡아냈다. 우강훈은 김인환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했다.

다음날에는 이미 12점 차로 크게 뒤지던 7회 초에 등판했다. 앞선 4타석에서 홈런 포함 3안타를 기록 중이던 첫 타자 임종찬을 좌익수 뜬공으로 아웃시킨 우강훈은 이진영을 2루수 땅볼, 하주석을 유격수 직선타로 처리하며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8회에도 올라온 그는 대타 박상언에게 중전안타를 맞았지만 9번 조한민을 1루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이어 최인호와 이명기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3아웃을 잡아냈다.

우강훈은 이틀 동안 3이닝을 소화하면서 삼진을 3개 잡는 동안 몸에 맞는 공과 안타는 각각 1개씩 내줬다. 실점은 '0'이었다. 볼넷이 없었던 점이 고무적이었다. 45구를 던지면서 41구(91.1%)를 패스트볼로 던지는 과감한 투구를 펼쳤는데,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에 한화 타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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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우강훈(왼쪽)이 16일 사직 한화전에서 9회 초 황영묵의 타구를 잡아 1루로 송구하고 있다.




희망대초-매송중-야탑고를 졸업한 우강훈은 2021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로 롯데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 입단 전부터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그는 2021년 말 동료 홍민기와 육군 현역병으로 동반입대해 병역의무를 수행했다. 지난해 5월 전역한 우강훈은 퓨처스리그에서 16경기에 나와 승패 없이 3홀드 평균자책점 4.38의 성적을 거뒀다.

이어 같은 해 퓨처스리그 일정이 끝난 후 정식선수로 등록된 우강훈은 데뷔 후 처음으로 1군에 등록됐고, 10월 5일 사직 LG전에서 1군 데뷔무대를 가졌다. 그는 최고 구속을 무려 151㎞까지 찍으면서 2이닝 2탈삼진 퍼펙트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당시 김태형(57)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유연하고 팔 스윙도 좋다. 가지고 있는 게 정말 대단하다"며 특히 몸쪽 하이 패스트볼을 보고는 "저렇게 들어간다면 우강훈의 공을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고 극찬했다. 그런데 보름 뒤인 10월 20일 롯데는 김태형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김태형의 남자'가 자신을 칭찬해준 해설위원을 사령탑으로 모시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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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우강훈. /사진=양정웅 기자
지난해 말 스타뉴스와 인터뷰에서 "1군 캠프에 정말 한번 가보고 싶고, 갔으면 좋겠다"며 간절한 바람을 드러냈던 우강훈은 소원대로 미국 괌-일본 오키나와 캠프에 합류했다. 주형광 롯데 투수코치는 "우강훈이 조금은 거칠기는 하지만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관심을 보였다.

최근 스타뉴스와 만난 우강훈은 "(스프링캠프에서) 한 달 동안 많이 배웠다. 캠프가 처음이어서 많이 배웠고, 분위기도 잘 적응해서 좋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낯을 많이 가리고, 다른 공간에 들어오면 잘 적응을 못하는데, 한 달 동안 잘 적응했다"고 밝혔다.

김태형 감독은 우강훈에게 강점을 더 발전시키도록 주문했다. 우강훈은 "캠프에 와서 처음에는 변화구를 연습하려고 했는데, 감독님이 '직구가 장점이니까 더 극대화해라'하셨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직구가 살아야 변화구가 산다. 직구를 원하는 코스에만 넣을 수 있어도 나중에 변화구를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조언도 남겼다. 우강훈은 "원래는 (직구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는데, 주위에서 좋다고 하니까 자신감이 올라왔다"고 웃었다.

끝으로 우강훈은 "올해 목표는 1군에서 꾸준히 뛰는 게 목표다. 그래서 팀에 조금 더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2024시즌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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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우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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