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논란+홈런 실종' 오타니 대포 작렬 "마음이 편해졌다", 사령탑의 감탄 "그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4.04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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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7회말 솔로 홈런을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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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7회말 솔로 홈런을 날리고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지난해 135경기에서 44홈런을 날렸다. 투수로 활약할 수 없다는 걸 알고도 10년 7억 달러(9425억원)라는 역대 유례없는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영입했다. 3경기에 한 번 꼴로 나오던 홈런이 무려 9경기가 돼서야 터져 나왔다. 오타니도, 지켜보던 팀 동료들도, 다저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팬들도 감격에 빠졌다.

오타니 쇼헤이(29·LA 다저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국내에서 열린 MLB 개막 시리즈 서울시리즈에서 3안타를 기록하며 기대감을 끌어올렸으나 이후 마음고생을 겪었던 오타니다. 전 통역사인 미즈하라 잇페이의 논란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이후 전날까지 오타니는 타율 0.242에 홈런 없이 OPS(출루율+장타율) 0.630에 그치고 있었다. 오타니의 반등을 누구도 의심치는 않았지만 심리적인 영향 때문인지 어딘가 오타니답지 않았던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다저스는 이날 무키 베츠(2루수)-오타니 쇼헤이(지명타자)-프레디 프리먼(1루수)-윌 스미스(포수)-테오스카 에르난데스(우익수)-맥스 먼시(3루수)-엔리케 에르난데스(중견수)-크리스 테일러(좌익수)-미구엘 로하스(유격수)로 선발 라인업을 짰다. 선발 투수는 타일러 글래스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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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회말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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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1회말 삼진으로 돌아서고 있다.
1회말 무사 1루에서 타석에 선 오타니는 상대 선발 카일 해리슨이 공 4개를 높게 던진 뒤 가라앉는 체인지업을 뿌리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양 팀이 1-1로 맞선 3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오타니는 빠른 발을 자랑했다. 1루수 옆을 통과하는 타구를 2루수 타이로 에스트라다가 잡아냈으나 1루 커버를 할 사람이 없었다. 이어 스미스가 좌익수 방면 2루타를 날렸고 오타니는 간발의 차로 홈으로 질주해 역전 득점에 성공했다. 기세를 탄 다저스는 테오스카의 추가 적시타, 로하스의 좌월 홈런까지 더하며 4-1로 앞서갔다.

샌프란시스코가 추격하며 3-4로 쫓기던 7회말 극적인 홈런이 터져나왔다. 오타니는 초구 바깥쪽 싱커를 지켜봤고 이후 볼 3개를 골라내며 3-1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 일을 냈다. 바깥쪽 높은 시속 93.2마일(150㎞) 싱커를 강하게 때려 우중월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날렸다. 타구 속도는 105.6마일(169.9㎞)에 달했고 131m를 비행한 대형 홈런이었다.

경기는 5-4 다저스의 신승이었다. 오타니의 득점과 홈런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날 다저스타디움은 팬들로 가득 들어찼다. 오타니는 만원관중 앞에서 처음으로 홈 팬들게 홈런을 선사했다. 남다른 의미를 갖는 대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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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7회말 솔로 홈런을 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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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7회말 솔로 홈런을 날리고 홈을 향해 뛰어가고 있다.
경기 후 MLB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매진된 관중들을 오타니의 방망이로 격분시키면서 경기장의 함성은 귀가 먹먹할 정도였다. 다저스타디움에서는 드디어 쇼타임이 열렸다"며 로저스는 2021년 5월 이후 좌타자를 상대로 홈런을 허용치 않았던 투수였다. 그러나 오타니는 총알 같은 타구로 담장을 훌쩍 넘겼다.

오타니는 "솔직히 첫 홈런을 칠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며 "오랜 시간이 흘렀고 솔직히 제 스윙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매우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심적 압박이 클 수밖에 없었다. 10년이 넘게 함께 했던 통역사 미즈하라는 불법 도박을 하다가 거금을 날렸는데 이 과정에서 오타니의 통장에서 60억원 가량을 송금했다. 오타니에 따르면 자신은 이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오타니는 지난달 26일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기자회견에 나섰다. 당시 오타니는 "나 자신도 신뢰했던 분(미즈하라)의 잘못이 슬프고 충격적이다. 지금도 그렇다"며 "현재 조사 중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 사건을 정리해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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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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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들이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타니의 불법 도박 관련 비공개 기자회견을 별도의 프레스 룸에서 방송을 통해 지켜보고 있다. /AFPBBNews=뉴스1
불법 도박과 확실하게 선을 그으면서도 오타니는 자신의 계좌에서 송금이 된 부분에 대해 "(미즈하라가 내 돈을 빼낸 사실을) 전혀 몰랐다"며 "결론부터 말하면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쳤고 이에 대해 모든 이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신 또한 피해자라는 입장이었다. 오타니는 "이 문제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서울 시리즈 1차전(20일)이 끝난 직후의 미팅이었다"며 충격이라는 단어보다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으로 일주일을 지냈다. 본격적인 시즌 시작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법률대리인에게 맡겨놓고, 나 역시 수사당국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 이야기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기자회견을 마쳤다.

그러나 어떤 질문도 받지 않았고 어딘가 개운하지 않은 기자회견이었다. 연고지 로스앤젤레스의 유력지 LA 타임스는 28일 "아직도 오타니 쇼헤이를 믿는가. 아직 잘 모르겠다"며 "결론에 대한 확신을 갖기에는 우여곡절이 심하다.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즈하라가 오타니 본인이나 회계사, 은행 직원, 혹은 누구라도 알아채지 못하면 450만 달러라는 돈을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역겹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매체는 "아직도 오타니 쇼헤이를 믿는가. 아직 잘 모르겠다"며 "미즈하라가 오타니 본인이나 회계사, 은행 직원, 혹은 어느 누구라도 알아채지 못하면 450만 달러라는 돈을 훔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역겹다. 또한 도박꾼에게 450만 달러를 빌려주고 출처를 확인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회의적이다. 미즈하라의 말에서 오타니가 빚을 갚아주는 걸 허락했다는 말을 믿을 수 없었다"고도 강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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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왼쪽)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회말 내야 안타 때 1루를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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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운데)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회말 내야 안타 후 후속 타자의 2루타 때 홈 베이스로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
평소 오타니의 건전하기만 한 생활을 본 이들은 그를 두둔하기도 했지만 일각에선 의구심을 가졌다. 정말 자신의 통장에서 60억원이 가까운 금액이 송금되는 걸 모를 수가 있느냐는 것이었다. 불법 도박 연루로 인해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봐 선을 긋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 정상적인 경기력을 펼치는 걸 기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오타니느 서울 시리즈에서 2경기 3안타를 기록했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시리즈 첫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했으나 다음날 경기에선 4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쳤고 이후 2경기에서도 나란히 삼진 2개씩을 당하며 1안타씩 추가하는데 그쳤다. 2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선 1안타 1삼진에 머물렀고 3일 경기에선 볼넷 하나만 얻어내며 3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그렇기에 이날 활약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8경기 동안 나오지 않았던 홈런이 터져나왔다는 점에서 오타니가 부진을 털고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준다.

매체는 "오타니가 느끼는 압박감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는 미국 스포츠계에서 이 정도 수준의 계약을 체결한 최초의 선수"라며 "그가 끌어들이는 자연스러운 관심은 게임 내 다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다. 그리고 전 통역사인 미즈하라에게 자신의 기술과 관련되지 않은 문제를 다루도록 강요하는 상황이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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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운데)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팀 승리를 이끈 뒤 제임스 아웃맨으로부터 격려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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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경기가 팀 승리로 기울자 더그아웃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왼쪽)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주변에서 그를 지켜보던 이들도 한시름을 덜어 놨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그 사람이 현장에서나 경기장 밖에서 어떤 역경을 겪기 전까지는 그 사람에 대해 결코 알 수 없다"며 "나는 그가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배웠다. 그는 정말로 그렇다. 우리가 기대하는 생산이 아닐 수도 있고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태도나 매일 들어오는 방식으로 보면 그는 일과 다른 일을 잘 분리하는 일을 잘 해내는 사람"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날 홈런을 날린 로하스 또한 "그의 어깨와 얼굴이 안도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니 좋았다"며 "그는 전문가가 되기 위해, 매일 모든 일을 처리하기 위해 매우 열심히 일한다. 우리는 오타니에게 많은 부탁을 했다. 그가 클럽하우스에서 새로운 선수들과 함께 편안함을 느끼는 모습을 보는 것은 언제나 좋은 일이다. 이제 그는 편안하게 야구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은 주루 플레이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로버츠 감독은 "정말 인상적"이라며 "그는 정말 빠르게 많은 영역을 다룬다"고 감탄했다.

오타니가 홈런을 치자 테오스카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해바라기 씨를 그에게 뿌리며 격한 축하를 전했다. 오타니는 "5-4 승리한 경기에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며 "물론 저뿐만 아니라 팀 전체가 오늘 좋은 공격을 펼칠 수 있다. 정말 마음이 편하고 행복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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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왼쪽)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7회말 솔로 홈런을 날린 뒤 테오스카로부터 해바라기 씨 세례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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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다저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서 2번 타자 지명타자로 나서 팀 승리를 이끈 뒤 인터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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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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