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스런 SF, 투자 대비 최악" 1534억 이정후, '타율 0.252'에도 핵심타자로 중용되는 이유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5.08 05:41
  • 글자크기조절
image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캡처
LA 다저스와 대적할 수 있는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실망스러운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다.

미국 매체 클러치포인트는 7일(한국시간) '2024년 메이저리그(MLB) 시즌 초반 가장 실망스러운 5팀'을 꼽았다. 5위는 토론토 블루제이스, 4위는 샌프란시스코, 3위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2위는 마이애미 말린스, 1위는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매체는 "아직 상황을 되돌릴 시간이 많지만 이들 5개 팀은 시즌을 잘못된 방향으로 시작했다"며 "시즌이 시작된 지 6주가 지났는데 이미 많은 팀들이 프리시즌 때의 기대치를 저버렸고 그 과정에서 팬들의 마음을 아프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팀 성적이 아니라 팀이 느끼고 있는 실망감의 정도로 순위를 매겼다. 샌프란시스코는 4연패에 빠지며 36경기에서 15승 21패, 승률 0.417을 기록하고 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서 LA 다저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애리조나에 이어 4위에 머물고 있다.

매체는 "이번 오프시즌에 지출된 금액 대비 실망감을 측정한다면 샌프란시스코가 1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정후, 맷 채프먼, 호르헤 솔레어, 블레이크 스넬을 영입하고도 득점 23위, (최소)실점 24위에 올랐다. 이건 밥 멜빈의 임기 첫해 예상했던 전개가 아니었다"고 전했다.


image
샌프란시스코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캡처
샌프란시스코는 월드시리즈 우승 8회, 특히 2010년부터 2년 주기로 3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전통의 명가였으나 2015년 이후로는 NL 서부지구에서 번번이 다저스에 밀렸다. 지구 우승은 단 한 차례(2021년)에 불과했고 최근 두 시즌엔 모두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했다.

오프시즌 과감한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지만 오타니 쇼헤이와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을 나란히 지구 라이벌 다저스에 빼앗긴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를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으로 6년 1억 1300만 달러(1534억원)에 데려왔다. 이후 좀처럼 추가 영입 소식이 들리지 않았지만 완벽한 보강 작업을 거쳐 새 시즌을 맞은 것처럼 보였다.

MLB 역사상 역대 7명뿐인 양대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스넬을 2년 6200만 달러(841억원)에 영입했다. 예상보다 훨씬 적은 계약규모였는데 올 시즌을 마치고 FA를 행사할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올 시즌 어떻게든 성적을 내겠다는 의미가 담긴 영입이었다.

이밖에도 3루수 맷 채프먼과 4년 최대 7300만 달러(991억원·1년 옵션 포함), 지명 타자감인 호르헤 솔레어와는 3년 4200만 달러(570억원), 시속 160㎞ 강속구를 뿌리는 조던 힉스는 선발 투수로서 4년 4400만 달러(597억원)에 데려왔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더 컸다. 매체는 "자이언츠의 행보를 실망스럽게 만드는 건 그들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타선에서 2,3자리와 함께 파워도 부족했고 로건 웹을 보완해 줄 누군가도 로테이션에 필요했다. 그러나 3명의 타자와 사이영상 수상자를 보강했음에도 여전히 지난해보다 더 적은 승리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image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왼쪽). /AFPBBNews=뉴스1
계약 규모가 가장 큰 이정후(26)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빅리그 데뷔 시즌이라고는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많은 돈을 받은 선수는 그만큼의 값어치를 해내야 한다. 이정후는 첫 시즌 꾸준히 1번 타자 중견수로 기용되며 34경기에 나서 타율 0.252(135타수 34안타) 2홈런 7타점 13득점 2도루, 출루율 0.304, 장타율 0.319, OPS(출루율+장타율) 0.623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정후를 비판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정후는 규정타석을 채운 팀 내 타자들 중 최다안타(34개)와 출루율 1위, 타율 2위, 득점 5위에 올라 있다. 샌프란시스코 타자들이 얼마나 전반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이정후와 함께 영입된 타자 솔레어와 채프먼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솔레어는 타율 0.202 5홈런 8타점 OPS 0.655, 채프먼은 타율 0.209 4홈런 14타점 OPS 0.602에 머물고 있다. 수비와 주루에서도 더 쓰임새가 다양한 이정후가 현재로선 더 팀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선수로 평가 받는 이유다. 심지어 스넬은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이정후의 수치는 상당히 저평가된 면이 있다. 삼진률(8.1%)과 헛스윙률(9.9%) 리그 2위에 그칠 정도로 뛰어난 선구안과 컨택트 능력을 보여주고 있고 하드히트(시속 95마일 이상 빠른 타구) 비율이 43.2%로 리그 평균(36.3%)보다 높음에도 좀처럼 안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들어 유독 불운이 심했다. 잘 맞은 홈런성 타구들이 유독 워닝트랙에서 잡히는 일이 많았다. 타 구장이었다면 홈런이 됐을 타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잘 맞은 타구도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일이 많았다.

image
샌프란시스코 이정후(오른쪽). /AFPBBNews=뉴스1
이정후의 불운은 기대 타율로 나타난다. 타구 발사속도와 발사각, 타자의 스프린트 속도 등으로 측정되는 기대 타율에서 이정후는 0.291을 기록하고 있다. 이정후의 현재 타율과는 0.039차이를 보인다. 기대 타율은 빅리그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26위인데 실제 타율은 78위로 크나 큰 간극을 보이고 있다.

이정후의 문제점 중 하나로 꼽혔던 타구 발사각 문제도 최근 들어 많이 나아지고 있다. 이정후는 여전히 땅볼 타구 비율이 44.8%로 빅리그 평균(44.6%)보다 약간 높지만 50%를 웃돌았던 시즌 극초반 때와 비교하면 많이 보완을 했다. 특히 최근 보스턴 레드삭스와 원정 시리즈에선 매 경기 홈런성 타구를 날리며 타구를 띄워 보냈다.

7일 필라델피아 필리스 원정경기에서도 이정후는 첫 타석부터 시속 96.1마일(154.7㎞) 몸쪽 포심 패스트볼을 잘 띄워내며 좌전안타를 만들어냈고 8회엔 중전안타를 만들어내며 14경기 만에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아웃된 2개의 타구도 모두 외야로 잘 뻗어나갔다.

계약 규모에 비하면 실망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이적생 타자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게다가 타격 지표와 빅리그 루키라는 점은 향후 이정후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image
이정후. /사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공식 SNS 캡처
기자 프로필
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스포츠의 감동을 전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최신뉴스

더보기

베스트클릭

더보기
starpoll 배너 google play app st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