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로 삼성과 한화의 유니폼을 입은 최원태(왼쪽)와 엄상백. /사진=삼성 라이온즈, 한화 이글스 제공 |
삼성 구단은 6일 "선발진 보강을 위해 FA 최원태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4년 최대 총액 70억원(계약금 24억원, 4년간 연봉 합계 34억원, 4년간 인센티브 합계 12억원) 조건이다.
앞서 지난달 8일 한화는 엄상백과 4년 총액 78억원(계약금 34억원, 연봉총액 32억 5000만원, 옵션 11억 5000만원 포함 최대 78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이로써 2025 프로야구 FA 20명 중 최대어로 꼽혔던 선발 투수 2명이 모두 새 둥지를 찾았다. 외부 FA 중 단연 최고 1,2위 계약 규모다.
다소 의외인 결과였다. 한화는 유격수 심우준을 영입하며 내야 보강을 하긴 했지만 선발이 최우선 보강 포지션은 아니었다. 삼성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으로 막을 내린 직후 박진만 삼성 감독이 "작년에도 그랬지만 불펜 쪽에 보완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며 "불펜진을 재정비해서 내년에도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을 정도였다.
2024시즌 한화의 선발진은 강력해보였다. 류현진이 합류했고 지난해 신인왕 문동주와 함께 재계약을 한 외국인 듀오에 한 자리를 두고 김민우와 신인 황준서가 경합했다. 시즌 초반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민우가 부상 이탈했지만 내년 시즌 기대감은 여전히 컸다.
삼성도 상황은 비슷했다. 원태인과 데니 레예스, 코너 시볼드 대신 아리엘 후라도 합류했고 선발로 안착한 좌완 이승현이 있다. 5선발 자리는 백정현과 시즌 막판 좋은 활약을 펼친 황동재, 신인 육선엽 등이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한화와 삼성은 발 빠르게 움직였고 보상선수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거금을 들여 선발진을 보강했다. 특히 A등급 최원태를 영입한 삼성은 20인 보호선수 외 한 명을 보상선수로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유망한 자원이 많은 상황에서 베테랑 오승환과 박병호가 명단에서 풀릴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모를 리 없지만 그만큼 삼성엔 최원태가 필요했다는 뜻이다.
목표는 분명하다. 한화는 올해 류현진과 안치홍의 영입 등으로 탄력을 받으며 '리빌딩은 끝났다'고 외쳤다. 지난해 성적은 다소 아쉬웠지만 신구장에서 시작하게 될 내년이야말로 한화에겐 정말 중요한 시즌이다. 목표로 한 가을야구를 반드시 진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삼성은 유망주들이 동반 성장해 주전에 안착하며 예상을 깨고 가을야구로 향했고 준우승까지 차지했다. 2025시즌 기대치는 자연스레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삼성 구단 또한 최원태 영입 직후 "다음 시즌 팀순위 상승을 위해선 안정적인 선발투수 영입이 필수 조건이기에 최원태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상황 속 잠재력은 있지만 변수인 이들을 믿기보다는 대박을 노리기는 어려울 수 있어도 상수로서 안정된 성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투수로 가을야구 진출 가능성을 한층 높이겠다는 계산이다.
로테이션을 이끌만한 수준의 투수라고 평가하긴 어렵지만 확실히 한 자리를 지켜주며 팀에 더 많은 승리 기회를 전달하는 한편 불펜의 부담도 덜어줄 수 있는 선발 투수이기에 과감한 투자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는 자연스레 세대교체를 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엄상백과 최원태는 20대 투수다. 삼성은 원태인-이승현-최원태-육선엽-배찬승, 한화는 문동주-엄상백-황준서-정우주 등의 현재 혹은 미래의 선발진을 구축해 단순히 내년만이 아닌 더 먼 곳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됐다.
KT 시절 엄상백. /사진=김진경 대기자 |
LG 시절 최원태. /사진=김진경 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