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C 미친 로테이션 '몰매에 장사 없다', 허훈-배스 듀오 활약한 KT에 판정승 [부산 현장]

부산=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5.0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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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KCC 선수단이 3일 열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14년 만의 파이널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두게 된 부산 KCC 이지스. 승리의 핵심 요소는 단연 '슈퍼 로테이션'이라고 할 수 있다.

KCC는 3일 오후 7시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KT 소닉붐과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7전 4선승제) 4차전에서 96-9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KCC는 시리즈 3승(1패)째를 따냈다. 역대 챔피언결정전 중 3승 1패 상황을 먼저 가져간 팀은 100% 우승했다(10회 중 10회).


6강(서울 SK 상대)과 4강(원주 DB 상대)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는 경기는 매번 여유롭게 이기던 KCC는 챔피언결정전에서 KT를 만나 힘겨운 승부를 펼쳤다. 1차전 때는 이전의 기세를 이어가 90-73으로 크게 이겼지만, 2차전은 97-101로 졌다. 장소를 부산으로 옮겨 치러진 3차전에서는 막판까지 초접전으로 흘러가며 92-89로 이겼다.

특히 KT의 주 득점원인 허훈과 패리스 배스를 완벽하게 막지는 못하고 있다. 1차전 승리 당시에는 허훈을 12점으로 묶었지만 배스에게 29점 10리바운드를 내줬다. 패배한 2차전은 허훈에게 전반 점수를 허용해 22득점을 기록하게 했고, 1~2쿼터 0득점으로 잘 묶었던 배스는 후반에만 무려 36점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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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패리스 배스.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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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허훈. /사진=KBL 제공
3, 4차전은 허훈의 무대였다. 부상과 감기 몸살에도 부산에서 열린 2경기에서 40분 풀타임을 뛴 허훈은 3차전 37득점, 4차전 33득점을 기록하며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친형 허웅(KCC)도 3차전 종료 후 "경기를 뛰는 사람으로서 '리스펙트'한다. 괜히 넘버원 포인트가드라는 수식어가 생긴 게 아니다. 열정이나 투지, 기술 모든 부분이 진짜 최고다"고 칭찬할 정도였다. 절친한 사이인 최준용(KCC)도 4차전이 끝나고 "혼자 다하니 재밌겠다 싶은데, 퍼질까봐 걱정이다"고 말했다.


배스는 이전과 같은 위력은 크게 나오지 않았다. 판정에 불만을 가진 모습도 나왔고, 중간중간 무릎을 잡는 장면도 나왔다. 그럼에도 3차전 20점, 4차전 23점을 넣었다. 허훈과 배스 두 선수에게만 50점 이상이 매 경기 나오는 셈이다. 이러다보니 둘은 매 경기 30분 이상을 뛰었다.

하지만 KCC는 철저한 체력 안배에 나섰다. 플레이오프 기간 허웅(평균 31분 49초)과 송교창(31분 4초)을 제외하면 평균 30분 이상 뛴 선수가 없었다. 이런 모습은 다른 옵션에 대한 믿음이 없이는 나오기 어렵다. 실제로 KCC는 4강 플레이오프까지 맹활약하던 최준용이 챔피언결정전 들어 주춤하자 이승현을 먼저 출격시켰고, 그는 4차전 초반 분위기를 잘 잡아주며 점수 차가 더 벌어지지 않게 했다.

플레이오프 들어 회춘했다는 평가를 받은 라건아 역시 알리제 존슨과 적절히 시간 배분에 나서고 있다. 존슨은 2차전에서 팀은 패배했지만 2쿼터에만 무려 24점을 넣으며 챔피언결정전 한 쿼터 개인 최다득점 신기록을 세웠다. 부상에서 빠르게 회복한 존슨이 10분 정도를 버텨주면서 라건아도 쉬어갈 타이밍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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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알리제 존슨. /사진=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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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캘빈 에피스톨라. /사진=KBL 제공
가드진에서도 2년 동안 큰 활약이 없었던 아시아쿼터 캘빈 에피스톨라가 정규시즌 막판부터 기회를 얻더니, 플레이오프에서는 평균 21분 38초를 뛰며 허웅과 함께 앞선을 지키고 있다. 까다로운 매치 상대인 허훈을 상대로도 분전하고 있다.

이런 '슈퍼 로테이션'은 전창진 KCC 감독의 구상에서 나왔다. 전 감독은 "로테이션은 경기 전날 혼자 생각하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그는 "(허)웅이 체력 안배가 첫 번째이고, (최)준용이도 마찬가지다. 체력이 많이 올라있지 않다"며 "많이 쉬고 짧게 훈련하고 게임한다"고 밝혔다.

전 감독은 이어 "팀에 약점은 분명히 있다. 상대팀이 모를 뿐이다"며 "로테이션으로 잘 커버해서 좋은 경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경기 때는 한두 명이 아니라 7~8명이 다 해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이야기했다. 이미 5번이나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던 베테랑다운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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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전창진 감독(왼쪽)이 최준용을 보며 미소짓고 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의 생각이었다. 4차전에서 24득점으로 살아났던 KCC 최준용은 "KT는 한두 명 선수로 싸우는데, 저희는 선수가 많다"면서 "'다구리(몰매를 이르는 부랑배의 은어)'에 장사 없다"는 말로 정리했다. 여러 선수가 돌아가며 활약하는 게 승리 요인이라는 뜻이었다.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도 체력 싸움에서 비교 우위에 있는 KCC는 오는 5일 수원으로 돌아가 5차전을 치른다. 이제 KCC는 1승만 더 하면 2010~11시즌 이후 처음으로 트로피를 들어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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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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