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 강등' 고우석, 데뷔전서 '1이닝 2K' 호투... 그런데 왜 트리플A 아닌 더블A일까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4.06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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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이 지난달 18일 LA 트윈스와 2024 MLB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을 앞두고 동료들과 인사하고 있다.
메이저리그(MLB) 개막 엔트리에 등록되지 못한 고우석(26·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더블A에서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A 샌안토니오 미션스 소속 고우석은 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애머릴로 호지타운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머릴로 소드 푸들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와 2024 미국프로야구 마이너리그 더블A 개막전에서 팀의 마무리로 등판, 1이닝 2탈삼진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고우석은 팀이 12-5로 크게 앞선 9회말 등판했다. 첫 타자 A.J. 부코비치와 승부에서 1구 볼 이후 2구, 3구를 연속 스트라이크로 장식한 고우석은 풀카운트 승부에서 결국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2번째 타자 D.D. 디오라치오에겐 낮은 코스의 공으로 중견수 뜬공을 유도했다. 3번재 타자 네이피 카스티요에겐 1,2구를 스트라이크로 잡아낸 뒤 3구가 볼이 됐지만 4구를 존 위로 공으로 헛스윙 삼진을 이끌어내며 첫 경기를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이날 고우석은 16구를 던졌는데 이 중 10구가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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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투수 고우석이 입단 계약을 맺고 펫코 파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리코스포츠에이전시
고우석은 한국을 대표하는 클로저다. 2017년 LG에서 데뷔해 3번째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마무리를 맡았고 2022년 42세이브로 구원왕에 올랐다. 통산 7시즌 동안 139세이브, 평균자책점(ERA) 3.18로 활약했다.


150㎞ 중반대 빠른 구속을 바탕으로 대표팀에도 꾸준히 발탁될 정도로 활약한 고우석은 지난 시즌을 마치고 돌연 미국 진출에 도전했다.

다만 지난 시즌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44경기 3승 8패 15세이브 ERA 3.68로 다소 부진했고 이로 인해 많은 팀들의 관심을 얻지 못한 게 아쉬웠다. 지난 1월 샌디에이고와 2+1년 계약을 맺었으나 최대 금액이 940만 달러(127억원)에 그쳤다.

샌디에이고엔 로베르트 수아레즈가 있고 비시즌 5년 2800만 달러(378억원) 계약을 맺고 샌디에이고에 합류한 마쓰이 유키도 있었다. 프로 무대에선 돈이 그 선수의 가치를 말해준다. 더 많은 대우를 받는 선수에겐 그만큼 보장된 기회도 더 돌아가기 마련.

고우석으로선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 했지만 시범경기에서 6차례 등판해 2패 ERA 12.60으로 부진한 게 뼈아팠다. 결국 1군 엔트리에서 제외돼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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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위)이 지난달 18일 LA 트윈스와 2024 MLB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서 9회 이재원에게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고우석의 엔트리 제외를 결정한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은 "저 역시 투수진을 꾸리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었다. 불펜 투구를 지켜보면서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당시 명단이 발표될 때는 서울시리즈 중이었는데 이 때 팀과 동행한 건 총 31명이었다. 이 중 MLB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건 26명으로 5명은 탈락이 예견돼 있었다. 그 중 하나가 고우석이었다.

쉴트 감독은 "내게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고우석은 그동안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오프시즌을 약간 늦게 시작했고 캠프에 있던 다른 선수들만큼 빠르게 몸을 만들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다"며 "하지만 우리는 그가 시즌 어느 시점에서 팀을 도울 일이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희망을 전했다.

이어 "고우석의 시즌 출발은 늦겠지만 이제는 다음 경기를 기약해야만 한다"며 "아직 빌드업이 충분하게 되지 않았다. 계속해서 열심히 하라고 했다. 저와 코칭스태프에서는 스프링캠프 때부터 고우석에게 있어서 적응 기간이 필요할 거라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잘해주고 있다. 그렇지만 좀더 개선할 점이 많다. 계속해서 투구 훈련에 임해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끌어 올린 뒤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과제를 안겨줬다.

이를 전해 들은 고우석은 "어제 (로스터 탈락에 관해) 전달받았다. 감독님께서 준비를 잘하라고 말씀해주셨다. 예상하지 못한 채 도전한 건 아니었다. 아쉽긴 하다. 그렇지만 다시 잘 준비하겠다. 아직 일정을 전달받은 건 없다. 몸 상태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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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이 지난달 18일 LA 트윈스와 2024 MLB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그러나 빅리그 바로 아래 단계인 트리플A가 아닌 더블A라는 점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물론 그 이유가 있다. 고우석이 결코 더블A 수준이라는 게 아니다.

샌디에이고 산하 트리플A 구단 엘파소 치와와스는 트리플A 퍼시픽 코스트 리그로 예로부터 타자 친화 구장으로 악명 높은 리그다. 지난해 퍼시픽 코스트 리그 ERA는 5.69로 엘 파소 구단은 그중에서도 6.52로 가장 높았다.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발표한 지난해 파크 팩터 통계에서도 엘 파소의 홈구장에선 리그 평균(100)보다 12점이 더 났고 124홈런으로 10개 팀 중 3번째로 많은 홈런이 나왔다.

반면 샌안토니오가 속한 더블A 텍사스 리그는 지난해 리그 ERA 4.79로 상대적으로 투수 친화적인 리그다. BA의 파크 팩터 통계에서도 샌안토니오의 홈구장은 리그 평균보다 6점이 덜 나왔고, 홈런은 62개로 10개 팀 중 최저였다.

샌디에이고 유니언-트리뷴에 따르면 A.J. 프렐러 샌디에이고 사장은 "샌디에이고는 고우석이 (굳이) 타자 친화적인 환경에서 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고우석과) 우리는 약속을 했다. 우린 그에게 꼭 맞춰주려 한다. 2021년 김하성이 그랬던 것처럼 고우석에게도 학습 곡선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하성도 첫해에는 메이저리그 경기 스타일에 익숙해져야 했고, 고우석도 그런 일을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빅리그에 합류하지 못했지만 고우석이 구단의 배려 속에 마이너리그에서 기분 좋은 출발을 맞았다. 이젠 꾸준한 활약으로 콜업을 기다리는 것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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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고우석(가운데)이 지난달 18일 LA 트윈스와 2024 MLB 서울시리즈 스페셜게임에서 김하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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