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이탈→3피홈런' 20억 외인 복귀전 쇼크, 두산의 '헤어질 결심'... 어쩌면 마지막일 기회만 남았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5.27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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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라울 알칸타라가 26일 광주 KIA전에서 4회말 강판되고 있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잘 나가는 두산 베어스에도 걱정은 있다. 1선발을 맡아줘야 할 외국인 투수가 좀처럼 제자리를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라울 알칸타라(32)의 이야기다.

알칸타라는 26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3⅓이닝 4피안타 4사사구 5실점하며 패전 투수가 됐다.


팔꿈치에 불편 증세를 나타내 지난달 22일 부상자 명단에 등록된 뒤 한 달여 만에 실전 무대에 투입됐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1회 박찬호를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며 시작한 알칸타라는 김도영에게 스트라이크 2개를 잡으며 유리한 상황에서 돌연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이어 나성범의 타석 때 포크볼을 통타 당해 우월 투런 홈런을 맞더니 최형우에게 던진 포크볼도 한복판으로 향해 백투백 홈런을 허용했다.

2회에도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8번 타자 한준수에게 볼넷을 허용하며 제구 난조를 보인 알칸타라는 박찬호에게 속구를 통타 당해 다시 한 번 홈런을 내줬다. 올 시즌 43경기에서 홈런이 없던 박찬호였다. 그만큼 알칸타라의 공이 노려치기 좋을 만큼 쉽게 읽혔다는 것이다. 제구가 잘 이뤄지지 않기에 KIA 타자들은 변화구에 방망이를 내지 않았고 알칸타라의 속구를 집요하게 공략했다.


3회는 삼자범퇴로 마쳤지만 4회 변우혁에게 볼넷, 한준수에게 중전안타를 맞았다. 최원준을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냈지만 두산 벤치가 빠르게 움직였고 알칸타라는 78구를 끝으로 이교훈에게 공을 넘겼다. 알칸타라는 실망감 가득한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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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왼쪽)에게 홈런을 맞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알칸타라.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올 시즌 5경기에서 31⅓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내준 홈런은 하나에 불과했는데 이날만 3개의 대포를 맞았다. 그만큼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경기였다.

두산은 알칸타라 없이도 잘 버텼다. 알칸타라가 부상자 명단에 등록된 지난 22일 이후 치른 28경기에서 19승 7패 2무, 승률 0.731로 1위를 달렸다. 특히나 선발 평균자책점(ERA)은 3.61로 KIA 타이거즈(3.43)에 이어 2번째로 좋았다. 곽빈과 브랜든 와델, 최원준에 최준호가 3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펼치며 안정적으로 선발진에 안착하는 상황이고 김민규까지 지난 22일 5이닝 무실점 호투하며 기대감을 높여주고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런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야구는 평균의 스포츠고 경험이 적은 선수들은 언제라도 부진에 빠질 수 있다는 걸 늘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알칸타라는 두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다. 2019년 처음 KT 위즈에서 KBO리그를 경험한 그는 이듬해 두산으로 이적해 20승을 거뒀다. 이후 해외 진출을 했으나 지난해 다시 돌아와 13승을 팀에 안겼다. 올 시즌 그가 받는 몸값은 150만 달러(20억원). 5경기에서 1승 2패 평균자책점(ERA) 2.30으로 기대대로 활약했지만 돌연 부상으로 이탈했다.

국내 병원에서 세 곳에서 모두 팔꿈치 염좌 진단을 받았다. 이달 초 이승엽 두산 감독은 "알칸타라가 언제 돌아올지는 누구도 모른다. 본인은 알 것 같다"고 답답해하며 "오늘도 캐치볼을 했으니까 상태를 지켜보면서 더 길어지겠다 싶으면 저희도 다른 방법을 써야 될 것 같다. 알칸타라가 돌아오기를 바라야 한다"고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남겼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이례적인 말까지 꺼냈다. 최악의 경우 교체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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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표정으로 4회말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알칸타라(가운데).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이후 알칸타라는 미국 주치의에게 소견을 받기를 원했고 두산은 울며겨자 먹기로 선수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게 배려했다. 미국에서도 결과는 같았고 알칸타라는 돌아와 복귀를 준비했다.

지난 10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알칸타라의 복귀 관련 질문에 "트레이닝 파트와 이야기를 할 것"이라면서도 "(복귀 일정은) 없다. 아픈 사람을 억지로 던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답했다.

알칸타라 없이 너무도 잘 버티고 있던 상황이었음에도 장기 레이스에서 그의 역할이 누구보다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는 이 감독이다. "우리 입장에선 급하다. 지금 성적이 좋지만 1선발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던지는 것을 뒤로 제쳐두고 있는 것과 없는 것 또한 차이가 난다"며 "(로테이션에) 들어오면 좋겠지만 몸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들어오게 할 수는 없다. 스스로 몸을 잘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또 2주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알칸타라가 복귀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당장은 버틸 힘이 있는 두산이다. 한 달여 만에 치른 복귀전이고 그동안 두산에서 해준 것이 있기 때문에 더 기회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상 컨디션이라면 알칸타라 같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오는 게 하늘의 별따기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다음 경기가 더 중요해졌다. 결과를 떠나 '우리가 알던' 알칸타라의 기량이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만 주더라도 알칸타라는 더 시간을 벌 수 있다. 그러나 프로의 세계에 영원한 것은 없다. 두산과 3시즌째를 보내고 있는 알칸타라지만 이날 같은 경기가 되풀이된다면 두산으로서도 '헤어질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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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전에서 투구하는 알칸타라.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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