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이정후가 7일 샌디에이고전 더그아웃에서 수비를 마치고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메이저리그(MLB) 진출 후 수비에서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
이정후는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팀이 0-4로 패한 경기. 타석에서의 무안타보다 수비 실수 하나가 패배로 직결돼 더 뼈아팠다.
개막 후 줄곧 주전 수비수 자리를 지킨 이정후는 1회초 잰더 보가츠의 타구가 중견수 방면으로 향했는데 햇빛에 타구를 잃어버린 것인지 타구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더 빨리 달려나왔더라면 잡을 수 있는 타구였지만 이정후 앞에 공이 떨어졌다. 무사 1루가 됐고 이후 후속 타자들의 진루와 주릭슨 프로파의 만루홈런까지 나오며 일찌감치 승기를 내주고 패했다.
타석에 나선 이정후. |
매체는 "오라클 파크의 지붕 사이로 햇빛이 비치고 우익수 쪽으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며 "이런 조건이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샌디에이고에 패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이정후에 대해선 "시즌 초반 그의 점프, 수비 범위, 어깨는 인상적이었지만 MLB 여러 구장, 특히 샌프란시스코 구장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정후는 "홈구장이 돔이었어서 (그 구장에선) 경험이 많은데 오늘과 같은 (야외 구장에서) 낮 경기 경험은 많지 않았다. 이 곳이 바람이 세게 부는 것을 알 수 있었다"며 "오늘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처음으로 뼈아픈 실수를 범한 이정후를 샌프란시스코는 감쌌다. 이정후는 실수 후 마이크 야스트렘스키에게 다가가 실망감을 나타냈지만 내셔널리그 외야수 골드글러브 결승에 진출했던 그는 달랬다.
이정후의 팀 동료 야스트렘스키. /AFPBBNews=뉴스1 |
매체 또한 "이정후의 홈구장인 오라클 파크는 늦은 오후와 초저녁 경기 때 해의 각도와 관련해 리그 전체에서 가장 성가신 것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다"며 "야스트렘스키는 이정후가 그 실수를 학습의 기회로서 잘 활용하기를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정후는 더 적합한 선글라스로 바꿀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 또한 경기 후 "그것은 이정후의 실수가 아니다"라며 "알다시피 이곳은 오후 5~6시경이면 타석에서든 외야에서든 강렬한 햇빛으로 (수비가) 조금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개막 초반 6경기 연속 출루 이후 3경기 연속 무안타에 그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대를 자아내고 있다. 매체는 "7일 경기에서 1회 실책을 제외하면 이정후의 수비는 빅리그 초반 또 다른 즐거움을 줬다"며 "6일 경기에선 1루에서 홈까지 단 10.45초 만에 통과할 만큼 빠른 속도가 눈에 띄었다. 이날 수비에서도 잭슨 메릴의 깊은 타구를 벽에 부딪히며 잡아냈다"고 평가했다.
야스트렘스키 또한 "나는 그의 플레이를 보는 걸 좋아한다"며 "그가 한 실수보다 더 나은 99%의 플레이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비에서의 넓은 활동 반경에 대해서도 칭찬했다.
7일 5회말 잭슨 메릴의 타구를 담장과 부딪히면서도 잘 잡아내고 있는 이정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