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수비이닝 1위' 김하성 위엄, '타율 0.211' 부진에도 선발 라인업서 뺄 수가 없다

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5.09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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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디에이고 유격수 김하성(오른쪽)이 9일(한국시간) /AFPBBNews=뉴스1
타순이 9번으로 내려갈지언정, 김하성(29)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일은 없었다.

김하성은 9일(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 위치한 리글리필드에서 펼쳐진 시카고 컵스와 2024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방문 경기에 9번 타자 및 유격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삼진 1도루를 기록했다.


9번 타순으로 나선 건 지난 5일 올 시즌 처음으로 9번 타순으로 강등된 뒤 두 번째였다. 이날도 공격적인 면에선 평범했다. 김하성은 7회 초 세 번째 타석에서 헤이든 웨스네스키의 가운데로 몰린 시속 92.6마일(약 149㎞) 직구를 공략해 우전 안타로 연결했다. 루이스 아라에스의 타석에서는 2루를 훔쳐 시즌 8호 도루에 성공했다.

이후 안타를 추가하지 못했고 5경기 연속 출루에 만족한 김하성의 시즌 성적은 40경기 타율 0.211(142타수 30안타) 5홈런 21타점 22득점 8도루, 출루율 0.315 장타율 0.373 OPS 0.688이 됐다. 기대에 비하면 아쉬운 성적이다.

사실 김하성이 타격 부진에 빠진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드문드문 안타를 뽑아낼 뿐, 한 경기 멀티히트를 기록한 지도 2주가 흘렀다. 4월 25일 콜로라도 로키스 원정 이후 13경기째 멀티히트를 신고하지 못했다. 저조한 타격에 김하성의 타순은 계속해서 내려갔다. 주로 5번에서 시작했지만, 6번, 7번, 8번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9번까지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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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성.


타격 부진에 대한 원인으로는 흔히 체력 저하가 많이 거론된다. 올 시즌 김하성은 40경기 352⅓이닝으로 메이저리그 모든 야수 중 수비 이닝 전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는 같은 팀의 외야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로 346⅓이닝이다. 가뜩이나 체력 소모가 심한 유격수 포지션에서 김하성은 40경기 전 경기 선발 출전했다. 경기 도중 교체된 일도 두 차례에 불과했다. 다른 선수들이 한두 차례 휴식을 가진 것을 생각하면 김하성의 체력 저하를 우려하는 시선이 괜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미국 현지 언론이나 마이크 쉴트 샌디에이고 감독에게서나 김하성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찾기 어렵다. 이유는 김하성의 수비가 주는 안정감이다. 현재 샌디에이고 내야수들은 모두 유격수 수비가 가능하다. 얼마 전 트레이드로 영입된 2루수 아라에스부터 1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 3루수 매니 마차도, 심지어 외야수 타티스 주니어까지 모두 유격수 출신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김하성이 유격수를 볼 때만큼 내야에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그것이 올 시즌 스프링캠프에서 김하성이 2억 8000만 달러(약 3836억 원) 사나이 보가츠를 다시 밀어내고 주전 유격수로 낙점받은 이유였다. 김하성은 2022년 타티스 주니어를 대신해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면서 내셔널리그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 3인에 들 정도로 뛰어난 수비를 인정받았다. 보가츠의 영입으로 지난해 2루로 밀렸으나, 김하성은 그곳에서도 존재감을 과시했다. 김하성은 2023년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과 유틸리티 부문 최종 후보 3인에 모두 이름을 올렸고, 결국 유틸리티 부문은 수상으로 이어졌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서 처음이자 아시아 메이저리거 내야수로는 최초의 골드글러브 수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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잰더 보가츠(왼쪽)와 김하성. /AFPBBNews=뉴스1


가시적인 성과에 보가츠도 선뜻 김하성에게 유격수 자리를 양보했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해 10월 "샌디에이고가 보가츠에게 다음 시즌(2024시즌) 포지션 전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팀 내에서는 김하성이 유격수로 이동하는 게 최고의 조합이라 믿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그리고 올해 2월 스프링캠프에서 쉴트 감독이 직접 "이제 우린 키미(김하성·Kimmy)라는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보가츠는 김하성이 유격수로서 가치가 있으며, 좋은 동료라는 것을 인정했다"고 그 사실을 못 박았다. 이후 시범경기부터 올해 정규시즌 40경기 시점까지 김하성은 유격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하성이 유격수로 돌아온 올해 샌디에이고 내야진은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4번째로 뛰어난 수비를 자랑하고 있다. 최신 수비 지표 OAA(Outs Above Average·리그 평균보다 얼마나 더 많은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는가를 집계한 지표)에서도 샌디에이고는 +7개로 전체 4위에 올라와 있다.

또한 풀타임 유격수로서 김하성의 타격은 여전히 쓸만하다는 평가다. 실제 김하성은 타율은 낮지만, 여전히 일발장타와 순도 높은 도루를 기록하면서 하위 타순에서 무시 못 할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김하성의 조정 OPS 102는 리그 평균(100)적인 타자들보다 높은 생산성을 보여준다. 미국 매체 판타지 프로스 역시 "김하성의 타율이 낮을 순 있으나, 여전히 타점과 파워 부문에서 팀에 상당히 기여할 수 있는 선수"라고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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