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척척박사] 2-30. 체육인 국회의원 역사

채준 기자 / 입력 : 2024.04.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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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2023.10.26. suncho21@newsis.com /사진=조성봉


4·10 총선에서 2명의 엘리트 스포츠인이 금배지를 달게 됐다. '핸드볼 레전드' 임오경(53)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기광명갑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사격의 신' 진종오(45)는 국민의미래(국민의힘 위성정당) 비례대표로 생애 첫 금배지를 달았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자 핸드볼 '우생순 신화'의 주인공이다. 임 의원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은메달을 수확했고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1995년 세계선수권 정상까지 오르며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던 여자 핸드볼 최고 레전드였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경기도 광명 지역구에서 깜짝 당선됐던 그는 이번 선거에서도 58.73%의 지지를 받아 국민의힘 김기남 후보(41.26%)를 1만4191표 차로 제쳤다. 2020년 정계에 진출한 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으로 발탁되는 등 성공적인 4년을 보냈고 이번에 재선에 성공했다.

진종오 국민의미래 당선자는 현역 시절 '사격의 신'으로 통했던 스타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까지 50m 권총 종목에서 세계 최초 3연패 역사를 썼다. 2012년 런던올림픽 10m 공기권총 금메달을 포함해 2004년 아테네 대회부터 2021년 도쿄 올림픽까지 5차례 올림픽에서 6개의 메달(금 4, 은 2)을 명중시켰다. 그는 양궁 김수녕(금4, 은1, 동1), 빙속 이승훈(금2, 은3, 동1)과 함께 올림픽 최다 메달 공동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은퇴 후 진종오 당선자는 대한체육회 이사,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로 활동했고 올 초에 끝난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에서 이상화와 공동 조직위원장을 맡아 대회의 성공 개최를 견인했다. 올 2월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회의 제안으로 입당, 정치인으로 새로운 출발에 나선 그는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위성정당 국민의 미래 공동선대본부장을 맡았다. 비례대표 4번을 받아 일찌감치 당선을 예고했고 처음으로 금배지를 달게 됐다.


지난 번 총선에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던 이용(46) 국민의힘 의원은 재선 도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봅슬레이·스켈레톤 총감독으로 '아이언맨' 윤성빈의 금메달 획득을 이끌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2020년 국회에 입성해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으로 불렸던 이용 의원은 경기 하남갑에 출마해 재선을 노렸으나 6선에 성공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50.58%-49.41%로 뒤지며 재선에 실패했다. 불과 1199표 차로 아쉽게 낙선했다.

실업농구선수생활까지 했다가 은퇴한 4선 김영주(69)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총선 직전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겨 5선에 도전했다가 서울 영등포갑에서 채현일 민주당 후보에게 졌다. 김 의원은 열린우리당 시절 비례대표 13번으로 제17대 국회에 입성해 처음 의원 생활을 시작한 뒤 19~21대 총선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내리 승리해 영등포갑 지역구를 차지해왔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의정활동 하위 20%' 통보에 반발해 지난 2월19일 탈당, 3월4일 국민의힘에 입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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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 고승민 기자 =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1일 경기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제22대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국회의원 당선증 교부식에서 진종오 국민의미래 비례대표 당선인에게 당선증을 교부하고 있다. 2024.04.11.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역대 체육인 국회의원

엘리트 스포츠인으로 최초의 금메달을 단 이는 황호동 전 의원이다. 고려대 역도부 출신인 황호동은 신민당 공천을 받아 1973년 제9대 총선에서 고향인 전남 강진과 영암·장흥·완도군에서 당선됐다. 그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아시아 최초의 은메달리스트이기도 하다. 110㎏에 180㎝의 거구인 그는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안게임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역도 선수로 출전해 은메달을 땄다.

당시 북한과의 메달 경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대한체육회 김택수 회장은 역도에서 '공짜 메달'을 챙길 수 있는 사실을 알고 황 의원에게 선수로 뛰어줄 것을 요청했다. 그 때만 해도 아시아권에서는 거구들이 별로 없어 슈퍼헤비급 출전 선수가 드물었고 기록도 수준 이하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은퇴한 지 10년이나 된 38세의 황호동 의원을 선수로 급조했다. 슈퍼헤비급(105㎏ 이상) 체중에 미달한 것황 의원은 엄청나게 먹어 살을 찌우는 것이 선수촌에서의 일과였다. 그것도 부족해 계체 시 맹물을 엄청나게 들이켠 끝에 체중 조절, 아니 체중 상승에 성공해 인상에서 132.5㎏을 들어 은메달을 획득했다.

테헤란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은 한국을 금 2개 차로 앞섰으나 역도 3관왕 김중일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밝혀져 금 3개를 모두 몰수당했다. 이것은 아시안게임 최초의 약물 복용 사건이다. 2위였던 이란 선수가 승계하며 북한은 결국 금 1개 차(16-15)로 한국에 이어 5위에 그쳤고 어부지리한 이란은 금 36개로 33개의 중국을 제치고 종합 2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황호동 의원 이후 많은 체육인들이 정치에 도전했다. 하지만 현실은 체육인들에게 녹록치 않았다. '천하장사' 이만기 인제대 교수는 높은 인지도를 등에 업고 17대 총선과 지난 20대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모두 낙선하며 고배를 들었다. 야구선수로서는 부산 광역의원으로 출마했다 낙선한 故(고) 최동원이 유명하다.

맥이 끊겼던 체육인 출신 국회의원의 계보는 39년만에 '사라예보 신화'의 주인공 이에리사 의원으로 이어졌다. 탁구 선수 은퇴 후 전문 체육 행정가로 변신을 꾀한 그는 태릉선수촌장을 역임했던 경험을 살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서 비례대표(새누리당)로 국회의원이 됐다. 이에리사 의원은 의정 활동 기간 평창 올림픽의 성공 개최에 많은 힘을 보탰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태권도 금메달리스트인 문대성 의원도 빼놓을 수 없다. 문대성 의원 역시 이에리사 의원과 마찬가지로 19대 총선 때 국회에 입성했는데,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출마(부산 사하갑)를 통한 당선이었기에 의미가 남달랐다.

전문 체육인 출신들이 국회의원이 될 때마다 한국 체육 발전에 큰 공헌을 할 것이란 기대를 모았으나, 현실 정치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소속되는데 아무래도 초선 출신이라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실전 정치의 진흙탕 싸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리사 의원은 국회 활동 기간, 체육유공자 제도를 비롯해 국립체육박물관 건립, 예체능계 대학생 국가장학금 등 많은 법안을 발의했으나 20대 총선 때 공천을 받지 못하며 정치 활동을 접었다.

문대성 의원도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조정위원회 위원과 대한체육회 선수위원회 위원장 등을 지내며 체육계 발전에 큰 힘을 쏟았다. 그러나 당선 직후 불거진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고 20대 총선 때 고향인 인천(남동 갑)서 재선을 노렸으나 낙선했다.

지난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유일한 체육인이었던 조훈현 의원(비례대표)은 자신의 정치인 경력에 대해 "뭍에 오른 물고기"라며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럼에도 조 의원은 의정활동 기간, 한국바둑진흥원 설립을 위한 바둑진흥법 개정을 발의해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성과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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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뉴시스] 정병혁 기자 = 28일 중국 항저우 린안 스포츠 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여자 태권도 67kg 초과급 시상식에 문대성 전 IOC 위원이 시상자로 참석해 있다. 2023.09.28.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2020년 21대 국회에서 임오경, 이용 의원이 전문 체육인으로서 바통을 이어받았다. 임 의원은 21대 국회 의정활동과 관련, 광명에 여자핸드볼 명문구단인 'SK슈가글라이더스'를 유치하는 총선 첫 공약을 이행했고, 광명경륜장에 수도권 서부 스포츠산업종합지원센터를 유치하는 성과도 거뒀다.

이용 의원은 의원 제1호 법안으로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 5대 법안'을 발의했다. 이중 특히 '체육인 복지법'은 국회 임기 내 꼭 이루고자 했던 공약 중 하나였다. 체육인 복지법은 제정법안으로 대표발의자 이용 의원 포함 총 42명의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체육인들의 복지 문제와 비인기종목 선수들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부족한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 체육인 복지에 관한 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비·통합하여 체육인들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도모하고 종목별 선수의 저변 확대를 유도하여 국가 체육기반을 확고히 하고자 했다. 이 법안은 2022년 8월11일부터 시행됐다.

이용 의원은 스포츠기본법 제정안도 대표 발의했다. 스포츠에 관한 국민의 권리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스포츠 정책의 방향과 그 추진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스포츠의 가치와 위상을 높여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나아가 국가사회의 발전과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은 체육인 복지법과 함께 최종 가결됐다.

그동안 우리나라 체육인들은 대한민국을 세계 스포츠 강국으로 자리잡게 하면서 국가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하지만 체육분야를 홀대하는 정치권의 인식을 아직까지 불식시키지 못해 체육인 국회의원이 많이 배출되지 못했다. '스포츠는 결코 정치에 예속된 존재가 아니다'라고 체육인들은 말한다.

누구든지 정치에 참여할 수 있고, 자신의 소신을 밝힐 수 있다.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인들도 국회에 진출해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체육인 출신으로 사상 처음 재선에 성공한 임오경 의원과 함께 진종오 의원 당선자가 국회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김학수 CST선임연구위원

문화체육 전문 행정사법인 CST는

문화예술, 콘텐츠, 저작권, 체육, 관광, 종교, 문화재 관련 정부기관, 산하단체의 지원이나 협력이 필요한 전반 사항에 대해서 문서와 절차 등에 관한 행정관련 기술적인 지원을 포괄적으로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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