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왼쪽)과 박병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삼성 라이온즈는 6일 자유계약선수(FA) 선발 투수 최원태(27)를 영입했다. 계약 규모는 4년 총액 최대 70억원(계약금 24억원, 4년간 연봉 합계 34억원, 4년간 인센티브 합계 12억원)에 달한다.
FA 최대어로 불렸기에 그 자체보다는 삼성으로선 이제 또 다른 고민에 빠져야 한다. 바로 보상선수다.
최원태는 이번 스토브리그 A등급으로 분류됐다. 그를 영입한 삼성은 LG 트윈스에 직전 시즌 해당 선수 연봉의 200%(8억원)와 보호선수 20인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연봉의 300%(12억원)를 건네야 한다.
LG로선 전자를 택할 것이 확실시된다. 지난해 진행된 2차 드래프트의 경우 35인 보호선수 외의 선수들을 지명할 수 있었는데, 1라운드에서 선수를 지명할 경우엔 4억원의 보상금을 원 소속구단에 지급했다. 최원태의 올 시즌 연봉은 4억원이었다. 4억원을 덜 받더라도 20인 외 보호선수 명단에서 1명을 더 데려올 수 있다는 건 앉아서 돈을 버는 셈이다.
그렇다면 삼성이 어떻게 보호선수를 구성할지가 핵심이다. FA 선수나 군보류 선수, 신인, 육성선수, 외국인 선수 등은 자동보호가 된다. 지난 2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한 김현준, 삼성이 FA로 지킨 김헌곤 등이 이 같은 케이스다.
6일 삼성과 FA 계약을 한 최원태(오른쪽)와 이종열 단장.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이 기준에 들어가는 선수만 하더라도 매우 많다. 야수 중엔 강민호(39), 구자욱, 이성규(이상 31), 윤정빈, 이상 이병헌(25), 김지찬(23), 이재현, 김영웅(이상 21) 정도는 제외할 수 없는 핵심 자원이다. 투수 가운데선 임창민(39), 김재윤(34), 김태훈(32), 최지광(26), 김윤수(25), 원태인(24), 황동재(23), 좌완 이승현(22), 육선엽(19) 등이다.
여기서 지난해와 달리 올 시즌 활약이 아쉬웠던 김성윤(25), 우완 이승현(33), 최채흥(29), 좌투수 이상민(34), 두 시즌을 보냈지만 아직 잠재력을 확인하지 못한 이호성(20) 등도 확신은 어려울지언정 보호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선수들이다.
그러나 한국 야구 역사에 굵직한 이름을 남긴 오승환(42)과 박병호(38)의 이름은 섣불리 포함시킬 수 없는 상황이다.
오승환은 올 시즌도 김재윤과 임창민을 제치고 삼성의 마무리를 맡았다. 58경기에서 27세이브로 이 부문 2위에 올랐으나 시즌 중후반 급격히 흔들렸고 3승 9패 블론세이브 8회와 함께 평균자책점(ERA) 4.91을 기록했다. 피안타율은 0.321, 이닝당 출루허용은 1.69에 달했다.
오승환.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
물론 이들을 보호명단에 포함시키지 않는다고 해서 무조건 LG가 데려간다는 보장은 없다. 삼성과 2년 22억원(계약금 10억원) 보장 계약을 맺은 오승환의 직전 시즌 연봉은 4억원이지만 2025년 연봉은 8억원에 달한다. 오승환의 커리어에 대한 믿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연봉 8억원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금액이다.
박병호는 3년전 KT와 3년 30억원(계약금 7억원, 연봉 20억원, 옵션 3억원) 계약을 맺었다. 올해 연봉은 7억원. 올 시즌을 마치면 연봉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LG로선 고액 연봉의 하향세에 있고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소 주저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삼성으로선 이러한 부분을 염두에 두고 LG가 지명하지 않을 것을 예상해 의도적으로 두 베테랑을 명단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 다만 LG가 이들을 뽑아간다면 그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미래가 창창한 젊은 자원들을 쉽게 보호명단에서 제외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최원태가 만약 B등급이었다면 5명의 여유가 있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을 수 있었지만 5명의 차이가 이 같은 커다란 고민을 만들었다.
지난해에 이어 적극적인 스토브리그 행보로 '대종열'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 이종열 삼성 단장이지만 보상선수를 두고도 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병호.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