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떠나 3할 타율 폭발' 굴러온 복덩이, 덕분에 양의지 '역대 넘버원 포수' 길도 열렸다

고척=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5.0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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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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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지.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 베어스 포수 김기연(27)이 지명타자로도 손색없는 타격을 보여주면서 양의지(37)의 파트너로서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김기연은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 SOL 뱅크 KBO 리그 정규시즌 방문 경기(총 7339명 입장)에서 7번 타자 및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데뷔 첫 지명타자 출전이었다. 김기연은 광주수창초-진흥중-진흥고 졸업 후 2016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4라운드 34순위로 LG 트윈스에 입단해 프로 4시즌 간 단 한 번도 지명타자로 출전한 적이 없었다. 줄곧 백업 포수로서 대수비에 투입됐고 그건 지난해 KBO 2차 드래프트 전체 1라운드 6번으로 두산에 지명돼 유니폼을 갈아입어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최근 폭발적인 타격감이 김기연을 김재환(36), 헨리 라모스(32) 등을 제치고 지명타자로 나선 이유가 됐다. 김기연은 이날 전까지 최근 10경기 타율 0.360(25타수 9안타) 1홈런으로 폭발적인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경기 전 두산 이승엽 감독은 "오늘(7일)은 상대 선발이 좌투수이기도 하고 요즘 (김)기연이가 좋은 타격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출전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 믿음에 보답한 김기연이다. 김기연은 두산이 5-0으로 앞선 5회 초 2사 2루에서 우전 1타점 적시타를 때렸다. 그 외 타석에서는 범타로 물러났지만, 시즌 타율 0.326, OPS(출루율+장타율) 0.760으로 포수로서 준수한 타격 성적을 기록 중이다.


두산에는 그야말로 굴러온 복덩이나 다름없다. 두산이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김기연을 지명할 때만 해도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았다. LG 시절 그는 2018년 1군에 데뷔해 6년간 42경기 소화에 그쳤고 2023시즌까지 통산 타율도 0.140(43타수 6안타)에 불과했다. 지명 당시 두산 김태룡 단장도 "김기연은 어깨가 좋고, 공격력도 나쁘지 않다. 백업 포수들의 경쟁도 필요했다"며 어디까지나 양의지의 백업으로서 역할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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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연(가운데)이 이승엽 두산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그러나 개막 후 차츰 출전 시간을 늘려가면서 구단 내 평가도 바꾸고 있다. 이승엽 감독은 지난 5일 잠실 LG전이 우천 취소된 후 취재진과 만나 "김기연을 기용할 때 수비는 6, 타격은 4 정도를 보고 있다"며 "포수는 (양)의지를 제외하면 수비만 잘해달라는 생각이었는데, (김)기연이는 공격까지 된다. 지난 삼성과 주중 3연전에서는 3경기 연속 벤치에 있었는데 아까웠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투수 리드도 아주 똘똘하게 잘한다. 그래서 (양)의지가 좀 더 편안하게 지명타자로서 타격에만 전념할 수 있다. 여러 가지로 지금은 (김)기연이가 경기에 더 많이 나가는 게 우리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달라진 구상을 전했다.

김기연이 체력 소모가 심한 포수로서 플레이 타임을 나눠 가지면서 양의지의 체력 안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기연 덕분에 7일 고척 키움전에서 오랜만에 포수 마스크를 쓴 양의지는 연타석 홈런 포함 4타수 3안타(2홈런) 3타점 1볼넷 3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양의지의 연타석 홈런은 개인 통산 12번째로 NC 소속이던 2022년 9월 7일 창원 두산전~9월 8일 수원 KT 위즈전 이후 607일만, 두산 소속으로는 2018년 6월 13일 잠실 KT전 이후 2155일 만이었다.

김기연이 자주 나오면서 체력이 비축되는 효과를 양의지도 부정하진 않았다. 7일 경기 후 만난 양의지는 "베테랑이 돼 집중할 때만 힘을 쓰는 법을 알다 보니 지명타자일 때랑 아닐 때랑 큰 문제는 못 느낀다"면서도 "(김)기연이가 포수로서 침착하고 투수들이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히 끌어들이는 면이 있다. 그래서 어린 투수들이 나와도 볼넷이 줄고 경기 내용도 좋아졌다. 또 방망이로도 하나씩 쳐주니까 우리 팀 지명타자가 정말 치열한 자리인데도 나갈 정도로 감독님께 믿음을 준 것 같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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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두산-키움전이 1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두산 포수 김기연이 투수 김명신에게 송구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김기연의 성장으로 두산의 향후 안방 계획도 장밋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2023시즌을 앞두고 양의지가 계약기간 4+2년에 총액 152억 원으로 친정팀 두산으로 복귀했을 때만 해도 그가 계약이 끝날 2028년까지 포수로 뛸 거라 상상하긴 어려웠다. 이미 NC 시절 지명타자로서 더 많은 시즌을 소화하기도 했고, 계약 중반 무렵부터는 지명타자 혹은 1루수로 전환이 유력해 보였다. 주전감을 찾기 어려운 포수 특성상 양의지가 계속해 마스크를 쓰면서 빠른 체력 및 퍼포먼스 저하도 우려된 상황.

그러나 생각보다 일찍 김기연이 차세대 안방마님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양의지가 KBO 리그 역대 넘버원 포수로 올라설 길이 열렸다. 이미 포수로서 최다인 골든글러브 9회 수상(포수 부문 8회, 지명타자 부문 1회)으로 역대급 반열에 오른 양의지지만, 홈런 기록에서는 아직 최고가 되지 못했다. 구장이 커 홈런이 나오기 쉽지 않은 잠실야구장을 홈으로 쓴 적이 많은 탓이다.

이날 두 개의 홈런으로 양의지는 강민호(321홈런), 박경완(314홈런), 이만수(252홈런)에 이어 역대 4번째로 250홈런 달성한 포수가 됐다. 포수 포지션으로 출장해서는 강민호-박경완의 306홈런에 이어 206홈런으로 역대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남은 계약기간 5년 동안 포수 통산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면 명실상부 역대 넘버원 포수로 불리는 것도 꿈은 아니다.

양의지는 "은퇴하기 전까지 300홈런을 꼭 치고 싶었는데 오늘 그 기록에 조금은 더 다가간 것 같아 기분 좋다. 홈구장이 (넓은) 잠실이라 조금 스트레스가 있는데 최대한 노력해서 목표를 이루고 싶다"고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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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키움-두산전이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렸다. 두산 양의지가 2회에 이어 3회에도 1점 홈런을 날리며 연타석 홈런을 기록한 후 다이아몬드를 돌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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